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오래전 일입니다. 지금은 원내동이 된 진잠에서 살 때입니다. 주일이 됐는데 교회 가는 일에 갈등이 생긴 겁니다. 생전 처음입니다. 이유는 어머님과 제가 다니던 교회 목사님과 갈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었지만 서로의 자존심 때문에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교회에 가서 예배는 드려야 했지만 마음이 몹시 어둡고 복잡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일날 하나님께 예배하기 위해서 집에서 교회까지 이동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그 때 께달았지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은혜가 충만하면 집에서 교회까지 이동이 쉬워요. 갈등이 생기니까 이동하는 일에 문제가 생겼지요.
 

    성경을 읽다가 참 안타까운 장면을 만납니다. 동방박사들이 예루살렘에 도착해서 질문합니다. “우리가 별을 따라 왔는데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나요?”  헤롯왕을 비롯해서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러나 성경 전문가들인 서기관들은 척 알아 냈습니다. “베들레헴입니다. 미가서 5:2에 나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답답합니다. 이렇게 척 알아 낸 성경 전문가들이 거기서 끝납니다. 아니 그리스도가 베들레헴에 나셨다면 가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나 그들에게는 이동의 힘이 없었습니다. 머리로만 알고 있을 뿐, 거기서 끝났습니다. 그럼 그 믿음은 헛 것이지요. 사울왕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위해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이 미웠습니다. 그런 미움이야 누구나 올라오는 것인데, 사울왕에게는 이걸 쓰레기통으로 이동시킬 힘이 없었습니다. 하나님도 믿고 잘 생기고 겸손하고 효성이 지극한 사울왕이었지면 이동의 힘이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다윗을 어찌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자신의 뒤를 이어 다윗이 왕이 될 것도 알았습니다. 그러나 수 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다윗을 죽이려 했던 답답한 인물이 사울왕이지요. 우리가 늘 점검할 것입니다. 누구나 미움이 올라오지요. 문제는 그 미움이 내 안에 머물게 하지 말고 말씀을 붙잡고 쓰레기통으로 이동시켜 버리는 일입니다. 누구나 원망과 불평도 올라옵니다. 쓰레기통으로 이동시켜 버리는 작업은 우리가 예수 믿고 살아가는 동안 평생 감당해야할 일이지요.
 

     오늘 본문은 야곱의 생애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의 일입니다. 딸 디나가 욕을 당하고 시므온과 레위가 하몰과 세겜 부족의 남자들을 속이고 할례를 행하게 하고 다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그 소문을 들은 주변의 부족들이 이거 그냥 놔두면 큰 일나겠구나 하고 야곱 족속을 없애 버리려 했던 것입니다. 꼼짝 없이 당할 위기 일발이었습니다. 그때 하나님은 나타나셔서 야곱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벧엘로 올라가라.” 그 말씀에 따라 야곱은 모든 미신들을 제거하고 벧엘로 올라갔지요. 온 가족이 벧엘로 이동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됩니다. 벧엘로 이동했을 뿐인데, 엄청난 문제가 아주 간단해진 겁니다. 적어도 야곱에겐 이동의 힘이 있었습니다. 벧엘로 이동했다는 것은 하나님 앞으로 이동했다는 의미입니다. 형 에서를 피하여 도망치다가 벧엘에서 사닥다리 환상을 보고 힘을 얻었던 바로 은혜 받았던 그곳으로, 하나님 앞으로 이동함으로 야곱이 만났던 모든 문제들을 해결했던 것이지요. 벧엘로의 이동은 몇 가지 의미가 있지요.

    째, 몸의 이동입니다. 몸이 가면 마음도 가는 법입니다. 둘째, 생각의 이동입니다. 절망을 소망으로, 의심을 확신으로 이동시키는 일입니다. 셋째, 세상을 바라보더 시선을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동시키는 일입니다.  믿음이 믿음 되려면 반드시 이동의 힘이 필요합니다. 자녀손들에게도 벧엘로의 이동의 습관을 가르칠 것입니다. 그 이동의 힘이 그들의 영혼을 살릴 것입니다. 날마다 은혜가 충만해서 예배의 장소, 기도의 장소로 이동시키는 일이 쉽고 즐거운 신앙의 여정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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