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선교사 임동섭 목사

    지난 2월 댈러스에서 은퇴한 친구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교인이셨던 Y집사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도넛 가게를 5개나 소유했으며, 종업원이 60여명이나 되었습니다. 그는 교회의 고액 헌금자에 속했고. 여러 선교사님들에게 선교비를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교회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의 사업은 날로 번창했습니다. 그는 모든 일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는 하나님의 도움이 없어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는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녔습니다. 그는 사업상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하면서 술집도 드나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술집의 여종업원들에게도 인기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의 가게 옆에 유명 커피 브랜드인 'S'커피 체인점이 들어섰습니다. 그는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그는 손님들이 커피를 'S'커피 점에서 사고, 도넛은 그의 가게에서 사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커피만 사고 도넛은 사지 않았습니다. 그의 가게들의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그는 90년대 초 댈러스의 한 교차로에서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10여 년간 극심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결국 그는 파산했습니다.

   은퇴한 친구 목사님은 텍사스 샌안토니오에서 잠시 목회한 적이 있습니다. 친구 목사님은 그 곳 교회의 H권사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권사님은 허름한 옷 수선 점을 인수했습니다. 권사님은 종업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밤늦게까지 일했습니다. 그녀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출근했습니다. 권사님은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실 수가 없었습니다. 차츰 권사님의 가게는 좋은 소문이 나고 단골 고객이 늘어났습니다. 그녀는 여러 명의 종업원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도시락으로 싸온 한국음식의 냄새를 손님들이 싫어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도시락을 싸올 만한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점심도 외식을 하고, 피곤한데 집에서 밥을 하기가 귀찮다고 저녁 식사도 외식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녀의 가족들은 점점 비만해지고 잦은 병치레가 많아졌습니다.

    매년 5월에 에콰도르 키토에서 ‘국제복음 신학대학원’의 집중강의가 열리고 후에 졸업식이 있습니다. 올 해(2024년)에는 덴버에서 저희부부를 포함해서 6명이 에콰도르에 갔습니다. 선교지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과주의입니다. 선교지를 방문하는 분들은 항공료와 숙식비 그리고 선교사 후원 비까지를 준비하다 보면 짧은 시간에 많은 사역을 하고 싶어 하십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다보면 무리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두 번째는 물을 조심하는 것입니다. 현지인들은 수돗물을 마셔도 아무 이상이 없는데 방문자들이 마시면 대부분 배탈이 났습니다. 특히 키토는 고도가 9,350피트(2,850m)이기 때문에 물을 끓여도 세균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음이 들어가는 주스를 주의해야 합니다. 얼음을 대부분 수돗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키토에 가면 제일 먼저 병에 들은 물부터 삽니다. 선교사들은 우스갯소리로 선교지에서 가장 안전한 음료는 병에든 콜라라고 합니다.

    세 번째는 벌레에 물리는 일입니다. 벌레가 피부 안에 알을 까는 경우 몇 년씩 고생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충 아물면 나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피곤하면 다시 재발합니다. 우리 일행이 네이트 선교사 기념관을 다녀온 날 저녁에 몇 분이 배탈이 났습니다. 우리는 원인을 찾아보았습니다. 점심식사에 돼지고기를 드신 분들이 심한 것을 보면 덜 익은 돼지고기가 원인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우리 방을 노크하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습니다. G목사님이 3시간 동안 토했는데, 아무래도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G목사님 부부, 통역하실 허 선교사님, 저 그리고 버스기사까지 총 5명이 24시간 근무하는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두 분의 여자 분이 숙직하고 있었습니다. 한 분은 간호사, 한 분은 의사였습니다. 의사는 즉시 몇 가지 약을 주사했습니다. 목사님은 몇 분 만에 진정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몇 가지 약을 투입했습니다. 목사님은 어두운 방에서 잠이 드셨고, 사모님은 옆 의자에서 조시고, 허 선교사님과  저는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고, 기사는 버스에서 잤습니다.

     미국은 응급실에 가도 검사하는데 몇 시간이 걸리고 주사도 바로 놓아주지도 않는데 에콰도르는 바로 주사를 놓아주어서 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의사는 살모넬라균에 의한 급성 장염으로 진단했습니다. 치료비는 약 180불이었습니다. 우리는 5시 30분경에 숙소를 향했습니다. 아침에 약국에서 처방전에 따른 약을 구매했습니다. 약값은 70불정도 이었습니다. 날을 새다시피 한 버스기사가 걱정이 되었지만 다음 목적지에 잘 도착했습니다.

    덴버로 돌아 온 우리 일행은 다 힘들어 하십니다. 두 분이 응급실에 갔다 오셨고, 한 분은 벌레에 물렸고, 저는 몸살 기침 감기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키토에 갈 때마다 사탄의 방해공작(?)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은혜가 더 넘쳤습니다. 경제속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연로를 가장 적게 소비 하면서 가장 많은 거리를 주행 할 수 있는 속도를 의미 합니다. 경제속도는 배기량을 무시하고 보편적으로 60~80km로 보는 것이 일반 적입니다. 인생에도 경제속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예를 든 집사님과 권사님이 최고속도가 아닌 경제속도로 달렸다면 더 행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 일행도 한두 명이 아닌 거의 모두 아프다면 무리한 속도로 달렸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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