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오로라 시내 버스 정류장 … 백인 여성 2명이 설치 추정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표적으로 삼은 인종차별적이고 반이민적 문구가 적힌 여러개의 표지판이 덴버와 오로라시내 콜팩스 애비뉴 버스 정류장에 설치돼 덴버대중교통국(RTD)과 경찰이 즉각 제거하는 한편, 누가 설치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덴버 포스트 등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표지판은 지난달 29일 갑자기 등장했으며 시카고에서도 유사한 표지판이 최근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숀텔 루이스 덴버 시의원은 X(구 트위터)에 발표한 성명에서, “흑인 여성이 POTUS(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미국 대통령)가 될 수 있는 해에 증오심을 품은 사람들은 미국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이런 종류의 끔찍한 캠페인을 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RTD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첫 번째 표지판은 8월 29일 오전 5시쯤 덴버시내 콜팩스 애비뉴와 오나이다 스트리트 교차로 근처 버스 정류장 기둥에서 버스 운전사에 의해 발견돼 신고됐다. 덴버시내의 다른 두 표지판은 세인트 조셉 의료 센터 근처 가필드 스트리트와 콜팩스가 만나는 교차로와 요세미티 스트리트와 콜팩스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각각 발견됐다. 오로라에서는 놈 스트리트와 이스트 콜팩스 애비뉴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같은 내용의 표지판이 발견됐다.
덴버시내 콩그레스 파크 지역에 사는 그렉 벨은 덴버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8월 29일 오전 8시20분쯤 콜팩스 애비뉴와 가필드 스트리트 교차로 버스 정류장에 2명의 백인 여성이 표지판을 설치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뭔가 잘못됐다는 건 알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다. 근처 식료품점으로 가는 길에 두 여성을 지나쳤다. 두 여성은 흰색 사다리와 쓰레기 봉지를 들고 있었고 표지판을 들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몇 분 후, 두 사람이 버스 정류장 앞에 사다리를 세우고 한 여성이 흰색 금속 표지판을 들고 사다리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루이스 시의원이 제공한 사진을 보면, 1개의 흰색 표지판에는 “흑인은 버스 뒷자리에 앉아야 한다. 카멀라의 이주민은 앞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쓰여 있다. 같은 기둥에 있는 또 다른 노란색 경고 표지판은 국경을 넘는 이민자를 의미하는 사람들이 달리는 모습과 함께 ‘주의’ ‘카멀라의 불법체류자’라고 쓰여있다. 경고 표지판은 2018년까지 캘리포니아주에서 게시되었던 실제 도로 표지판을 모방한 것으로, 샌디에고 국경 근처의 운전자들에게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달리는 이민자들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덴버시내 3개, 오로라 시내 1개 등 총 4개의 인종차별 표지판 중 오로라의 경우, 최근 도시 건강 및 건축법 위반으로 폐쇄된 오로라 아파트 단지 근처 교차로에서 발견됐다. 이 아파트 폐쇄로 인해 수백명의 베네수엘라 이주민이 거주할 곳을 잃게 됐다.
진보정책과 정치인에 반대하는 극우성향의 논란성 작품으로 유명한 거리예술가 사보(Sabo)와 연결된 인스타그램 계정 게시물은 아파트 폐쇄를 언급하면서 베네수엘라 갱단이 이 단지를 인수했다는 건물 소유주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오로라 경찰과 시 관리들은 이 주장을 거듭 부인했다. 사보와 연결된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8월 21일자로 문제의 표지판 사진이 게재돼 있는데, 사진설명에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시카고 다운타운 유나이티드센터 외부 버스 정류장에 설치됐다고 명시돼 있다.
덴버 시의회는 이번 인종차별 표지판과 관련해 29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덴버에서 인종차별 표지판이 등장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로 우리 도시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주민과 함께 이러한 행위를 비난하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소중하게 여겨지며 경청받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RTD와 콜로라도 주정부 관리들은 시카고 시내 버스 정류장에도 최근 비슷한 표지판이 나타난 것으로 보아 미전역에서 조직적인 인종 차별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다른 정부 기관들과 공조하여 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하원 다수당 원내 부대표인 제니퍼 베이컨 등 2명의 민주당 소속 주하원의원은 29일 주의사당에서 이번 인종차별 표지판 발견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중 누구라도 우리의 역사를 직시하고 우리가 발전했다고 말하고 싶다면, 이같은 행위는 증오이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누가 이같은 짓을 했는지 반드시 밝혀내야함과 아울러 이런 표지판을 게시함으로써 사람들이 이것을 용납할 수 있다고 믿거나 이를 통해 권력을 키울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을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진리를 알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TD 관계자들은 덴버 경찰 등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해 신고된 모든 표지판을 즉각 제거했으며 각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덴버시 교통국은 “RTD는 표지판에 나타난 증오적이고 차별적인 메시지를 강력히 비난한다. RTD나 우리가 봉사하는 지역사회에는 인종차별이나 혐오가 용납될 수 없다... 이런 추악한 메시지는 누구도 용납하거나 지지해서는 안된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RTD는 버스 정류장에서 허가받지 않은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을 발견한 주민들은 전화(303-299-2911)나 문자(303-434-9100) 또는 RTD 교통 감시 앱을 사용해 신고해주길 당부했다.(익명 신고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