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범 BTMschool.com 대표

    한국의 영어교육에는 감출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다. 그 진실은 학생들이 아무리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대로 열심히 해도 영어는 습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영어교육 정책을 바꾸어 왔지만, 그때마다 추가되는 학습 영역으로 인하여 학생들의 학업 부담만 증가했을 뿐 영어습득 차원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영어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련한 착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착각에 빠진다는 것은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유창한 영어습득 수준은 얼마만큼 착각에서 벗어난 공부를 하였는가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착각인 줄도 모르고 착각에 빠진다는 것은 평생의 기반으로 삼아야 할 영어공부가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정확히 길을 알고 중단 없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착각에 빠지지 않는 것, 가야할 길을 정확히 알고 중단 없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 이 두가지가 한국에서 영어를 성공적으로 습득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것이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백승’은 영어공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전략이다. 난무하는 영어학습방법들의 문제점들을 정확히 파악한 다음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알면, 영어습득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어공부에 대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몇 마디씩은 거침 없이 뱉어낸다. 착각인 줄도 모르고 외치는 것이다. Krashen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그 많은 사람들이 뱉어내는 외국어 학습방법 가운데 오로지 한 가지만이 진실이며 나머지 모두는 착각인 것이다. Krashen 교수 자신도 십 수년을 착각에 빠져서 문법 필수 교육을 강조했던 사람이다. 


    소위 미국의 대학에서 ESL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교수가 그와 같이 강력하게 밀어붙여온 문법 필수 교육과정을 이제는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즉, 착각은 지위와 학력 및 학문의 고하와 깊이를 막론하고 있을 수 있으며, 한번의 착각은 수 십년 내지는 평생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영어공부에 매진하는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학교나 학원의 교육 방침에 따라 열심히 할 뿐 독자적으로 각 방법들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입장은 못된다. 또한 학교나 학원의 교육 방침을 정하는 사람들은 대세를 이루는 각종 영어 평가에 맞추어 평가 영역별로 최대한 단시간 내에 자신들이 익히 알고 있는 가장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어도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악순환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한국적 상황에서 능숙한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도록 영어를 습득하는 과제는 고스란히 학습자들의 몫이며, 학부형들의 몫이다. 따라서, 영어습득으로 이어지는 성공적인 영어공부를 위해서 학습자들이 가장 먼져 해야할 일은 무엇이 착각이며, 왜 착각이며, 착각 아닌 것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된 여러 가지 BTM 가설들과 주장들은 대부분 십 수년 동안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고심하고 검토하고 재검토하기를 무수히 반복한 것들이다. 나의 부주의한 주장으로 독자들이나 영어학습자들을 오도하는 과오를 용납하지 않기 위한 양심적 노력이기도 하였고, 스스로 파고든 굴레 속의 일상이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해도 독자들은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 보다, 좀 더 비판적이고 냉철한 판단으로 스스로 생각하여 결론을 내려야 책임이 있다. 스스로 깨우치지 못하면 착각의 유혹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어공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착각들에 대하여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일수록 훨씬 더 효율적으로 영어를 습득할 것으로 감히 장담한다. 그냥 남들이 착각이라니까 피해야지, 라는 것보다, 왜 착각인지, 무엇을 피해야 하는 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자녀들의 영어공부를 위하여 장차 수 천만원에서 수 억원을 투자해야 할지도 모르는 학부형들은 자녀들에게 올바른 영어공부 방법을 추천하고 후원해주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국 영어교육의 불편한 진실을 바로 보고, 그 원인을 간파하여, 제대로 수정된 방법으로 매진하는 사람들만이 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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