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저는 은퇴를 앞두고 한 달 동안 안식월을 얻었습니다. 참으로 소중한 기회를 얻었지요.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좋은 기회를 어떻게 붙잡을까? 어떤 의미와 보람을 만들면 좋을까?’ 그리고 주일을 농촌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기로 작정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연락 드리는 농촌교회마다 얼마나 반가워하시는지, 더구나 말씀까지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4주 동안 네 곳의 농촌 교회에서 예배 드리면서 말씀을 전할 기회를 얻었지요. 말씀 내용은 똑같았고 성경 본문도 하나였습니다. 네 번을 반복했지요.
“다니엘이 이 조서에 왕의 도장이 찍힌 것을 알고도 자기 집에 돌아가서는 윗방에 올라가 예루살렘으로 향한 창문을 열고 전에 하던 대로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그의 하나님께 감사하였더라.”(단6:10)
 

    처음은 우스개 이야기로 시작했지요. 그리고 다니엘이 바벨론 포로 중에도 기도의 자리를 지킨 것처럼 내가 지켜야할 예배의 자리를 지키자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것이 위대한 사명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목사님들이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눈물을 글썽이셨지요. 두 번째 말씀은 다니엘이 늘 하던 대로 기도한 것처럼 행복한 사람은 반복을 즐거워하는 사람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늘 먹던 밥 또 먹고 늘 보던 얼굴 또 보고, 늘 부르던 찬송 부르고 늘 드리던 기도 또 드리는 거니까요. 하나님이 창조하신 우주 만물이 반복이니까요. 예배 후에 어느 여자 집사님이 달려와서 제 아내에게 이러더랍니다.
“사모님, 제가 그 동안 밥하고 빨래하는 것이 지긋지긋했는데 오늘 응답 받았습니다. 이제부터 반복을 즐거워하겠습니다.” 가는 교회마다 참 감사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교회에서는 90이 넘은 할아버지 세 분이 함께 해 주셨는데, 예배 후에 목사님이 저에게 이러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 오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개척 9년 동안 90이 넘은 할아버지들이 설교 시간이면 늘 조셨는데 오늘은 한 사람도 졸지 않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돌아오면서 라합의 믿음을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방 여인이고 기생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라합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요. 믿음의 사람들을 설명하는 히브리서 11장에 라합의 이름이 올려져 있습니다. 마태복음 1장은 예수님의 계보인데 거기에도 당당히 라합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요. 야고보서 2장은 행함이 있는 믿음이 살아 있는 믿음이라는 말씀이 강조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인물로 두 사람을 기록합니다.  “아브라함과 라합.” 성경이 너무나 좋아하는 라합의 믿음의 특징은 무엇일까를 묵상합니다.


     첫째는 지금을 믿음으로 붙잡은 믿음입니다. 정탐꾼을 알아보고 그들을 보호했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을 믿는 일이라고 확신했지요. 지금을 감사하고 지금을 믿음으로 주님께 연결하고 지금 말씀을 묵상하고 지금 찬송할 수 있다면, 우리의 믿음도 라합을 닮은 것이지요.    지금을 원망하거나 미움을 채우거나 짜증을 내는 일은 지금을 놓치는 일이니 늘 조심할 것입니다. 둘째는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습니다.  정탐꾼을 숨기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면 이 모든 것을 더하여 주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셋째는 약속을 믿었습니다. 성벽에 붉은 줄을 내리면 가족 모두가 구원 받을 것이라는 약속을 믿었습니다. 우리가 믿는 것도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라고 믿는 믿음이 라합의 믿음을 닮은 믿음이지요. 주님은 피 묻은 십자가로 나를 사랑하십니다. 그러므로 나도 나를 사랑합니다.   오늘도 라합의 믿음을 닮아감으로 우리의 믿음을 좋아하시는 주님을 경험하는 하루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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