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로써 트럼프는 미국의 45대, 그리고 47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22, 24대) 이후 132년 만에 ‘징검다리 대통령’의 탄생이란 기록을 썼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초박빙 승부라 쉽사리 승패를 결정지을 수 없을 것이라던 주류언론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두며 싱겁게 끝이 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7개 경합 주에서 싹쓸이를 하며, 개표가 시작된 지 1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승부는 빠르게 갈렸다. 기대를 걸었던 노스캐롤라이나에 이어 노심초사했던 조지아에서 승리하고, 최대 격전지로 분류됐던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자정을 넘기면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해리스 캠프가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어왔던 미시간은 물론 애리조나, 네바다, 위신콘신 등 나머지 경합주에서도 승리를 거두면서 일찌감치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참고로 미국 대선은 주별로 뽑힌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면 승리하게 된다.
특히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블루월'(Blue Wall·파란 장벽)로 불려왔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그 높았던 벽도 쉽게 허물어져 버렸다. 더 놀라운 결과는 50개주 중 41개 주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점이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는 선거인단 295명을 확보, ‘매직 넘버’270명을 훌쩍 뛰어넘는 압도적 승리를 거머쥐면서 ‘트럼프 2기’ 시대의 막을 올리게 되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4년 전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폭력적 반란을 유도했다는 중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번 유세과정에서는 두 번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례적 복귀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미국 대선이 싱겁게 끝난 이유는 몇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합법적인 이민자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에 동의했다. 경기도 어려운데, 불법 이민자들 때문에 직업을 뺏긴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미국내 이민자들이 오히려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정책을 원하고 있었다. 두번째는 바이든과 해리스의 이민자 포용정책은 사회적으로 매우 혼란을 일으켰다고 본다. 예를 들어 콜로라도 덴버는 Sanctuary city 중 하나인데, 난민들과 불법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합법적인 이민자와 시민들은 계속해서 불안하고 범죄에 노출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필자 개인적으로 밀접하게 느끼고 있다. 현실은 낙태, 가치, 이런 것보다 직적접인 생계와 가족의 안정과 안녕, 합법적인 시민으로서 대접 받는 것 등을 더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세번째는 합법적 신분의 멕시칸에 이어 흑인 남성들까지 트럼프에게로 돌아섰다는데 있다. 이들 또한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포용력은 없다. 특히 흑인 남성들이 많은 경합주 블루월 지역(공업지대)은 여성 대통령으로서 혹하는 공약을 내놓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네번째는, 투표결과 인종의 벽도 있었다. 아직까지 미국은 대통령으로서 흑인 여성보다는 백인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비친다. 미국 내에는 여러 인종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백인이 많은 곳이 미국이다. 그렇다보니 미국인은 대통령으로서 여성과 흑인이 나서는 것에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보인다. 이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해리스 보다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등판을 원했던 이유일 것이다. 다섯번째, 해리스는 자신의 공약에 집중하는 것보다,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깎아내리는 것에 집중했다. 미국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해리스의 다소 추상적인 정책에 비해 트럼트는 과격하지만 미국인들이 원하는 직접적인 공약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팬데믹 이후 불법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주변에서 확연히 느껴진다. 아이들이 운전하는 것도 위험하고, 마켓에 가는 것에도 위험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민주당이 장악한 도시들은 이러한 현상이 심하다. 이 곳 콜로라도만 봐도 그렇다. 난민들이 밀려들어오면서, 난민들에 대한 포용의 의미보다, 기존의 시민들에게 위해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들이 불법을 자행해도 신속한 대처방안이 없다. 고등학생 아이들이 운전하는 것도 위험해보인다. 혹여 뺑소니라도 치고 달아나버리면 합법적인 시민들은 속수무책이다. 콜로라도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구걸하는 난민들이 넘치면서 매일같이 교통사고에 노출되어 있다.
콜로라도는 지리적으로 공화당 지지주들에 둘러싸여 있는, 민주당이 이끄는 섬과 같다. 난민과 불법 이민자들은 노숙자로 이어지고, 오락용 마리화나, 낙태, 동성애, 높은 최저임금, 높은 생계비 등 콜로라도에는 한인사회가 납득하기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인사회의 정치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대선과 함께 실시된 연방의회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자리를 4년 만에 탈환했고, 하원에서도 다수당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백악관과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하는 ‘트라이펙타(trifecta·3연승)’가 현실화되며, 사실상 트럼프에게 무소불위의 힘이 실리게 됐다. 트럼프의 복귀는‘미국이 돌아왔다’는 바이든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의 종식을 의미한다. 이처럼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재추진되면서 전 세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의 귀환은 반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두려운 현실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또 다시 물가를 상승시킬 것이고, 한국에는 9배의 방위비를 청구할 것이며, 바이든이 밀어준 삼성에 대한 지원금도 물건너갈 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트럼프를 선택했고, 그는 4년 전보다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가 외쳐왔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한번 위대하게)에 대한 슬로건을 믿고 지켜볼 일만 남았다.
<발행인 김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