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 벽시계가 있었습니다. 태엽을 감아주면 얼마 동안 잘 작동했습니다. 태엽을 감아주는 일은 주로 제가 했습니다. 신기하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가끔 시계가 정지하면 정확한 시간을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라디오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유선 라디오가 설치된 후에는 라디오에서 알려주는 시간을 듣고 시계를 맞추었습니다.
가끔 초대장을 받습니다. 초대장을 보면 일반적으로 행사명이 나오고 일시와 장소가 나옵니다. 왜 일시가 장소보다 먼저 나올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유는 시간이 장소보다 중요하다고 대부분 사람들이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4:40’ 또는 ‘5:50’을 읽을 때 ‘네 시 사십분’ 또는 ‘다섯 시 오십분’이라고 읽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시간’을 읽을 때에는 하나, 둘, 셋 .... 으로 읽고, ‘분’을 읽을 때에는 일, 이, 삼 .... 으로 읽습니다. 왜 ‘사시 사십분’ 또는 ‘오시 오십분’이라고 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조선시대에는 하루를 12시간(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각 시간을 8각(일각, 이각, 삼각, 반각, 오각, 육각, 칠각, 정각)으로 나누었습니다. 지금도 ‘9:00’을 읽을 때 ‘아홉 시 정각입니다’ 라고 읽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1각’은 현재 시간으로는 15분(2시간 나누기 8각)에 해당됩니다. 조선시대는 ‘시간’이라는 단어보다는 ‘시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시’에는 ‘사시’와 ‘오시’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4시’와 ‘사시’를 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 ‘4:00’는 ‘네 시’로 ‘5:00’는 ‘다섯 시’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시간을 영어로는 'Time'이라고 합니다. Time은 'Tempo'라는 단어에서 나왔습니다. Tempo는 ‘빠르기’ 또는 ‘리듬’을 의미합니다. 시간은 해가 뜨고 지고, 달이 차고 기우는 것 같은 천체의 리듬을 시간으로 생각했습니다. 태양을 기준해서 ‘한 해’ 또는 ‘새해’라는 단어가 생겼습니다. 달을 기준해서 ‘한 달’이라는 단어가 생겼습니다. ‘한 주’는 ‘일, 월, 화, 수, 목, 금, 토‘로 이루어졌습니다. 즉 태양계 행성들의 이름입니다.
시간의 ‘시’자를 한자로는 ‘時’라고 씁니다. ‘時’자는 日(날 일)과 寺(절 사)가 합쳐진 글자로, '해가 일정하게 뜨고 진다'에서 '때'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즉 시간을 알리는 일이 종교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종교 시설에는 시간을 알리는 종(탑)이 있습니다. 나중에는 시계탑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마을 입구에 교회가 생겼습니다. 교회당 옆에 종탑이 있었습니다. 예배 시간 30분전에 초종을 쳤습니다. 예배시간이 되면 재종을 쳤습니다. 종소리를 듣고 시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종교와 정치가 일치했었습니다. 권력자들은 자기가 권력을 갖고 있다는 표시로 종교에서 주관하는 시간을 차지하려고 했습니다. 이러한 시도의 하나로 황제가 즉위하면 ‘연호(연도의 호칭)’를 사용했습니다. 천자가 등극하면 연호가 시작되고 죽으면 끝났습니다.
중국의 진시황은 ‘천자(天子)’라는 지위를 만들었습니다. 즉 자신을 ‘하늘의 아들’이라고 부르도록 했습니다. 이후로 중국의 황제는 천자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습니다. 즉 정치적으로는 황제이고 종교적으로는 천자라는 것입니다.
천자는 하늘의 조화를 이 세상에 구현하는 자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천자는 시간을 지배하는 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해가 되면 천자는 책력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일 년 동안의 해와 달의 운행, 절기, 특별한 기상변동 따위를 순서에 따라 적은 책(冊)을 책력(冊曆)이라 부르는데 황제국(皇帝國)에서만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도 아니 고구려도 책력을 만들 수 있었지만, 조선에서는 매년 동지사(冬至使)를 중국에 파견하여 책력(冊曆)을 가져와습니다. 책력을 받아온다는 것은 중국이 지배하는 천하에 동의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1899년 말이 지나고 다음 해는 1900년이 됩니다. 즉 세기가 바뀌는 중요한 해입니다. ‘1899년 말에 조선에서 무슨 이벤트가 있었느냐?’ 라고 물으면 1899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광무(光武)’라는 연호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광무’라는 연호는 1897년 8월 17일부터 1907년 8월 3일까지 대한제국(고종)의 첫 번째 연호이었습니다. 즉 1900년은 광무4년이었습니다.
‘서력기원(西曆 紀元, 基督敎 年代)’ 연호는 예수 탄생을 기원(紀元)으로 한 기년법의 책력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약칭은 ‘서기(西紀)’입니다. ‘서기’는 영어로 BC(Before Christ)/AD(Anno Domini)라고 표시합니다. 'Anno Domini'는 라틴어로 ‘주의 해’라는 의미입니다.
한국은 1961년까지 단군기원인 단기(檀紀)를 썼습니다. 한국은 1961년 12월 2일 공포된 ‘연호에 관한 법률’에서 “대한민국의 연호는 서력기원으로 한다!”며 그 부칙에서 “본 법은 서기 1962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라고 공표했습니다.
예수님은 ‘성자 하나님!’이라 호칭되고 있습니다. 즉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천자)’입니다. 예수님은 천하의 주인(시간의 주인)입니다. 예수님이 천하의 주인이라고 한국도 동의한 셈입니다.
에콰도르 선교사 임동섭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