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선거도 치르지 않은 독재자’, ‘그저 그런 코미디언’ 이라는 막말을 하며, 느닷없이 러시아의 푸틴을 옹호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전 세계는 먼저 침공한 러시아에 맞서 지금까지 버텨 온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내심 우크라이나의 선전을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얼마전까지만해도 미국도 그랬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젤렌스키를 향해 불편함 감정을 드러낸 것은 유럽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이쯤되면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싫어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는 정치적, 개인적, 전략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우선,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관계는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불리는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고,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군사 지원을 지렛대로 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군사 원조와 맞물려 바이든 부자의 비리를 조사할 것을 요청했으며, 이 과정이 정치적 압력으로 해석되었다. 이는 미국 내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트럼프의 첫 번째 탄핵으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이를 민주당과 미 주류 정치 세력이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꾸민 정치적 음모로 간주하며, 젤렌스키가 이에 협조했다고 보고 그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두번째,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는 것이 불필요한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해왔다. 젤렌스키가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점 또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정책에 부합되지 않는다. 세번째, 트럼프는 젤렌스키가 미국과 서방 세계의 동맹을 강조하고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에 대한 불신과 나토(NATO) 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우크라이나와 같은 나라가 미국의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트럼프는 2023년 대선 유세 중에는 젤렌스키를 조롱하는 발언을 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2019년 탄핵 사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시각 차이, 푸틴과의 관계, 국제 질서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 그리고 공식적인 행보에서 드러난 감정적 거리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트럼프의 맹비난으로 인해 젤렌스키는 자국 TV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는 허위의 공간에 살고 있다”며 반격한 데 이어, 종전 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희토류 지분 50% 요구에 대해서 “우리나라를 팔 수는 없다”며 트럼프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예상대로 트럼프는 곧바로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에 대해 “그는 선거를 거부하고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서 매우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바이든을 갖고 노는 것뿐”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푸틴과 미·러 경제개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신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우선시 한다면, 국제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전통적인 대외정책 노선과 큰 변화를 의미한다. 트럼프는 푸틴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 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 유럽도 이러한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트럼프가 러시아와 가까워지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하면, 유럽 국가들은 자체적인 방위 역량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은 나토 내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여 방위비 지출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유럽연합(EU) 내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트럼프의 고집이 진전을 이룰 경우, 푸틴의 침공에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무력에 의한 현상(現狀) 변경’에 반대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 조차 언급하기를 꺼리고 있다. 이러한 논리가 자칫 확대 해석된다면, 북한이 먼저 남한을 침공하더라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보인다. 미국이 이처럼 먼저 침략을 일삼은 국가에 더 호의적이라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는 떨어지고, 지도력 또한 흔들릴 수 있다. 나아가 이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등 다른 강대국들도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전개하려는 외교적 행보가 불러일으킬 잠재적 후폭풍은 단순히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안보와 정치적 균형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선택은 더 없이 신중해야 한다.                                    

<발행인 김현주>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