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볼더대학, 쥐 대상 연구 결과
스트레스를 풀려는 한 방편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치킨, 피자, 감자튀김, 햄버거 등 기름진 고지방 음식을 먹으면 오히려 불안감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콜로라도 볼더대학(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CU 볼더) 통합생리학과 연구팀 지난 5월 국제학술지 ‘BMC 생물학 연구’(BMC Biological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지방 음식을 꾸준히 섭취한 쥐에게서 불안 증세가 증폭되는 현상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고지방 음식을 섭취하면 영양소 불균형으로 인해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유해균이 늘어 결국 뇌의 화학물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사춘기’에 접어든 생후 5~6주차 암컷, 수컷 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9주간 실험을 진행했다. 한 집단에는 약 45%가 동물성 식품의 포화지방으로 구성된 고지방 식단을 먹였고 또 다른 집단에는 지방 비율이 11% 정도인 일반 식단을 제공했다. 두 집단의 활동 시간대나 거주 온도, 소음 수준 등 기타 요인은 동일했으며 주어진 식단 안에서 자유롭게 먹도록 둔 채 9주간 관찰을 진행했다. 그리고 쥐들의 분변 샘플을 수집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생물의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장내 세균의 상태를 평가했고, 9주차 식단이 종료되자 쥐들의 행동을 검사했다.그 결과, 고지방 식단을 9주간 섭취한 집단의 체중이 일반 식단을 섭취한 집단에 비해 늘었다. 뿐만 아니라 장내 세균의 다양성도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세균은 장내에 사는 세균으로, 장의 소화·흡수·영양·독소 처리 기능에 깊이 관여한다. 일반적으로 장 건강과 면역력에 도움을 주는 균을 유익균, 반대로 해를 끼치는 균은 유해균이라고 부른다.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집단에선 ‘피르미쿠티스’(Firmicutes)균이 크게 늘었다. 피르미쿠티스균은 흔히 비만인 사람에게서 다수 발견되는 균으로 에너지 대사 과정에 영향을 줘 살을 더 찌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균의 수는 줄었다. 이 균은 날씬한 사람에게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균으로, 생물이 섭취한 섬유소를 분해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특히 고지방 식단 집단에선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생성하고 신호를 전달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 ‘TPH 2’, ‘HRT 1a’, ‘SLC 6 A4’가 더 많이 발현됐다. 세로토닌은 중추신경계에 주로 존재하며 생물에게 행복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분자로 알려졌다. 이번 관찰 결과 활성화된 3개의 유전자는 스트레스 및 불안과 관련된 뇌간 부위에서 특히 높은 발현율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