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어린이 동요대회가 열렸다. 2년마다 열리는 대회니까, 올해로 7회, 벌써 14년째 이 행사를 해오고 있다. 매주 136페이지나 되는 신문을 만들다 보면 월, 화는 신문 제작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특히 올해는 달라스 지사 일이 더 바빠졌고, 얼마 안 남은 골프대회 준비 기간도 겹치면서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달했다.

우선 트로피부터 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트로피를 제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가격이 많이 올랐고, 트로피에 새겨야 하는 로고와 문구를 일일이 검토해야 하는 작업 시간이 생각보다 꽤 걸렸다. 상장을 만들 종이를 사기 위해 집 근처의 오피스 디포에 갔었는데, 잘못 골라서 이 또한 어김없이 두 번 걸음을 해야 했다. 마이크 시스템을 점검하면서 새 건전지를 사러 갔었을 때였다. 정확한 전압이 기억나지 않아 이 또한 두 번 걸음을 해야 했다. 집안 일에 신문사 일까지, 할 일은 태산인데 왜 이렇게 일을 벌려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필자는 지난 몇 주동안 계속해서 툴툴거렸다.

대회 전날까지 아이들에게 일일이 리허설 시간을 공지하고, 행사 순서지와 안내문을 만들고 문화센터 청소를 시작했다. 동요대회 배너를 달고, 심사위원을 위한 책상을 정리하고, 문화센터 한 켠에 놓여 있던 의자 80개를 꺼내와서 가지런히 배치해 놓았다. 그리고 혹시나 필요할까봐 코스코에 가서 물 한박스를 샀는데, 지하 문화센터까지 들고 내려가느라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 이때까지도 필자는 내가 미쳤지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동요대회는 한국에 사는 가족들의 미국 방문 일정과 겹치면서 신경쓸 일이 배로 늘었다. 그러다 보니 대회 당일에는 정신이 몽롱해 점심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던 것 같다. 더구나 동요대회는 포커스 문화센터에서 열리니까 대관료를 지불할 필요도 없고, 청소년 문화축제보다 간소한 행사라고 생각해서 개최할 때마다 지출과 상금의 대부분을 후원 없이 필자가 책임을 져왔다. 그렇다 보니 동요대회는 괜히 내 돈 쓰는 행사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필자의 이러한 불평 불만과 피곤함은 동요대회가 열리는 순간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마치 마술처럼 말이다. 문화센터에는 참가자들과 응원 나온 가족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리허설도 본선 경연만큼이나 그 열기가 뜨거웠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해왔는지, 매 순간마다 감동이 밀려왔다. 참가자들의 연령이 대부분 10세 미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느 프로 선수들 못지않게 곱게 차려 입은 무대복과 흐트러짐 없는 무대 매너는 대견하기까지 했다.

이 중 가장 고생스러워 보이는 것은 단연 단체팀이었다. 똑같이 무대 의상을 맞춰 입고, 안무를 통일하고, 아이들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져야만 만들어지는 것이 단체팀이다. 이들을 지도한 선생님들의 노력이 얼마나 큰 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린 참가자들의 진지함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순간 지난 한 달 동안 툴툴거렸던 필자가 갑자기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필자가 불만을 쏟아내고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은 이 대회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했을까, 그리고 엄마들의 노력도 얼마나 부산했을까 하는 생각에 숙연해졌다.

올해 대회는 지금까지의 대회 중 참가자가 최고로 많았다. 애초 참가 신청을 했던 어린이 중 세 명이 대회 전날 취소를 알려왔지만, 19팀, 31명의 어린이들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신문사 사무실에 있다가 대회 시간에 맞춰 문화센터에 내려갔을 때, 공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로 너무 놀랐다. 누구 하나 대회 시간에 늦은 친구도 없었고, 응원 온 가족들의 손에는 꽃다발과 선물들이 들려 있었다.  

이번 대회를 하면서 필자가 가장 놀란 부분은 부모들의 관심에서 비춰진 ‘신문의 힘’이었다. 처음에 동요대회를 개최한다는 홍보 내용을 포커스 신문에 게재하면서, 젊은 부모들이 신문을 보고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쇄신문을 잘 보지 않고, 신문은 40대 이상의 중년층이 주요 독자’ 라는 의견으로 치우치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대회에 참가신청을 한 부모들의 대부분이 20~30대 초반이었고, 포커스 신문의 독자들이었다. 이번 동요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포커스 신문의 사회적 역할에 보람을 가지게 되었다.

행사 앞부분에 마이크 작동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해서 염려스러웠는데, 한 참가자의 어머니가 “행사 계획, 개최, 진행 모두 멋진 이벤트 였습니다. 참가하게 되어 큰 영광이었고, 아직 어린 5살 아이가 큰 무대에 설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답니다. 마이크는 아마 있었어도 똑 같았을 것 같구요! 아이에게는 인생 첫 한국 노래 암송이었는데,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거 같아요. 모두에게 기쁜 날을 선물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라는 감사의 이메일을 보내주어서, 대회를 감동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끝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행사에 협조해 준 심사위원, 사회자, 반주자, 후원업체 그리고 포커스 직원들 , 특히 부모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발음과 음정으로 한국 동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들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필자에게 뜨거운 감동을 안겨준 참가자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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