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관측된 개기일식이 미국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8일 월요일, 멕시코에서 시작해 캐나다까지 북미를 가로지르며 나타난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봤다. 5백만 명이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일주일전부터 이동했으며, 이에 따라 창출된 경제효과도 60억 달러, 한국 돈으로 8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쇼가 시작되자 기온이 떨어지고 주변이 어두워지자 군중은 환호와 박수, 휘파람을 불며 열광했다. 외신들도 주요 개기일식 지역을 생방송으로 연결해 중계하며 ‘잊지 못할 우주쇼’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이번 개기 일식은 멕시코에서 먼저 관측되기 시작해 동북부 쪽 대각선 방향으로 텍사스, 오클라호마, 아칸소, 미주리, 일리노이, 켄터키,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뉴욕, 버몬트, 뉴햄프셔, 메인주를 통과했다. 테네시와 미시간주의 일부 지역에서도 관측돼 미국의 총 15개 주가 관측 범위에 들었다. 물론 모든 지역에서 완전한 개기일식이 관측된 것은 아니다. 콜로라도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해 12시 이전에 개기일식이 끝났지만, 부분 일식만 관측되었다. 그래도 시카고에서는 태양이 약 94% 가려졌고, 보스턴에서는 93%, 뉴욕과 필라델피아에서는 90%가 가려졌다. 지속 시간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2017년 당시 최대 2분 42초였던 데 비해 이번에는 멕시코에서 최대 4분 28초, 텍사스에서 최대 4분 26초가량으로 나타났다. 이로인해 미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우주쇼를 볼 수 있었던 텍사스 주에 모인 인구포화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위치하면서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을 말한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구름이 없이 맑은 곳에서는 태양 대기의 바깥 영역인 '코로나'까지 관측할 수 있다. 미국에서 개기일식이 관측된 것은 2017년 8월 21일 이후 약 7년 만이다. 이번 개기일식 이후에는 약 20년 후인 2044년 8월 23일이나 돼야 미국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이날을 놓치면 20년 후에나 볼 수 있을 우주쇼를 위해 많은 이벤트가 등장했다. 별 것도 아닌 날에도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미국인들인데, 이렇게 큰 우주쇼를 그냥 넘길 리 없다.
수백 쌍의 커플이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며 대규모 결혼식을 올렸다. 아칸소 주 러셀빌에서는 ‘일로프 앳 더 이클립스’(Elope at the Eclipse)라는 이름으로 358쌍의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일로프’란 사랑하는 사람과 눈이 맞아 함께 달아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합동결혼식은 개기일식으로 하늘이 완전히 깜깜해지기 직전에 마무리됐다.
델타항공은 개기일식을 앞두고 개기일식을 하늘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텍사스와 미시간을 오가는 특별 항공편을 2차례 편성했다. 개기일식 경로를 따라 텍사스 달라스에서 미시간으로 향하는 ‘개기일식 비행’ 항공편을 운항했는데, 좌석 1개당 1000달러가 넘는데도 194석이 꽉 찼다. 태양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발매에 이른 스낵 브랜드‘썬칩’(SunChips)을 발매하고 있는 프리토 레이 노스 아메리카도 우주쇼 이벤트에 동참했다.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4분 27초의 시간 동안 맑고 밝은 날이 떠올려지게 하는 성분들을 첨가한 한정판 ‘썬칩 솔라 이클립스’(SunChips Solar Eclipse) 제품들을 무료 증정했다. 당일인 8일 우버 예약은 300% 증가했으며, 커빌 등 텍사스 소도시에서 하루 90달러짜리 모텔이 1000달러 가까이로 급등했다. 이날 텍사스 지역의 상당수 학교들은 휴교까지 했다. 미국에서 인기있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팀 뉴욕 양키스는 부분 일식을 관측하는 팬들을 배려하기 위해 8일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4 MLB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2시 5분에서 오후 6시 5분으로 연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은 단 4분을 위해 들썩거렸다. 개기일식 경로에 있는 지역의 호텔과 모텔, 에어비앤비 등 주요 숙박업소는 일찌감치 예약이 끝나 빈방이 동났으며, 관공서와 학교까지 문을 닫고, 해당 지역으로 가는 항공편 티켓도 대부분 매진됐다. 이로인해 오스틴과 달러스 등 대도시를 끼고 있는 텍사스는 약 14억달러 규모의 가장 큰 경제적 이득을,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주인 버몬트 주는 2억3000만 달러의 경제 부양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단한 경제효과가 바가지 요금의 효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20년 후에나 다시 볼 수 있는 귀한 날이라고 해도, 그 3~4분을 위해 써야하는 지출이 한국 휴양지의 바가지 요금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스케일이 컸기 때문이다. 개기일식 4일을 앞두고 업무차 달라스를 방문한 필자도 비싼 가격에 곤혹을 치러야 했다. 비행기티켓은 전 주에 비해 4배가 올랐다. 놀라운 것은 15배 이상 오른 렌터카 가격이었다. 보통 하루에 세금 포함해 65불 선이었던 BMW 차량은 1000불이 넘었고, 하루에 40불 선이었던 현대 투산은 600불까지 치솟았다.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래도 없어서 못 구할 정도여서, 수요와 공급이 꼭짓점을 찍은 듯했다. 기념적 이벤트에 그리 적극적이지 못한 필자가 고작 4분을 위해 이러한 바가지 금액을 감수해야한다는 것이 마냥 즐거울 리 없다. 모여서 노는 것도 좋고,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다. 하지만, 다음 개기일식 때에는 바가지 요금 없는, 그래도 받아야 한다면 일상 요금에서 약간만 올려받는 정도로 그쳐주길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