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망하는 이유는 정치판 때문이라고. 정치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이 코미디 보다 더 재미있으니 코미디를 누가 보겠냐고 합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저도 (신학 대학원 진학 전 학부에서 정치학, 경제학 복수 전공을 했습니다) 이 말에 어느정도 공감을 합니다. 정치판을 보면 황당하고 어이없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한국 만이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치인들과 그를 지지하는 자들의 태도입니다. 이 태도의 문제는 보수, 진보, 중도 그리고 그 사이 모두에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컬럼을 쓰고 있는 저도 이런 태도를 가지고 이 글을 쓰고 있지는 않는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어떤 태도를 제가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제가 말하는 태도는 나만 옳고 다른 사람들은 다 틀렸다는 태도, 나만 정의롭고 다른 사람들은 다 불의하다는 태도, 즉 “나” 중심적인 교만의 태도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정치인들의 언행을 통해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욕을 하고 무시하고 그들의 입장을 듣지도 고려도 하지 않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봅니다. 내가 남을 짓밟아야, 이겨야 되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 말입니다. 

정치판을 떠나서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도 이런 모습을 많이 봅니다. 내가 하는 일은 옳고, 내가 믿는 것은 진리이기 때문에 그것과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공격적으로 대합니다. 그리고 논쟁과 다툼에서 꼭 이겨야만 이 세상이 잘 돌아간다고 믿습니다.

더욱 안타가운 것은 이러한 모습이 예수를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믿는다는 정치인과 안 믿는 정치인의 모습이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믿는 자의 모습과 믿지 않는 자의 모습에 차이점이 없습니다. 아니, 부끄러운 말이지만 예수를 믿는 자들이 더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자신들이 믿고 있는 것에 더 큰 확신과 신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내가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복음의 관점으로 보면 이기는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지는 것이, 희생하는 것이, 그리고 순교하는 것이 진정으로 이기는 것입니다. 요한계시록 7장을 보면 주를 믿는 자들이 하나님께 찬양 드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성도들이 하나님을 찬양하는데 이들은 다 흰 옷을 입고 손에 종려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흰 옷과 종려 가지는 그 시대에 승리한 자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왔을 때 입는 예복이고 승리의 왕을 맞이하는 나뭇가지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들이 어떻게 승리했느냐 입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이들에 관하여 하늘 보좌 앞에 있었던 한 장로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이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어린 양이 흘리신 피에 자기들의 두루마기를 빨아서 희게 하였습니다” (계 7:14, 새번역). 이 말씀의 의미는 환난 가운데 자신을 버림으로, 희생함으로, 순교함으로 승리를 이루었다는 말입니다. 적을 깎아내리고 짓밟아 서가 아닙니다. 희생과 순교함으로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세상의 관점으로는 지는 모습인데 그것이 바로 진정한 승리라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승리인 이유는 희생과 순교는 사랑 없이는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직 사랑만이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무리 내 입장을 상대방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사랑 없이는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내가 희생하고 내가 죽어야 변화가 일어납니다.

예수의 삶을 보십시오. 예수 앞에 수많은 죄인들이 왔습니다. 부정한 자들이 나왔습니다. 간음을 저지른 자, 세리로서 남에게 사기 친 자, 폭력적인 자, 종교적으로 부정한 자 등등 참으로 다양한 자들이 왔습니다. 그럴 때 예수께서 보여주신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진리를 가진 예수께서는 그 진리로 남을 정죄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사랑으로 품으셔서 그들이 진리로 돌아설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사랑은 남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이고 진실로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부터 고려해야 합니다. 이 세상은 결코 흑과 백의 세계가 아닙니다.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여러가지 삶의 현실의 문제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다른 것들을 경험하고 다르게 살아왔기 때문에 나와 다른 결론에 도달아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를 품고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서로를 존중해야 합니다. 나를 죽이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삶이야 말로 진정한 승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 진정한 승리의 삶을 사십시다.

참빛교회
유지훈 담임목사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