미국 내 자원봉사 문화를 장려하고, 특히 청소년들에게 봉사의 의미를 심어주기 위한 제도로 활용되어 온 대통령 자원봉사상(PVSA-The President's Volunteer Service Award)이 갑작스럽게 중단되었다. 정부의 예산 중단이라는 외형적 이유 속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들이 숨겨져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인증 시스템의 정지나 상장 발급 차질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인사회뿐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에서 ‘봉사’의 가치와 제도적 신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단행된 AmeriCorps 예산 4억 달러 삭감은 PVSA 전체 시스템의 정지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수많은 봉사 단체와 교육기관은 발급 업무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콜로라도 내 한인 단체들 역시 대통령 봉사상 수여를 앞두고 갑작스레 손을 놓게 되었고, 이 상장을 대학 입시의 일부로 고려해 온 학생들과 학부모들 또한   당황스럽다. 어른들에게 주어지는 봉사상도 있지만, 한인사회에서는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에게 주어지는 대통령 상에 관심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수백 시간의 봉사활동을 통해 ‘골드 레벨’을 성실히 준비해 온 이들은 보상받을 기회를 잃은 셈이다.

PVSA는 애초에 대통령의 이름으로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한 개인을 격려하고 사회적 모범을 드러내자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인증 단체의 급증과 형식적인 시간 채우기 봉사가 만연해지면서, 제도의 순수성이 퇴색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실제로 일부 단체는 인증기관으로 등록한 뒤, 충분한 검증도 없이 봉사 시간을 기재하고 상장을 남발했다. 그 결과 주변의 아는 사람들을 위주로 봉사상을 선정해 ‘저런 사람이 대통령상을 받는다니’라는 말이 나돌았고, 대통령 상의 공신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필자는 콜로라도 한미 청소년 문화재단의 대표로 활동한 지 10여 년이 되어 간다. 대통령 상을 줄 수 있는 인증 단체로 등록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했음에도 신청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2세 교육에 힘쓰고, 더 많은 자원봉사를 필요로 하는 한국학교협의회에서 주관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같은 상을 여러 단체에서 시상을 하다보면, 상에 대한 희소성의 가치가 떨어지고, 수상 자체가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즉, 상을 주는 주체보다, 상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으냐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대통령 상의 인증 단체가 너무 많다. 이러한 난립한 인증 단체들로 인해, 정작 피해자는 아이들이 되었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대통령 봉사상 제도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이번 중단 사태는 단지 예산 삭감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내 비영리단체와 종교기관, 군 관련 봉사단체들이 활동을 멈추게 되었고, 이는 단순한 상장 이상의 타격이다. 그러나 이 사태를 통해 우리는 근본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 첫째, 인증단체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무분별한 인증기관 등록과 상장 남발은 이제 막아야 한다. 소수의 공신력 있는 기관만이 봉사 인증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자원봉사의 본질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봉사는 대입 스펙보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PVSA가 그런 문화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다시 의미 있는 제도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한인 커뮤니티의 대응도 중요하다. 지역 내 자발적인 봉사상 또는 청소년 공로상 제정을 통해 봉사의 의미를 이어가고, 외부 시스템에만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시스템 구축도 검토할 시점이다.

봉사는 누가 보든 안 보든 묵묵히 이웃을 위하는 행위다. 상이 있든 없든 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PVSA가 가진 ‘격려의 힘’은 분명했다. 학생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게 하고,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줬다.  비록 PVSA는 잠시 중단됐지만, 봉사의 정신까지 사라져선 안 된다. 오히려 이 기회에 제도는 정비되고, 의미는 복원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봉사하면서 상을 바라면 안 된다”고. 그러나, 그 상이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했고, 사회를 향해 나아가게 했다.

대통령 봉사상의 일시 중단은, 자고 일어나면 바뀐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중의 하나 일 수 있다. 그래서 이 또한 언제 다시 시작될 지 모를 일이다. 이를 대비해 지역사회에서 책임과 신뢰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대표성을 지닌 기관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봉사 시간을 엄정하게 검토하고, 진정한 헌신과 책임감을 기준으로 상을 수여한다면, 그 상은 단순한 종이 한 장을 넘어 청소년 인성교육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혼란 속에서도 봉사 정신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청소년들에게는 여전히 ‘보이는 격려’가 필요하다. 따라서 결론은 분명하다.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해, 봉사상을 수여할 수 있는 기관은 반드시 그 대표성과 공신력을 기준으로 엄중히 선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선별된 기관이 청소년들에게 수여하는 봉사상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되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봉사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 건강한 공동체 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소중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발행인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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