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에 설 수 있는 주민을 한 번에 1명으로 제한

콜로라도주 제3의 도시인 오로라 시의회가 최근 이어지는 경찰 폭력 항의 시위 속에 시의회 회의 중 주민 발언 규정을 또다시 강화했다고 덴버 포스트가 보도했다.

오로라 시의회는 지난 5일 회의에서 발언대에 설 수 있는 주민을 한 번에 1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을 찬성 6표, 반대 4표로 가결했다. 어린이, 통역이 필요한 사람,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은 예외로 인정된다. 회의장 단상 인근에서의 사진·영상 촬영을 금지하는 추가 제안은 법적 문제가 우려돼 막판에 철회됐다. 이는 지난해 5월 오로라 경찰 특공대 소속 경관이 비무장 흑인 남성 킬린 루이스(37)를 총격으로 사망케 한 사건 이후, 매 회의마다 격렬한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당시 경찰은 루이스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하려다 총격을 가했고 관할 아라파호 카운티 검찰은 해당 경찰관 마이클 디크에 대해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후 시의회 회의장에서는 시위대의 고성과 소란으로 회의가 중단되거나 시의원들이 비공개 회의로 전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오로라 시의회는 이미 지난해 가을 전화 발언 제도를 폐지한 데 이어 올해 초부터는 주민 발언 시간을 회의 시작전 40분으로 제한한 바 있다.

이번 규제 강화는 오로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말 덴버 시의회에서는 친이스라엘 회의 개최를 반대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회의장을 점거해 일정이 중단됐고 포트 콜린스에서는 여성 시위자 3명이 회의장 벽에 손을 접착제로 붙이며 시위를 벌였다. 이로인해 해당 시의회는 향후 소란 발생시 원격회의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통과시켰다. 최근 볼더 시의회도 중동 분쟁 관련 시위로 인해 시의원들이 여러 차례 회의를 중단하고 회의장을 비우는 일이 발생했다.

콜로라도 지방자치단체 연합회(Colorado Municipal League/CML)의 케빈 보머 사무총장은 “정치적 긴장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주민 참여가 공연화되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 분위기도 원인이겠지만 생중계와 SNS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직접 발언에 나섰던 시의원 출마자 앨리 잭슨은 “이같은 제한은 공동체의 긴장을 완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주민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위협이 아니라, 주민 그 자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버간 의원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조치가 아니다. 의제에 대한 주민 의견 청취 시간 외에도 이메일, 전화, 타운홀 미팅, SNS 등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미도시연합(National League of Cities/NLC)이 지난해 8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시장·시의원·시 행정 책임자 중 73%가 직무 중 괴롭힘을 경험했으며 이 중 90%는 SNS, 84%는 공개 회의 중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보머 사무총장은 “공공 발언 시간을 개인적 의제 홍보나 방해, 시위 수단으로 이용하면 질서와 효율,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콜로라도 정보자유연합(Colorado Freedom of Information Coalition/CFOIC)의 제프 로버츠 사무총장은 “법적으로 시의회는 주민 발언 시간을 반드시 제공할 의무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발언 내용에 따라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위트리지, 레이크우드, 듀랭고 등의 시의회에서는 전화 발언 시스템을 통해 반유대주의 및 인종차별 발언이 쏟아졌고 오로라 시의회도 지난해 비슷한 사건을 겪었으며 그 이후 전화 발언 제도를 폐지했다. 이와 관련, 발언 제한에 반대표를 던진 4명 중 1명인 앨리슨 쿰스 시의원은 일부 주민 발언이 부적절하거나 위협적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나마 실제 물리적 충돌에 가까웠던 건 지난 1월, 코프먼 시장이 자주 항의에 나서는 전 덴버 교육위원 아운타이 앤더슨과 시청 복도에서 언쟁을 벌였던 때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수의 시의원이 킬린 루이스 사망 사건 관련 항의 단체를 과도하게 겨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잭슨은 “일라이자 맥클레인(2019년), 조델 리처드슨(2023년), 킬린 루이스(2024년) 등 반복되는 경찰 폭력 속에, 주민들이 더는 침묵할 수 없어 시의회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큰 고통”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오로라 경찰은 지난 2021년부터 콜로라도 주법무부와의 동의 명령(consent decree) 하에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공권력 사용과 인사, 훈련 등의 제도 개선을 위한 것이다. 잭슨은 최근 일부 시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회의장내 다른 공간에서 원격으로 접속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빈 의자에게 말해야 하는 상황은 매우 실망스럽고 주민의 의견을 듣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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