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대가 열렸다.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승리했다. 6월 3일 치러진 이번 조기 대선은 헌정사상 두 번째로 실시된 이례적인 선거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논란과 파면 사태로 인한 정치적 격랑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는 단순한 정권 교체 이상의 무게를 지닌 역사적 사건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49.42%, 1,728만7,513표를 얻어 승리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1.15%(1,439만5,639표)를 기록했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291만7,523표)를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과반 득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역대 대선 최다 득표 기록을 경신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입증했다. 그러나 표의 구조를 살펴보면, 2030 세대는 김문수·이준석 후보에게 더 큰 지지를 보냈고, 두 후보의 득표를 합산하면 49.49%로 이 대통령의 득표율을 넘어선다. 이는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다른 선택을 했음을 의미하며, 향후 국정 운영이 사회적 신뢰 회복과 국민 통합이라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선거는 전통적인 이념 대결보다는 분노, 피로, 불안, 갈등 등 개인의 정서가 투표로 표출된 사례였다. ‘진보냐 보수냐’의 이분법보다는 ‘누구에게 실망했는가’, ‘어떤 체제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가’라는 절실한 감정이 선택을 이끌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재명 대통령의 승리는 최선이 아닌 ‘차악의 선택’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과제는 ‘국민 통합’이다. 선거 과정은 정책 대결보다는 진영 논리에 치우쳤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실종되었다. “이번 선거는 응징의 날”이라는 발언이나 “정부 내부에 계엄 책임자들이 숨어 있다”는 주장 등, 분열을 조장하는 수사도 난무했다. 이제는 명분이나 정당의 논리가 아닌, 국민의 삶과 희망의 복원을 최우선에 두어야 할 때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난한 소년공 출신으로 한국 사회 최상위 권력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누구보다 서민의 삶을 이해하는 지도자일 수 있지만,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순탄한 길만을 걸은 것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불과 0.73%포인트 차로 석패했고, 이후 수년간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다. 그만큼 이번 당선은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시대’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이름을 건 시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분열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기준과 질서를 만들어 가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심화된 갈등으로 다시 혼란에 빠지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대한민국 정당정치는 위기의 수준이다. ‘진보’는 내부 분열과 반목에 기대고 있으며, ‘보수’는 지도자 부재 속에 무능을 노출한 채 두 차례나 대통령을 탄핵당했다. 통합과 책임의 정치는 실종되었고, 이념과 대립만이 정치 무대를 지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통령의 리더십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과거의 대통령들 역시 취임 일성으로 ‘국민 통합’을 강조했지만, 대부분은 강성 지지층의 틀을 넘어서지 못하고 퇴장했다.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도 섬기겠다”는 약속은 구호로만 남았다. 통합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증명되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은 단 한 사람의 권력이 아니라, 수천만 국민이 다시 믿을 수 있는 ‘국가의 방향’을 필요로 한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정부로 평가된다. 입법권과 행정권을 모두 손에 쥐고 있으며, 여당과 친여 세력을 포함해 190석에 달하는 국회를 기반으로 사실상 모든 입법이 가능하다. 인사와 예산, 각종 개혁조치도 대통령의 한마디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심지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마저 구성에 따라 이 정부에 유리한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례없는 절대 권력에 해당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경고가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대통령이 이 같은 초유의 권한을 통합과 개혁에 쓰기를 기대한다. 특히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절반의 유권자도 소중한 국민으로 포용한다면, 진정한 ‘국민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운명은 예측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국민은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 열망을 짊어진 그의 어깨가 무겁다. 새로운 시대는 이름만으로 열리지 않는다. 행동과 결과, 그리고 진정성만이 ‘시대’를 만드는 유일한 열쇠다.
국민의 바람은 단 하나다. 더 나은 삶,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실질적인 국력과 품격을 갖춘 나라로,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세워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임기 5년을 마치고, 자신이 꿈꾸던 나라를 실현해내고, 국민으로부터 진심 어린 찬사를 받는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임 시절, 김혜경 여사와 함께 이 곳 오로라 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진취적이고 패기 있는 정치인으로서 한인 사회는 물론, 미국 주류 사회와도 깊이 교감했다.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 있어 국내외 모든 국민이 다시금 국가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진정한 리더의 길을 걸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발행인 김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