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2024 노벨문학상에 한국의 소설가 ‘한강’ 씨가 선정되었다. 한국작가로는 최초이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도 최초이다. 노벨상 전체로는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한국인 수상자이다. 찰스 존 피더슨이라는 한국 출신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 더 있다고는 하지만, 그는 국적과 출생지가 모두 한국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강 작가와는 달리 출생지만 부산인 미국 국적 화학자다. 참고로 그는 대한제국시절 노르웨이 해군엔지니어였던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가 러일전쟁을 피해 부산에서 머무는 동안 태어났다. 그래서 그를 굳이 한국이 받은 노벨상이라고 끼어 맞추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리고, 노벨문학상은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수상 후에도 수상자가 진정 세계 평화에 기여했는가에 대한 논쟁이 늘 따라다니는 노벨평화상과는 사뭇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그의 수상은 그야말로 한강(韓江)의 기적이다. 한강 작가는 2016년 5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에서 수상을 하였고,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석권해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가였다. 그러나, 아시아 여성으로서 노벨상을 받은 전례가 없었고, 한강 작가보다 고은 작가나 황석영 작가와 같은 대선배가 매년 거론되어 왔으며, 올해 후보군에도 거론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돌면서, 그에게 노벨문학상은 뜻밖의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 권위의 상이라고 불리는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고 이를 기업화해 거부가 된 스웨덴 출신 알프레드 노벨(Alfred B. Nobel)에 의해 만들어졌다. 다이너마이트와 관련해 그가 보유한 특허만 355개에 달했다. 하지만 자신의 발명품이 전쟁에 악용되는 것을 보며, 자신의 재산이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1895년 11월 유언장을 통해, ‘인류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그의 유산 약 3100만 크로네를 스웨덴의 왕립과학아카데미에 기부하였다. 이 유산으로 하여 노벨재단이 설립되었고, 1901년부터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등 6개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을 하고 있다.
노벨상은 분야마다 선정 기관이 다르다. 생리의학상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 물리·화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선정한다. 소설가 한강이 받게 된 문학상의 선정 주체는 스웨덴 한림원(翰林院)으로 1786년 당시 국왕 구스타프 3세가 설립한 스웨덴어·스웨덴 문학 진흥 기관이다. 스웨덴어로 Svenska Akademien, 영어로 Swedish Academy 로 쓴다. 그리고 한림원으로 번역된다. 참고로, 한림원이라고 번역하는 이유는 중국에서 유래됐을 가능성이 높다. 당나라 현종 때 설치한 왕립학술기관을 한림원이라 부른 것이 용어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붓[翰]을 든 학자들이 숲에 모여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한림원이란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즉, 한림원은 아카데미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 의미와 기능이 유사한 동양의 전통적인 학술 기관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본다.
한국은 1901년 노벨상 시상이 시작된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비과학 분야인 평화상을 수상하면서, 간신히 이름만 올린 처지였다. 국가 경제가 발전하고 , 지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매해 10월이면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대부분은 ‘역시나’로 끝났다. 이에 반해 일본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등 경제학상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31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자만하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31대 1’이라는 충격과 자조를 안겼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는 ‘일본은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는가’라는 자탄이 쏟아지고 있다.
한강의 수상은 이처럼 노벨상에 굶주려 있는 대한민국에 단비가 되었다. 단비 정도가 아니다.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대한민국의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오지 못했던 이유는 언어적인 장벽이 컸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일등공신은 번역가 데브라 스미스다. 그는 한글과 영어 사이의 언어 장벽을 허물고 세계 독자들을 한강의 작품으로 초대한 장본인이다. 영국 캠프리지 대학에서 영문과를 졸업하고, 런던대학교에서 한국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그녀는 한국이 좋아서, 한국어에 빠져 독학한 지 3년 만에 채식주의자를 만났다. 해당 작품으로 2016년 한강과 함께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함께 받았다.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상이다. ‘채식주의자’ 외에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Human Acts)’, ‘흰’도 번역했다. 한강의 수상에 혁혁한 공을 세운 스미스는 영국 내에서도 최고의 학력을 자랑하는 지식층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를 배워, 한국어를 전공해 한강의 작품을 번역하기에 이른 것은 K컬처의 기적으로 평가받아도 무방할 듯하다.
노벨위원회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 직후 그들의 SNS 에 작가이름 ‘한강’과 작품 ‘채식주의자’를 ‘한글’로 게재했다. 노벨상의 권위에 한국인의 이름이 꼿꼿이 올라 있는 장면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랑스럽지 않은 국민은 없었을 것이다. 비록 몇몇 사람들의 잡음이 들리긴 했지만, 이는 노벨상의 무게가 훼손될 수준이 아니기에 언급의 가치조차 없어 보인다. 한강의 수상으로 인해 서점에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일주일 만에 백만부 이상의 인쇄 책이 팔렸다고 하니, 이또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강 작가 덕분에 책 읽는 시민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한국문화의 저력, 한국문화의 세계화 라는 물꼬를 터주었다. 한국 문학이 이제는 세계 문학의 중심에 있다는 걸 보여준 쾌거이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 그가 보여줄 또 다른 세계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