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의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에 대해 맹공격을 퍼부었다. 윤 대통령이 골프 라운딩을 한 날짜와 시간을 도표까지 만들어, 뭔가 대단한 것을 알아낸 냥 윤 대통령의 지난 몇 달간의 라운드 스케줄을 공표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트럼프와의 외교를 위해 골프 연습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골프 치는 것을 공격하는 것도, 이에 대해 진땀 빼며 변명을 하는 청와대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 한심한 상황을 골프광’인  트럼프가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무척 궁금해진다. 대통령이라도 잘못한 게 있으면 마땅히 지탄받아야 하겠지만, 골프 건은 다소 억울해 보인다.

내년 1월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벌써부터 자신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인사를 대거 발탁했다. 여기에는 한국 대통령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직계가족인 아들도 포함되어 있다. 국무장관을 비롯해 각 부서의 주요 인사들은 지금까지 트럼프에게 충성을 바친 인재들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트럼프는 확실한 자기 편에 힘을 실어주는 스타일이다. 트럼프의 이런 기질은 세계 각국의 정상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각 국가들의 국익은 트럼프와 어떻게 우호적인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트럼프가 원하고 혹은 좋아하는 것을 해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가 유난히 친밀하게 지냈던 아시아 국가의 수장은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였다. 트럼프 1기 때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와 브로맨스 관계를 맺으며 미·일 동맹을 견고히 했다. 아베가 트럼프와 골프 회동 시, 벙커에서 뒤로 자빠졌다가 벌떡 일어나 트럼프의 뒤를 좇아가는 영상은 두고두고 아베의 굴욕이라는 타이틀로 회자되고 있다. 2016년 11월,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아베는 트럼프와 통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당선 확정 열흘만에 뉴욕에 있는 트럼프 타워로 직접 찾아갔다. 아베는 트럼프가 수십 개의 골프장을 소유한 ‘골프광’이라는 것을 미리 간파했고, 그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엄선했다. 그리고 최고급 혼마 금장 골프채를 선물했다. 그때만해도 오바마 정부의 임기가 두달정도 남아있었기 때문에 일본 외무성은 내심 보복을 걱정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베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골프채를 선물하며, 함께 골프를 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한 아베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취임 직 후 곧바로 아베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 다음날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동승해 1985년에 구입한 자신의 마라라고 리조트로 가서 함께 골프를 쳤다. 18홀 라운딩 후 예정에 없던 9홀을 추가로 더 돌았다. 이처럼 아베는 트럼프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하루에 세 끼 식사를 함께 하고 27홀 골프를 치면서 의기투합했다. 트럼프에 대한 아베의 구애작전은 임기내내 계속되었다. 그럴 때마다 아베의 섬세한 준비에 감동한 트럼프는 일왕 나루히토가 주최한 만찬에서 양국 관계를 한층 더 격상시켜 “미·일 관계는 보물 같은 동맹”이라고 최고의 찬사를 했었다. 이렇게 아베는 트럼프와 2020년 4월까지 정상회담 14회, 전화 통화 35회를 기록했다. 트럼프 취임 후 매달 최소 한 차례 이상 통화를 한 셈이다. 전례 없이 긴밀한 미·일 관계를 만들어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었던 이유다.

한국에서 골프라고 하면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여서, 공무원이 치면 유독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솔직히 초등학교 동창, 고교동창, 대학동창 그리고 동네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즐기는 것도 골프다. 하물며 대통령이 주말에, 그리고 여가시간에 골프를 치는 것을 두고 꼬투리를 잡는 건 사사건건 시비를 걸겠다는 의미로 보여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미국 CNN에서 트럼프 골프 논란이 있었던 적이 있다. 솔선수범을 보여야하는 대통령이 팬데믹이 한창일 때 마스크도 쓰지 않고 골프를 계속 친다는 이유에서였는데, 그는 당당히 말했다. 오바마도 쳤고, 나의 일상인데 무슨 문제가 되냐고 말이다. 트럼프는  4년의 임기동안 4백 번이 넘게 라운드를 했으며, 사비로 백악관에 골프 시뮬레이션 기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앞으로 4년간도 트럼프의 시대이다. 아베 만큼 비유를 맞추자고 제안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의 라운드 횟수까지 도표를 만들어 국정감사에 올리는 건, 외교의 흐름을 감안하지 못하고 있는 처사가 아닐런지 싶다.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공식적인 만찬은 1시간 정도, 그것도 자연스러운 얘기는 오가지 못한다. 친밀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골프는 다르다. 4시간 동안 두 사람만이 교감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골프 후 식사를 하면서도 우정을 쌓을 기회도 많아진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승리 직후 각국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했다. 윤  대통령이 일본 이시바 현 총리보다 앞섰다. 통화 시간도 윤 대통령이 12분이었지만, 이시바 총리는 5분이었다. 트럼프가 한국에 대한 감정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이럴 때 우리도 나름대로의 전략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승부욕 강하고,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광이다. 트럼프는 과거 박세리 선수를 만나 “한국 선수들이 골프를 너무 잘한다. 왜 미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보다 못하는 것이냐”고 묻는 등 한국 골프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에게 골프 몇 번 쳤냐고 따져 묻고, 면박을 줄 것이 아니라,  트럼프도 부러워하는 국내 유명 선수들에게 골프레슨을 받게 해서, 되려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실력으로 만들어 놓는 방법은 어떨까. 만약 윤 대통령이 골프를 더 잘치게 되면, 승부욕이 강한 트럼프는 윤 대통령을 자신의 라운딩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로 계속해서 초대하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 여가 생활로 골프를 치는 대통령을 너무 다그칠 이유가 없다. 앞으로 4년 동안은 윤 대통령의 골프 싱글 만들기 전략이 트럼프와의 외교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지도 모른다.           

 <발행인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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