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핑객 가장 노조원들 실제 물품 구매 결과 진열대 가격과 달라

콜로라도의 킹 수퍼스(King Soopers)와 시티 마켓(City Market), 그리고 미전역의 크로거(Kroger) 계열 슈퍼마켓에서의 샤핑 결과, 진열대 가격과 계산대에서 실제로 청구된 가격 사이에 광범위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덴버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비밀 사핑객’(Secret shoppers)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 수준과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시점에 예상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콜로라도에서 킹 수퍼스와 새 계약을 협상 중인 노동조합(식품 상업노동자 연합 7지부/UFCW Local 7)은 3월 중 나흘 동안 콜로라도 전역의 50개 매장에서 물품을 구매했다. 총 지출액은 3,921.11달러였다. 하지만 매장 선반에 표시된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총액은 3,297.26달러, 즉 약 16% 낮아야 했다고 비밀 샤핑객의 한명으로 참여한 UFCW의 크리스티 부시 부고문은 밝혔다.

UFCW의 비밀 샤핑 활동은 가디언(The Guardian), 컨수머 리포트(Consumer Reports), 식품·환경 보도 네트워크(FERN) 등 여러 언론사와의 협력으로 진행됐다. 이들 언론사는 3월부터 5월 사이 14개주와 워싱턴 D.C.에 있는 크로거 계열 매장 26곳을 조사했으며 유통기한이 지난 할인 가격이 여전히 선반에 표시된 채 정상가로 계산되는 패턴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언론사들의 조사 결과, 150개 이상의 상품에서 유효 기간이 지난 가격표가 발견됐으며 품목당 평균 1.70달러, 즉 표시된 할인 가격보다 평균 18% 더 많은 금액이 청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컨수머 리포트는 “이번 조사 결과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시기에 일반적인 크로거 소비자가 할인된 줄 알고 구입한 제품에 대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콜로라도에서 킹 수퍼스와 시티 마켓 직원들을 대표하는 UFCW 7지부는 이번 가격 차이 문제를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단체협상에서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다. 노조 측은 매장이 인력 부족 상태에 있으며 그로 인해 오래된 가격표를 교체하는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짐 해먼스 UFCW 소매 디렉터는 “가격표가 갱신되지 않는 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오래된 태그를 제거하는 단계가 있었는데 킹 수퍼스가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너무 줄이는 바람에 이걸 할 여력이 없어졌다”고 꼬집었다.

인력 배치 문제는 킹 수퍼스와 UFCW 7지부 간의 핵심 갈등 중 하나로 지난 2월 일시적인 파업 사태까지 일어난 바 있다. 이 문제는 킹 수퍼스와 세이프웨이(Safeway) 운영사인 알버트슨스(Albertsons)가 추진했던 합병 과정 중에도 제기되었으나 두 건의 소송에서 합병이 기각되면서 무산됐다. 인력 부족 주장과 가격 문제에 대해 킹 수퍼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제한된 사례를 근거로 한 주장은 당사가 투명하고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콜로라도 주농무국(Colorado Agriculture Department)은 킹 수퍼스의 가격 문제에 대해 조사 중이다. 농무국 대변인은 조사 업무를 주관하는 소비자 서비스·계측 부서가 가격 검증 및 과다 청구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UFCW 7지부의 킴 코도바 지부장은 샤핑 조사 결과를 필 와이저 주법무장관실에 공유했으며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장관실 대변인은 “조사 여부에 대해 확인하거나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참고로, 2023년 와이저 장관은 네바다 주법무장관과 함께 진열된 가격과 계산된 가격이 일치하지 않았던 월마트와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해당 합의에 따라 월마트는 콜로라도에 300만 달러를 지불했고 이 자금은 지역 푸드뱅크 등 식품 지원 프로그램에 사용됐다.

이번 가격 조사를 직접 진행한 UFCW의 크리스티 부시는 샤핑객들이 진열대의 가격표와 영수증을 비교할 수 있도록 시간표시가 있는 사진을 촬영했다고 말했다. 조사 목적은 문제 제품을 찾기보다 일반 소비자가 평소에 구입할 만한 제품을 사보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콜로라도 잉글우드 매장에서 구입한 물품의 총액은 83.80달러였으나 진열대 가격대로라면 57.61달러가 되어야 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아이들이 먹을 법한 냉동 치킨 스트립을 3봉지 구입했다. 정가는 개당 10.99달러였고 멤버십 카드로는 9.99달러, 여기에 3봉지 이상 구매시 추가로 개당 2달러 할인이 된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계산서에는 3봉지 모두 정가인 10.99달러로 청구되어 총 32.97달러를 냈고 원래는 23.97달러여야 했다고 부시는 지적했다.

리틀턴 소재 킹 수퍼스 매장에서 서비스 매니저로 근무 중인 크리스 레이시는 “가격 불일치에 놀라지 않는다. 계산대에서는 매일같이 가격 불일치를 본다. 지난주에는 앱에서 아보카도가 개당 99센트로 표시됐지만 계산시에는 1.49달러로 청구됐다. 고객이 문제를 지적하면 직원들이 수정을 해주긴 하지만 시스템 전반의 수정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레이시는 “일부 고객들은 직원들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고함이나 욕설을 듣는 경우도 있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행위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이해가 간다. 내가 고객이라도 불만은 확실히 표명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계약 협상안 중 하나로 ‘가격 진실성 부서’의 신설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는 크로거를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조합원들이 일하기 좋은 매장, 지역사회가 안심하고 장볼 수 있는 매장을 만들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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