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 밤을 새서 공부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공부를 시작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처음 커피를 마셔본 것이었는데, 잠을 자지 않기 위해 커피를 엄청 많이 타서 마셔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카페인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 때문인지 공부가 잘 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이 멍해지더니 잠도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워버렸습니다.
그렇게 멍한 상태로 중간고사 시험을 치뤘고, 물론 그 시험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커피를 잘 모르고 그저 많이 마시면 잠을 안 자고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저의 착각 때문이었습니다.
물 한 잔에 에스프레소 여섯 샷을 넣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커피는 한 모금만 마셔도 정신이 번쩍 듭니다. 적게 마셔도 효과가 크다는 것이지요. 적게 마셔도 많은 카페인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커피 농도가 연하면, 많은 양의 커피를 마셔야 카페인 효과가 나타나지만 농도가 진하면 적은 양으로도 카페인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똑같이 주어져 있습니다. 시간을 밀도 높고 두껍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한 시간을 살아도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몇 시간의 효과를 가지며 살아갑니다. 농도가 진한 커피를 조금 마셔도 카페인 효과가 높은 것처럼, 적은 시간을 사용하더라도 삶의 좋고 큰 영향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살아갑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시간만 많이 보내며 공부하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는데 전략이 있습니다. 그 공부 안에 정확한 계획과 평가가 담겨 있습니다. 계획과 평가가 없이 단순히 오래만 앉아 있으면 효과는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계획과 평가가 있는 연습과 그렇지 않은 연습은 같은 시간을 쓴다 하더라도 효과가 전혀 다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켜스케이팅 김연아 선수는 피겨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인물입니다. 그녀의 연습은 철저한 방향과 계획 그리고 평가가 있는 연습이었습니다. 그렇게 두껍고 밀도 있는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녀는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살아도 시간은 흘러가고 삶은 살아지게 마련이지만 우리의 삶을 좀 더 의미 있고 농도 깊은 시간을 살아보면 어떨까요?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보다, 농도 깊은 시간 사용이 더 큰 열매를 맺습니다. 무언가를 할 때 농도 깊은 시간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나중에 찾아오는 여유의 시간은 더 깊은 평안을 줄 것입니다. 농도가 연한 시간을 사용하며 살아가면 쉬는 시간조차 초조할 수 밖에 없지만, 농도 깊은 시간을 사용하며 살아가면 쉼마저도 깊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살아가려면 시간을 두껍게 사용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피상적인 계획, 단순한 시간계획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의도하고 시간을 사용해야 합니다. 좋은 나무꾼은 도끼질 하는 시간보다 도끼날을 연마하는 시간이 더 깁니다. 마찬가지로 시간을 두껍게 잘 사용하려면, 시간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삶의 의미와 목적 그리고 내게 주어진 환경들을 두루 살펴보며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깊고 치열하게 생각할수록 내 시간은 두껍고 농도가 깊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시간을 밀도 높고 농도 깊게 시간을 쓰는 방법은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저마다 ‘가치 있는 일’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 목적에 맞는 일입니다. 존재 목적에 맞는 일에 시간을 사용하면 그 시간은 가치 있는 시간이 되고, 그 시간을 살아가는 삶은 가치 있는 삶이 됩니다.
성경은 인간의 존재 목적을 하나님을 찬송하기 위함(이사야 43:21)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찬송하는 일은 하나님의 존재와 그 분이 하신 일을 인정하고 기뻐하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며 우리를 위해 하신 가장 큰 일을 인정하고 기뻐하는 것.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분을 인식하며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편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 편에서도 유일하며 온전하게 가치 있는 인간의 삶입니다.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잘 준비하고 계획해서 시간을 밀도 있고 농도 깊게 사용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진짜 시간을 밀도 있고 농도 깊고 가치 있게 사용하는 방법은 믿음이 바탕이 되는 가운데 시간을 사용해 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내가 그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용한다면 그것이 진짜 밀도 있고 농고 깊은 시간사용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 건강을 잘 지키는데 시간을 사용하고,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잘 계획해서 공부하고,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할애해 주고,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잠을 푹 자고’ 결국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분의 말씀 가운데서 행하는 모든 시간은 나에게도 가장 깊은 시간이고, 하나님께서도 인정하시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밀도 있고 농도 깊은 시간을 사용하며 삶을 살아가더라도,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시간이 아니라면, 그 시간이 아무리 인간적인 풍요를 나에게 주더라도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시간은 아닙니다.
오늘 하루도 피상적인 시간에 머무르지 말고,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시간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살아가는 시간. 그것이 바로 가장 밀도 있고 농도 깊게 시간을 사용하는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