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선교회 조완길 목사
영성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는 기독교 영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브래들리 한센(Bradly Hansen)은 영성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영성이란 인간의 삶의 본질과 목적에 관한 확신에 따라서 사는 한 개인이나 한 공동체의 삶의 스타일이다” 이 정의는 영성에 있어서의 두 가지 면을 분명히 제시해 주고 있다. 첫째, 영성은 한 개인이나 공동체가 자신과 이 세계를 이해하는 믿음의 체계라는 것이다. 둘째, 영성은 그에 따라 사는 삶의 구체적인 표현의 체계 즉 실천적 체계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영성은 나름대로의 삶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해에 따른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영성들의 특징은 각 영성이 이해하고 있는 궁극적 실체에 대한 이해에 따라 결정되며 이러한 궁극적 실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그 영성의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기독교 영성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다.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은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승리하셨음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다.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은 유한한 생명과 대비되는 영원한 생명이다.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은 모든 인류에게 보내신 영원한 생명에로의 초대장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없다면, 성도의 믿음도 헛것이 되고 모든 사람들 가운데 가장 불쌍한 자가 된다(고전 15:19). 부활의 첫 열매(고전15:20,23)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마지막 때에 우리 모두를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의 생명으로 다시 살아나게 하실 것이다. 우리는 부활의 또 다른 열매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은 기독교 영성의 근거가 된다. 구약에는 영성을 함축하고 있는 단어 ‘루아흐’가 389회가 기록되어 있다. ‘루아흐’는 바람, 숨, 생명의 원리, 하나님의 능력 등을 의미한다. 구약의 입장에서 영성을 요약하면, 영은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이수영 교수는 기독교 영성의 삼위론적 요소를 세가지로 기술했다. 창조론적 영성, 기독론적 영성, 성령론적 영성이다.
첫째 창조론적 영성이란, 창조자 하나님의 주권, 의지, 지혜, 능력, 인간을 향한 그의 뜻 등을 의미한다. 둘째, 기독론적 영성이란, 인간을 구원의 대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 구원을 얻을 수 없다. 오직 하나님만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인간을 구원하실 수 있다. 따라서 구원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다(롬5:1-10; 엡2:8).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죄사함은 하나님과 인간과의 수직적 관계뿐만 아니라 나와 이웃과의 관계, 나와 나 자신과의 수평적인 관계의 회복을 의미한다. 셋째, 성령론적 영성이란, 성령님은 하나님을 경험하도록 도와 주시는 분이다. 그분은 우리의 무지한 의식을 깨우쳐 진리를 인식하게 하며, 인식된 진리를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능력을 공급하시는 분이다. 이러한 성령론적 영성은 우리에게 찾아오셔서 내주하시는 보혜사 성령님의 역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영성은 삶의 궁극적 실체이신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한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요,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의 만남이다. 이 만남은 삶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목적의식을 갖게 하며 또한 삶에 대한 새로운 정서를 체험하게 한다.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 근거한 기독교 영성의 특징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통합성이다. 기독교 영성이란 모든 삶의 부분이 함께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즉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한 믿음 그리고 믿음의 결단에 따르는 행함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마15:10; 마7:15-29; 막4:1-9; 약1:22; 롬2:13; 계1:3). 둘째로, 기독교 영성은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기초로 하고 있다(창1:26). 삼위일체로 존재하시는 하나님은 상호 내주하시며, 사랑하시며, 의논하시고, 창조와 구원 사역을 완성하시는 분이다. 셋째로 기독교 영성은 관계적이다. 하나님과의 만남은 진정한 자기 본질과의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가 형성된다. 이 관계는 또한 다른 사람과, 주위 환경과의 새로운 관계로 인도한다. 마지막으로 기독교 영성은 선교적이다.
기독교의 진리와 생명력은 자기 자신에게 머무르지 않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나아감은 기독교 영성의 본질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다. 세상을 향해 나아감이 없는 영성은 반드시 타락하게 된다. 우리가 날마다 지향해야 할 영성은 하나님과의 단절된 교제를 다시 회복하고 교통하며,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총 가운데 부활신앙과 재림 신앙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정서적인 열매, 은사적인 열매, 인격적인 열매를 맺는 것이다.
많은 성도들이 부활 신앙을 부활절 때에만 깊이 묵상하고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이상한 일이다. 역사적 종말의 때에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영원한 생명의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부활할 것을 날마다 믿고 고백해야 한다. 지금도 하늘 보좌 우편에 계신 우리 주님은 역사의 종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소극적인 분이 아니시다. 오히려 성령의 능력으로 우리와 동행하시며, 역사를 주관하시는 우주의 주인이시다. 우리는 보혜사 성령님을 모시고 성화의 삶을 잘 살아낼 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부활의 능력을 체험하며 살아가는 성도가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