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에는 한국에 있는 형제들이 덴버에 있는 저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저는 5남매 중에 넷째인데 한국과 미국에 있는 5남매와 배우자들까지 포함해서 모두 10명이 함께 모일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연로한 어머님이 한국에 계셔서 형제들이 돌아가며 어머님을 모시는데 모든 정성을 쏟아부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어머님이 88세의 일기로 하나님 나라로 가셨습니다. 한국에서 장례식을 마치고 난 다음에 그동안 어머님을 모시느라 애쓴 한국 형제들에게 덴버에 있는 저의 집을 방문해서 함께 여행도 하자는 제안을 했더니 형제들이 다같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저의 집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형제들도 있었습니다. 형제들이 이렇게 다함께 모일 수 있는 것은 무려 30년만의 일입니다. 저와 아내는 10명 형제들의 뜻깊은 방문을 준비하면서 기대감과 긴장으로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형제들이 다 함께 모여서 먼저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를 드리면서 어머님이 좋아하던 찬송가 301장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를 부르는데 모든 형제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 어머님을 보내고 나서 처음으로 형제들이 함께 하는 모임이어서 좋기도 했지만 어머님이 좋아하던 찬송가를 부를 때는 형제들의 눈에서 눈물이 절로 흘렀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 5남매와 배우자들을 위해서 늘 기도하셨고 사랑과 정성으로 자녀들을 잘 길러내신 너무나 훌륭한 어머니셨습니다.

몇일 동안은 덴버 주변에 아름다운 곳들을 함께 돌아보았습니다. 12인승 차를 하나 렌트해서 마치 수학여행을 떠나는 어린 아이처럼 설레는 가슴으로 여행도 하며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나누었습니다. 10명의 형제들이 함께 모여 여행을 할 수 있다니 참으로 꿈만 같은 여행이었습니다. 덴버에 있는 동안은 10명의 형제들이 좁은 저의 집에서 방을 나누어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이런 공동 생활은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처음하는 생활이었습니다.  첫번째 주일은 저희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저의 형님은 교목으로 은퇴한 목사님인데 첫번째 주일에 설교를 해주었습니다. “믿음으로 살리라”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는데 교인들과 함께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10명의 형제들은 “오 놀라운 구세주 예수 내 주”를 특송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두번째 주일에는 원로목사님이 되신 둘째 매형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해주어서 성도님들과 함께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첫번째 주일 후에는 서쪽에 있는 캐년들을 함께 방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 그랜드캐년, 아치스 등을 둘러보았습니다. 미국의 서부에 있는 대평원을 바라보면서 형제들이 “미국은 역시 땅이 넓다.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면서 함께 대화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었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하는 중 어느 순간 갑자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형제들끼리 모여서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마음이 너무 편해진 것일까요? 한 누님의 어떤 모습을 보고 재미있게 표현을 하다보니 말이 지나치게 된 것입니다. 몇 형제가 거듭해서 표현을 추가했습니다. 그러한 표현들과 과거에 가정에서 받았던 상처에 대한 기억까지 더해진 것입니다. 마침내 그 누님은 표정이 어두워졌고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형제들이 사과를 하고 위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그 누님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모임을 호스트하는 입장에서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이 모임을 위해서 얼마나 정성스럽게 준비를 했는데 이렇게 끝나면 안되는데 …’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모든 어려운 일들이 잘 해결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한 형제가 눈물을 터뜨리자 다른 형제들도 서로 자기가 그 동안 가정에서 받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거의 모든 형제들이 저마다 받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맞이는 맞이대로, 막대는 막내대로, 중간에 끼인 형제들은 끼인 형제대로 다 저마다 상처를 받았습니다. 부모님 사업이 망해서 수학여행을 못갔던 이야기, 잘못을 저질러서 부모님에게 매를 실컷 맞았던 이야기, 남동생을 위해서 대학을 포기해야 했던 누님들의 이야기 등등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저마다 상처와 아픔을 드러낼 때 어떻게 결론이 날까 참으로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또 다른 반전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런 상처를 드러낼 때 다같이 느낀 것은  ‘나만 상처를 받은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모든 형제들이 다 각자의 위치에서 상처를 받은 자들이었습니다.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확인한 후에 형제들이 서로를 위로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그렇게 상처를 받았구나… 몰라줘서 미안하다’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럴 때 형제들의 응어리진 마음과 상처들이 치유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헤어질 때는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치유된 마음을 가지고, 서로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형제들은 상처가 많은 자들인데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은혜로 상처를 치유해 주시고 각자의 위치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가는 자들이 되게 해주셨습니다. 형제들이 헤어질 때는 다시 한번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찬송의 가사를 고백하며 헤어질 수 있었습니다. 상처 받은 형제들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치유 여행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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