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여러명의 교인을 태우고 교회 밴을 운전하여 장례식장에 간 일이 있습니다. 저는 목적지였던 장례식장 있는 곳의 지리를 잘 몰랐기 때문에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며 길을 찾아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아 있던 전도사가 자신이 길을 잘 알고 있으니 안내하겠다고 하며 그냥 가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길을 떠나 가다보니, 뒤에서 다른 분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이 길 말고 저 쪽 길로 가면 더 빠른데,’ ‘아니, 저 쪽 길로 가면 길이 좋아.’ 라며 여기저기 다른 길로 서로 추천을 합니다. 서로 다른 길로 안내하시니 운전자가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운전하겠습니다. 그러니 모두 길 안내를 멈춰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모두에게 말씀드렸습니다. 그제서야 차 안에서 길 안내 소리는 네비게이션 소리만 들렸고, 편안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운전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을 잘 사용할 줄 알면, 어떤 초행길이나 먼 길이라도 우리는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운전하면서부터 네비게이션을 사용한 세대입니다. 그래서 운전을 할 때는 거의 항상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저는 네비게이션에 대한 신뢰가 있습니다. 네비게이션이 교통상황을 잘 파악하여 길을 안내해주기 때문에, 가장 빠른 길로 목적지를 안내해준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네비게이션을 믿다가 어려운 일이 생겼습니다. 밤 중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집에 거의 다 온 상황에서 경찰차들이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로 왔던 길인데 제가 처음 보는 길이었습니다. 일단 그 길에서 빠져 나와서 다시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았는데, 다시 경찰들이 막고 있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저는 당황했고, 이제는 네비게이션을 의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찌저찌해서 제가 아는 길까지 찾게 되었고, 그 때부터는 네비게이션을 꺼 놓고 집까지 운전해서 왔습니다.

네비게이션이 교통상황을 반영하여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로 안내하지만 갑작스럽게 생긴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대처가 미흡하다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네비게이션은 완전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가나안 땅으로 완전하게 인도하신 하나님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어떤 갑작스럽고 위급한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을 안전하게 완전하게 인도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을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성품과 특성 그리고 그 지역의 모든 상황을 사용하셔서 이스라엘을 인도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400년동안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다가 이집트를 빠져나왔습니다. 빠져 나온 이스라엘은 가야할 목적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약속의 땅 가나안입니다. 그리고 이집트에서 가나안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있었습니다. 그 길은 ‘왕의 대로’였습니다. 그 당시 무역을 위해 사람들이 사용했던 길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길은 편하고, 빠른 길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이 왕의 대로로 인도하지 않으시고 돌아가는 길로 가도록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잘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빠른 길로 가기보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에서 이탈하지 않을 길로 가게 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이 돌아가더라도 전쟁을 피하는 길로 가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잘 알고 계셨고, 그래서 가장 적합한 길로 그들을 인도하셨습니다.  

광야생활 초기에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을 거부하는 상황 때문에, 이스라엘은 광야 안에서 40년간 움직이게 됩니다. 하지만 그 40년간의 시간에도 하나님은 끝까지 이스라엘을 안내하시며 결 국 목적지인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십니다.

그 기간 동안 이스라엘은 그들을 신실하게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은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항상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춥거나 어두울 때는 불기둥으로 더워서 힘들 때는 구름기둥으로 그들을 인도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인생이 지금 어떤 모습에 있든지, 하나님은 40년간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셨던 것처럼 하나님의 계획안에서 인도하신다는 사실을 신뢰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길이 꼭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인도하신다고 생각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원하는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도할 때, ‘하나님 우리 자녀 이 번 시험에 꼭 합격하게 해 주세요. 하나님 이번에 남편이 하는 사업 잘 되게 해주세요.’ 이런 기도를 합니다. 그러면서 시험에 한번에 합격되게, 사업이 대박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그런 기도를 해도 되고, 하나님이 또한 그렇게 인도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실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의 길을 40년 지나는 동안 구름기둥과 불기둥을 똑똑히 보고 있었지만, 광야길을 걸으며 막막하고 불편하고 지루했을 겁니다. 만나와 메추라기를 보내셔서 먹이셨지만, 내일 또 먹을 것이 있을까 하고 걱정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전체의 과정에 하나님께서는 함께 하셨고 인도하셨습니다.

우리의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도, 우리 자녀가 내 기도대로 승승장구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은 우리의 인생을 여전히 인도하고 계심을 기억하십시오. 하나님께서 우리를 잘 아시기에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우리를 단련시키심을 믿으십시오. 잠깐 만끽하는 성공과 승승장구의 기쁨이 아니라 우리 인생 전체를 통해 하나님을 붙잡고 의지하며 신뢰할 수 있는 길로 우리를 이끄신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덴버영락교회 
한시원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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