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혁파 승부사 마침내 '꿈' 이뤘다

한국이 6ㆍ25의 참화에서 아직 신음하던 시절, 서울역에서 동냥을 하던 소년이 있었다. 소아마비까지 앓으며 삶의 무게를 짊어진 이 소년은 불굴의 의지로 국비 유학생 기회를 잡는다.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를 나온 그는 유전공학 박사로 자수성가한다. 그렇게 '닥터 진 김(Jin Kim)'으로 다시 태어난 그는 간호사인 부인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워싱턴DC로 여행을 떠난다. 캐피톨 힐, 즉 의사당에 아들 앤드류를 데리고 들어간 그는 이렇게 속삭인다. "여긴 민주주의의 성지(聖地)란다. 너에게 모든 가능성을 준 나라인 미국을 사랑해라."

그 소년이 5일(현지시간), 의사당에 한국계로는 최초 상원의원으로 입성했다. 하원의원으로서는 3선을 했지만 상원에 입성한 건 정치 신분 업그레이드다. 정치인 여정에서 핵심 이정표를 세우는 데 큰 산을 넘었다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그가 발의하는 법안엔 'S'자가 붙는다. 상원의원(Senator)를 상징하는 글자다. 한국계 상원의원이라는 점에서 한·미 관계에도 우군이 될 전망이다. 

5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한인으로는 처음 상원에 진출하게 된 앤디 김(42) 후보는 ‘한인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적 인물인 이민 2세다.
앤디 김 당선인은 이날 밤 열린 승리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도 못 했다"며 “이 순간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모님과 아내 카미에게 감사하다며 함께 무대에 오른 아들 오스틴(9세)과 어거스트(7세)에게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앤디 김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으로 젊은 나이에 뉴저지주에서 3선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기득권을 혁파하는 모습을 보여줘 미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마침내 연방 상원의원 자리까지 꿰차게 됐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뉴저지주 3지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그는 당시 공화당 현역 의원이었던 톰 맥아더에 신승을 거두며 뉴저지주의 첫 아시아계 연방 의원이 됐다. 뉴저지주 남부 지역인 그의 지역구는 백인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고 아시아계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2022년까지 두 차례 선거에 연거푸 승리하며 3선 고지에 올랐다. 지난 2021년 1월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지지자들이 대선 패배에 불복해 의회에 난입한 사태 때 폭도들이 물러난 뒤 난장판이 된 연방 의회 건물에서 혼자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성실한 공복’의 이미지를 얻으며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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