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로 인한 여파에 사업 유지 힘들까 우려

미국이 주요 교역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첫날, 콜로라도의 기업인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고 덴버 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기업주들과 농업 관계자들은 지난 4일 세계무역센터 덴버(World Trade Center Denver)에서 열린 ‘자유무역을 위한 농민들’(Farmers for Free Trade) 주최의 타운홀 미팅에서 이러한 우려를 표출했다. 이날 미팅은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0%로 2배 늘린 가운데 열렸다.
이에 대해 캐나다는 1,000억달러 이상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일부에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조만간 멕시코가 보복 관세 대상으로 삼을 미국 제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4일 저녁, 연방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은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국으로의 펜타닐 유입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연설한 연사들은 향후 무역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든 관세가 유지된다면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콜로라도에 기반을 둔 ‘아이덴티티 펫 뉴트리션’(Identity Pet Nutrition)의 창립자이자 CEO인 제레미 피터슨은 “이러한 관세는 소비자 가격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 같은 기업에도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그와 그의 형제들은 2018년 이 회사를 설립했으며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소규모 기업이다. 이 회사의 모든 제품은 캐나다에서 공급되며 피터슨은 25%의 세금 인상이 소매 가격을 32.6% 상승시킬 것으로 계산했다. 피터슨은 “우리는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콜로라도 옥수수진흥위원회(Colorado Corn Promotion Council)의 니콜라스 콜글레이저 사무총장에 따르면, 미국내 농부들이 사용하는 질산칼륨 비료의 80% 이상이 캐나다에서 수입된다. 또한, 가축용 의약품과 농작물 보호용 농약도 대부분 중국과 캐나다에서 들여온다.

콜글레이저는 “현재 옥수수를 재배하는 비용이 1에이커당 수익보다 훨씬 더 많이 들고 있다. 따라서 이번 관세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교역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는 관세 부과의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가 불법 국경 월경 및 펜타닐 유입을 단속하도록 압박 ▲미국의 세수 증대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불러들이기 등을 들었다. 트럼프는 원래 지난 2월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려 했으나 30일간 유예했다. 그러나 중국산 제품에는 10%의 관세를 계획대로 시행했다.‘자유무역을 위한 농민들’의 브라이언 쿨 사무총장은 이번 관세를 “불필요하고 해로운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교역 상대국이자 이웃 국가다. 우리는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한 무역협정을 이들 국가와 체결했다. 이는 훌륭한 무역협정이었지만 현재 우리는 그 협정을 어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쿨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즉, 내가 이기려면 당신이 져야 한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캐나다, 멕시코와의 공급망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이를 통해 모두가 이익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관세가 완제품에만 부과된다면 피해가 덜하겠지만, 원자재나 제조 부품에까지 관세가 적용되면 타격이 훨씬 더 커진다. 스테이크 한 점에서 포드 트럭 1대까지, 북미 3국간에는 수많은 교역이 오가며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관세가 부과될 경우 그 비용은 25%를 훨씬 초과할 것이다.

이번 관세로 가장 취약한 미국 주를 분석한 렌딩트리(LendingTree)에 따르면, 콜로라도는 전체 178억달러 수입품의 절반가량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서 들어온다. 몬태나주는 94%의 수입품이 이들 세 나라에서 유입돼 가장 취약한 상태다.‘자유무역을 위한 농민들’과 ‘세계무역센터 덴버’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콜로라도 수입업체들은 4억 5,900만달러의 관세를 부담했으나 이번 관세로 인해 연간 14억달러까지 급증할 수 있다. 특히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 관세만으로도 구매 비용이 3,500만달러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무역을 45년간 연구해온 덴버 메트로폴리탄 스테이트 대학의 경제학 교수 키쇼어 쿨카니는 “내가 배운 경제학 어디에서도 수입 관세가 경제적 복지를 향상시킨다고 가르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관세는 미국내 생산자를 보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호된 산업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 또한, 교역 상대국들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무역량이 감소하고 세계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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