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마치 지난 4년을 벼르고 벼뤘다는 듯이 바이든을 지우기 위한 행정명령들을 쏟아내고 있고, 그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국제 경제 질서는 예상치 못한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 예상보다 커 보인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미국 브랜드에 대한 보이콧으로 번지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부담은 부메랑이 되어, 되려 미국 기업과 국민들에게 향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미국 제품에 대한 글로벌 불매운동으로 확산되면서,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은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되려 타격을 입고 있다. 일례로 주류 사업에서 위스키 매출이 위축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세계적으로 가장 소비가 큰 주류는 미국산 위스키와 멕시코의 데킬라 두 종류다. 최근 미국산 위스키 브랜드 ‘짐 빔’ 등을 판매하는 업체에 따르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다른 국가에서 미국의 위스키 소비는 줄어들고, 미국내 데킬라의 가격은 되려 상승되었다고 한다. 또 캐나다에서는 미국산 주류를 팔지도 사지도 말고, 휴가도 미국 대신 국내에서 보내달라는 경제적 민족주의가 고양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애국 소비’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애플, 스타벅스, 테슬라 등 미국 브랜드 제품의 매출이 감소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미국 제품을 의식적으로 배제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통계다. 한국은 현재까지는 미국 제품을 기피하는 뚜렷한 현상은 없지만, 벌써부터 유명 마트에서는 미국산 소고기보다 20% 저렴한 캐나다산 소고기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하니, 만약 미국이 한국에 대한 강력한 무역 장벽을 지속적으로 적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처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미국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야심차게 시작한 정책이지만 부메랑이 되어, 국민들에게 되려 독이 된 정책들이 여럿 있었다.
1920년대 미국의 금주법이 그랬다. 목적은 알코올 소비를 줄이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밀주 시장과 범죄 조직이 활성화되고, 주류 판매 세수가 사라지면서 경제적 손실이 막중해지자, 결국 1933년에 폐지되었다. 사회 질서를 강화하려고 했지만 범죄 조직이 번성하는 역효과가 더 크게 발생한 것이다.
중국의 대약진 운동도 그랬다. 1958년부터 1962년까지, 약 4년간 마오쩌둥 주석은 농업과 공업을 동시에 발전시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대약진 운동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생산 목표와 공산주의식 집단 농업은 생산성을 급격히 저하시켰고, 심각한 굶주림 상황이 닥치면서 수 천만 명이 아사했다. 경제 성장을 목표로 했지만, 오히려 최악의 기근과 경제 붕괴를 초래한 셈이다.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도 다를바 없다. 고르바초프가 1985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 경제를 개방하고 민주화하려 했던 정책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경제 혼란만 가중되었다. 개혁 과정에서 중앙 정부의 힘이 약해지면서 공화국들이 독립을 선언했고 결국 소련을 붕괴의 길로 이끈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경제 개혁을 통해 소련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붕괴를 촉진한 결과를 낸 것이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도 부메랑이 되어 미국에 되려 상처를 안겼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고 중동에 민주주의를 확산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이라크 전쟁에 출전했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는 존재하지 않았고, 전쟁이 장기화 되자 막대한 경제적, 인적 피해가 발생했다. 이 와중에 이라크에 권력 공백이 생겼고, 극단주의 조직(ISIS)이 뿌리를 내렸다. 중동을 안정화하려 했지만, 오히려 혼란과 극단주의 조직을 강화시킨 모양새가 되었다.
영국이 유럽 연합을 탈퇴해 경제적 주권을 강화하겠다는 브렉시트도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상태이다. 영국은 지난 2016년부터 유럽연합(EU)을 탈퇴해 경제적 독립과 자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고자 했지만, 경제는 점점 불안정해졌고, 기업과 투자자들이 영국을 떠났다. 결국 경제적 주권을 강화하려고 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기만 했다.
트럼프 1기 때도 비슷했다. 법인세 인하를 통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로 감세 정책을 펼쳤지만, 가장 큰 혜택은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돌아갔고, 중산층과 서민층의 혜택은 미비했다. 실질적인 경제 성장보다는 부의 격차와 재정 악화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도 보호무역주의와 강경한 경제 정책이 기대와 달리 부메랑 효과를 일으켜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가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단기적으로 미국 산업 보호를 목표로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무역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며 오히려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는 단순한 소비자 정서를 넘어 각국의 자국 브랜드 육성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들의 해외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단기적인 관세 정책보다 장기적인 협력과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발행인 김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