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로 / 우리교회 이성한 담임목사
요나가 바다에 빠져 바다 멧부리에 닿았을 때 하나님께서 일하기 시작하셨던 것처럼 저에게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12월 초에 한국에 가서 부모님들을 뵙고 있었을 때, 미국에서 어느 사회복지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환자 중에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한국분이 계신데, 당신의 교회에서 누가 자원봉사자로 와서 이야기도 나누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교회 사역을 할 일이 없으니, 그리고 예배를 멈춘 것에 대해 하나님께 죄송한 마음이 있어서 얼른 하겠다고 수락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코비드가 터지기 바로 전, 병원에서 청소일을 하다 어느 날 미국교회 성도님의 임종예배를 인도하면서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나누겠습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 앞에 서 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 일인지 경험한지라, 만나게 될 호스피스 환자에게 내가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돌아온 후 12월 말에 용기를 내어 가 보니 그곳은 Nursing Home 에 가까운 Post Acute Rehabilitation Center 였습니다. 센터에는 87세 된 여자 한국 어르신께서. 휠체어에 누워계십니다. 혼자 걸을 수 없으며 치아가 없고 힘이 없으셔서 의사소통이 힘듭니다. 어르신은 한 마디를 하기 위해 20초 정도 애를 쓰셔야 합니다. 그렇게 2주 동안 방문하니 원래 성이 무엇인지, 고향은 남쪽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으며, 콜로라도에 살고 있는 식구들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만남이 끝나고 나올 때 직원들이 저에게 질문을 합니다. “What is the meaning of ‘Molla’?” 직원들이 어르신께 영어로 말을 걸을 때마다 어르신은 ‘몰라’ 로 대답하셨던 것인데, 그동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상상이 안 됩니다.
3주째가 되었을 때, 기타와 성경 한 구절, 그리고 ‘더 원합니다’ 라는 찬양을 준비해 갑니다. 그 전주에 어르신이 이전에 세례받은 적이 있으시다 해서 앞으로 예배를 드리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분들이 닫힌 Unit 안에 계신데, 그 안에 있는 작은 방에서 둘만의 예배가 시작되려 합니다. 이런 예배는 처음이지요. 그런데 지나가던 L 미국 할머니께서, “당신 지금 그 악기를 연주하려는 건가요?” 묻는 것입니다. 결국 그녀도 그 방에 앉아 있습니다. 영어만 쓰는 어르신과 한국어만 쓰는 어르신. 저는 얼떨결에 찬양을 한국어로 한 절, 그리고 공인되지 않은 즉석 영어 번역 찬양을 합니다. “예수 사랑합니다~ 쥐져스, 아~ 알 러~뷰”. 그 다음은 5분 설교인데, 이것도 한영 설교로 합니다. 한국어로 한 마디, 그리고 영어로 한 마디. 옛날 시카고 근처 교회를 섬길 때 1.5세 목사님이 한영 설교를 하셨던 것이 순간 머릿 속에 지나갑니다. 그분은 유창하게 하셨는데, 저는 아닙니다. 조금 지나니 한국어 내용까지 햇갈리기 시작하고 땀이 납니다. 그런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던 L 자매님이 예배가 끝난 후 기타 소리를 들은지, 진짜 악기 소리를 들은 것이 얼마만 인지 모르시겠다며 감사를 표합니다, 다음 주에도 또 볼 수 있느냐며. 물론 다음 주에도 또 오겠다고 말씀드리니 미소가 가득합니다. 한국 어르신 H 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가 제 귀에 뭐라고 말씀하시는데 잘 알아들을 수 가 없습니다.
2023년 한 해가 며칠 남지 않은 12월 29일 오후, 공항에서 일을 막 시작하려 하는데 (참고로 저는 항공회사 Ticket counter 에서 파트 타임으로 작년 2월부터 일하고 있습니다) 전화가 울립니다. 일할 때는 전화를 잘 받지 않고 모르는 전화번호라 무시하려다 왠지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받아 보니, 전화가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번에도 음성 메세지가 텍스트로 변환되어 이렇게 질문합니다. “우리 교회를 방문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고, 2주 전에 갔더니 예배를 안 드린다 하더라구요. 언제 즈음 예배를 다시 드리시는지, 아니면 교회가 문을 닫았는지 궁금해 전화드렸습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연락 주셔도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