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돼 주민 전원 퇴거한 ‘엣지 오브 로우리’… 벌레 득실 열악한 환경

오로라에 위치한 ‘엣지 오브 로우리’(The Edge of Lowry) 아파트 단지가 결국 폐쇄되면서 주민들이 모두 퇴거했다고 덴버 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오로라 경찰이 공개한 이 아파트 304호 내부에서는 벽과 천장, 바닥 할 것 없이 온통 벌레가 기어 다녔고 벽지와 천장 등 곳곳의 오염이 심각했으며 바닥에는 작은 구멍들이 나 있는 등 열악한 환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토드 챔벌레인 오로라 경찰서장은 지난 2월 26일 해당   아파트 내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곳에서 사람들이 살아왔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개스레인지가 작동하지 않고 전기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CBZ 매니지먼트 계열사가 소유한 이 아파트 단지는 법원의 폐쇄 명령에 따라 모든 세입자가 25일까지 퇴거해야 했다. 현재 60개 유닛이 있는 이 아파트 단지의 창문 대부분은 합판으로 막혀 있다. 오로라시는 지난달 공공 안전 및 복지 문제를 이유로 폐쇄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관할 법원이 긴급 폐쇄 명령을 내렸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여름부터 열악한 주거 환경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출신 갱단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TdA)의 활동과 관련해 큰 논란을 빚었다. 특히 무장한 남성들이 아파트에 난입하는 동영상이 퍼지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아파트 복도에는 퇴거 명령을 알리는 영어와 스페인어 안내문이 아직 붙어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불법 침입 혐의로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의 소유주는 CBZ 계열사인 ‘파이브 달라스 파트너스’(Five Dallas Partners)다. 오로라시는 CBZ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며 ‘엣지 오브 로우리’ 및 또 다른 문제의 아파트 단지인 ‘위스퍼링 파인즈’(Whispering Pines)와 관련해 주택법 위반, 코드 위반, 관리 소홀 등의 이유로 7건의 형사 소송도 제기했다. CBZ 매니지먼트의 변호사 월터 슬래트킨은 폐쇄된 아파트의 상태 및 법적 대응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챔벌레인 서장은 “소유주와 관리 회사가 취약 계층과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열악한 환경의 거주지를 제공하면서 이윤을 극대화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파트 폐쇄 결정 후, 오로라시는 주거 이전을 위해 ‘프로퍼티 솔루션스 콜로라도’(Property Solutions Colorado)를 통해 약 50세대의 이주를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상당수 주민은 자발적으로 떠났다. 이 과정에서 시는 약 36만달러를 난방기, 보안 유지, 기타 임시 복구 비용으로 사용했으며 최종적으로 23가구, 85명의 주민이 약 9만4천달러의 지원을 받았다. 지원 대상자에는 미국 시민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아이티, 콜롬비아, 멕시코 출신 외국인도 포함됐다. 다만 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편, 주거권리 옹호 단체 ‘하우스키즈 액션 네트워크 덴버(Housekeys Action Network Denver/HAND)’를 비롯한 일부 시민 단체들은 시 당국이 주민들에게 체포와 구금을 위협하며 강제 퇴거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로 인해 일부 세입자들은 노숙자 신세가 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챔벌레인 서장은 “주민들은 공정한 대우를 받았고 더 나은 주거 환경으로 이주할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반박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아파트 대부분의 유닛은 10명 이상이 한꺼번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입주민들은 열악한 생활환경뿐만 아니라 아파트 관리진과 범죄 조직의 협박 및 경제적 착취에도 시달려야 했다. 특히 TdA 갱단이 단지를 장악하고 폭력, 협박, 납치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경찰은 해당 아파트에서 불법 체류 중이던 베네수엘라 출신 주민 2명이 갱단에 의해 납치된 사건을 수사했다. 경찰은 갱단원들이 특정 문신을 새기거나 같은 옷을 입지 않아 신원 파악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경찰은 갱단 연루자로 추정되는 최소 15명을 체포했다. 이들 중 1명은 여성 복장과 가발로 변장해 도주를 시도하기도 했다.

챔벌레인 서장은 “이 아파트 단지는 마약 거래, 강도, 총격 사건, 폭행 등이 빈번히 발생했던 장소며 지하실에서는 마약 거래와 성매매까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아 아파트 단지에서만 총 382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로 인해 27명이 체포됐다. 하지만 올해는 같은 지역에서 접수된 신고가 22건으로 급감했다. 오로라시는 이번 조치를 통해 도시 전체 범죄율이 20%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챔벌레인 서장은 “이제 우리는 범죄의 온상이었던 엣지 오브 로우리 아파트 문제를 해결했다. 잘못된 관리도 끝났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이곳에 온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살게 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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