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달라스 지사를 오픈한 이후 수, 목, 금, 토요일 오후까지는 달라스에, 토요일 밤부터 일, 월, 화, 수요일 오전까지는 덴버에서 일을 봤다. 이렇게 덴버와 달라스를 매주 왔다 갔다 한지도 4개월이 다 되어 간다. 이런 생활의 연속이다 보니 매년 주간포커스에서 주관하는 행사들을 준비하는 것이 힘에 부쳤던 것도 사실이다.
 

  필자가 주최하는 행사 중에 가장 관심을 많이 두는 것은 청소년 문화축제와 골프대회이다. 지난 6월에 개최되었어야 했던 청소년 문화축제가 연기되었다. 참가자들의 절반이 피아노 연주자였는데, 공연장에서 피아노를 준비할 수 없다는 갑작스런 통보를 받았다. 참가 신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할 수 없이 일정을 연기시켰고, 현재 청소년 문화재단 이사들이 나서 새로운 장소를 물색 중이다. 벌써 13년째 이어오고 있는 행사인데 올해는 이상하게 일이 꼬였다.  

 청소년 문화축제에 이어 골프대회는 필자가 즐겁게 준비하는 행사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여전히 손 가는 일들이 너무 많긴 하다. 더구나 올해는 달라스 지사 일로 바쁜 일정의 연속이다보니 준비해야하는 일이 더 많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새로운 로고와 글씨들을 넣어야 하는 트로피를 제작하기 위해 업체와 수없이 연락을 주고받아야 했고, 구디백에 로고를 새기기 위해서 해당업체와 스무 번 가량의 이메일을 주고 받았던 것 같고, 경품을 고르기 위해 아마존과 핫딜의 사이트를 일주일 내내 열었다 닫았다를 했다. 또, 올해는 상금의 규모가 커져서 20개 되는 수표를 준비해야 했으며, 후원업체 배너 제작을 위해서 프린팅 업체와도 대여섯번의 전화통화를 했던 것 같다. 완성 후 업체들의 배너를 파3홀마다 설치하기 위해 대회 전날 미리 골프장에서 작업도 했다. 

   120명을 위한 조편성에 필요했던 시간도 길었다. 일단 비슷한 핸디캡을 가진 사람들로 분류하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로 포썸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경기위원장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무엇보다 신청을 받을 때부터 고민은 시작된다. 골프장에서 필요한 것은 영어이름인데, 꼭 한두명은 영어 스펠링이 틀리게 게재된다. 전화로 불러주는 이름을 신문사에서 적으면서 중간에 오타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에 변화를 주기 위해 올해는 큐알코드로 등록접수를 종용했지만, 단 한 명만이 큐알코드로 접속해서 등록을 했다. 이렇다 보니 나머지 119명에 대한 정보(영어이름, 한국이름, 핸디캡, 연락처)는 신문사에서 수기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아직까지 콜로라도에서는 큐알코드가 별소용이 없는 수단으로 보여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튼, 지난 월요일 열린 골프대회에는 120명 전원이 참석했다.  유독 올 여름에는  가족여행을 떠났거나 한국을 방문 중이거나, 새학기를 준비하는 자녀들을 따라 타주에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결국 새로운 선수들이 자리를 채웠고, 골프장에서 허락한 샷선 최대 인원 수가 완성되었다. 이처럼 공을 들인 준비과정을 거쳐 대회 당일을 맞았다. 오전에는 높고 푸른 하늘과 초록의 골프장이 한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여기저기서 예쁜 골프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고, 클럽하우스를 즐거운 마음으로 구경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인홀 정도 아름다운 코스를 만끽했다. 그런데 10번째 홀을 지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굵어진 빗줄기로 라운딩을 마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골프대회 또한 4년째 이어오고 있는 행사인데, 올해는 이상하게도 이 대회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지 못했다.   

  사실, 전 미주 한인사회에서 교민사회 골프대회를 매년 컨트리 클럽에서 주관하는 곳은 주간포커스가 유일할 것이다. 많은 골퍼들이 접해보지 못한 골프장으로 섭외하고 싶었고, 나의 행사에 오시는 분들에게 좀 더 격조 높은 분위기를 제공하고 싶었던 필자의 욕심이 있었다. 일반 퍼블릭 골프장과 달리 프라이빗은 제한사항이 많다. 주류반입을 금하고 있고, 시음회의 경우에는 작은 컵 사이즈로 한잔씩 정도만 허용하며, 김밥이나 한식 등의 외부 음식은 일제 반입이 불가하다. 대신에 대회가 열리는 하루 동안에는 골프장 전체를 우리가 사용할 수 있어 번잡하지 않아 좋다. 그리고 클럽하우스에서 제공하는 음식들도 맛있고 푸짐해서 전반적으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이번에 시상내역을 대폭 확대하면서 트로피 제작 비용만 해도 2천달러가 넘었다.  그래서 챔피언과 여러 수상자를 가리지 못해 아쉽다. 골프장에서 레인 체크를 줄지, 크레딧을 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오늘 현재 어떠한 방식으로 마무리를 할 것인가에 대해 골프장과 협의 중에 있다. 

  그래도 푸짐한 식사와 다양한 경품으로 인해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회가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TV 경품 추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고생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어서 다시 와보고 싶다, 준비 많이 하셨다” 라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주최 측을 격려했다. 마치 모두가 한 가족이 된 것 같았다.  

  지난 15년 동안 필자는  청소년 문화축제, 어린이 동요대회, 교육세미나, 요리세미나, 코로나19 클리닉, 테니스대회, 골프대회 등 수많은 행사를 주관해 왔다. 그리고 매 행사를 마칠 때마다, 준비과정은 힘들었지만 하고 나면 뿌듯했다. 비록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어도 보람된 순간이 있었기에 계속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청소년 문화축제나 어린이 동요대회에 출전했던 아이들이 벌써 대학생이 되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식당에서 마주칠 때면 얼른 달려와 인사하는 녀석들을 볼 때면 더욱 가슴이 뭉클해진다. 골프대회는 이런 어린이, 중·고생, 대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후원금을 모금하는 행사이다.  이 뜻깊은 행사에 동참한 모든 참가자와 후원업체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행사에 참여한 자체가 한인 2세들에게 힘이  되는‘키다리 아저씨’의 역할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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