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순경에 한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한 주간 Vail에 있는 리조트에 머물게 되었다. 하루는 밤 10시 30분 경에 혼자 Vail town center 에서 숙소로 돌아와파킹 장에 진입을 할때에 큰 동물이 쓰레기 통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것 같았다. 

숙소 가까이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10미터 전방에 있는 쓰레기장 모퉁이에서 불곰 한 마리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마치 길가에서 사슴을 만난 듯이 자연스럽게 곰을 바라보며 숙소로 걸어 갔다. 곰을 만났을 때에 등을 돌리면안된다는 신문 기사가 생각이 나서 뒤돌아 보니 불곰이 내가 서 있는 방향으로 다가와 쓰레기 봉지를 뒤지고 있었다. 곰과나와의 거리는 불과 10 미터 정도였지만불곰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되어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조금 더 확대해서 사진을 찍는 순간에 곰이머리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불곰이 나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불곰과의 이 짧은 조우는 나에게 불곰의본능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할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불곰은 잡식성 동물로 알려져 있다. 열매, 견과류, 곤충, 작은 동물, 그리고 연어와 같은 물고기를 먹는다. 그러나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은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식욕이 왕성해서 먹을 수 있는것은 무엇이든 찾아 다닌다. 곰은 먹이를찾을 때에 후각에 의존한다. 곰의 후각은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동물로 정평이나있다. 그 능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예민하고 정확하다. 

곰의 후각은 개보다 7배나 되고 인간보다는 약 2100배 이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30km 떨어진 곳의 냄새도 감지하고 밀봉된 음식물 냄새도 인식한다고 한다. 실제로 알래스카의 곰이 수십 km 떨어진 캠핑장의 냉동식품 냄새를 맡고 찾아온 사례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곰의 후각은 눈이자 지도이며, 생존의 도구인 셈이다. 그런데 나는 곰이 후각 중심의 인식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모르고 그날 저녁에 손님에게 양갈비를 대접했었다. 양갈비 쓰레기를 밖에 버리지는 않았지만, 결국 양고기 냄새로 불곰을 유인한 꼴이 되었다. 콜로라도 마운틴 뉴스에 의하면, 콜로라도 주에 곰이 약 2만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2024년 한해 동안에 사람이 곰으로 부터 공격을 받은 사례가 총5,022 건이라고 했다. 이는 2023년 보다 42%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미국 야생동물국은 최근 곰이 인간을 공격하는 주 원인이 대부분 쓰레기 때문이라고 한다. 21%는 가축이나 양봉에 의한 것이며, 18%는 새모이, 애완동물 사료, 바비큐 불판, 실외 냉장고 등이라고 발표했다.   

비밀 봉지안의 냄새를 맡고, 봉지를 찢으며 내용물을 탐색하는 불곰의 모습은 어쩌면 도시의 길고양이와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불곰은 300kg 이상의 체중을 가진 강력한 야생동물이며, 인간의 생활 쓰레기가 곰의 본능과 행동반경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본질은 다르다. 나와 불곰의 조우는 우연이 아니라 점점 빈번해지는 인간과 야생 동물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갈등의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불곰이 혼자 민가에 내려온 것은 기본적으로 단독 생활을 하는 동물임을 암시해 준다. 곰을 연구한 논문에 의하면 곰은 대부분 혼자 사냥하고, 혼자 겨울잠에 들며, 혼자 영역을 지킨다고 한다. 내가 마주친 불곰도 그런 습성을 가진 존재였다. 나를 보자 공격하거나 도망치기보다는 상황을 관찰하는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위협 요소를 계산할 줄 아는 영리함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나의 움직임, 나와의 거리, 행동을 고려한 뒤, 불곰은 자기가 이미 꺼내 놓았던 쓰레기 봉지로 향한 것이다.  대부분 곰은 자기가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질 때에 공격을 한다. 자기가 놀랐을 때나, 새끼가 위험에 처했다고 느낄 때, 그리고 자신의 먹이가 방해 받을 때이다. 불곰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먼저 공격하지 않은 이유는 나를 위협하는 존재로 느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놀래서 소리를 지르거나 핸드폰 카메라 플래시를 사용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불곰의 위협성은 대부분 방어적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의 가장 좋은 대응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천천히 물러나는 것이다. 그날의 불곰은 내게 공격하지도, 도망가지도않았다. 침묵 속에서 시선을 나누고,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만남은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나는 불곰을 만난 후에 곰은 두려워해야 할 동물이 아니라 배려해야 할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야생은 우리 곁에 있고,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을 외부의 세계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 곰은 먹이를 찾아 인간의 삶 속으로 내려오고, 인간은 자연 속 깊이 들어가며 서로의 삶을 엿보고 있다. 이 종말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나 경계심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이해와보호와 존중이다. 

원래 하나님은 인간과 자연을 조화와 평화를 공유하는 존재로 지으셨다(창2:19-20). 그러나 아담이 불순종의 죄를 범한후에 긴장과 대립의 관계로 바뀌게 되었다(창3:17-19). 인간과 자연은 함께 창조된 피조물로서 평화와 공존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자연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시19:1). 인간이 자연을 파괴할 때, 그 결과는 단순히자연의 손실에 그치지 않고 인간에게 재앙으로 되돌아온다.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청지기다(창2:15). 자연을 지키는 것은 인간 자신을 지키는 것이며, 창조주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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