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부산 서구에 있는 아미 파출소에 어느 날 밤, 전화 한통이 접수되었습니다. 동네에 슬리퍼를 신은 할머니 한 분이 한 시간 째 보따리를 들고 이리저리 헤매고 다닌다는 신고 전화였습니다. 이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어서 자기 이름도 모르고 가족이나 집은 더더구나 모르는 암담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할머니 어디 사세요? 할머니 가족 연락처나 이름 모르세요? 할머니는 그러거나 말거나 한결같이 딸이 출산했다고, 병원에 있는데 거기로 가야 한다고. 계속해서 고장난 레코드 판 돌아가듯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셨습니다. 딸이 아기를 낳았고, 지금 병원에 가야 한다고..... 경찰관 몇 분이 할머니 사진을 찍어 동네를 6시간 동안 찾아다닌 결과 어느 집 딸의 어머니인지 아는 사람을 만나, 결국 출산을 하고 병원에 누워 있는 딸을 만나게 되었는데, 할머니도 울고 딸도 울고 곁에 있던 간호사와 경찰들까지 모두가 울고 말았습니다. 할머니의 짐보따리에는 딸을 위한 미역국과 나물반찬 그리고 흰밥과 이불이 들어 있었습니다. 치매로 인해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었었지만 딸을 위해 엄마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잊지 않고 있었던 할머니의 모성애가 사람들을 감동시켜 울컥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치매에 걸린 이 할머니로 하여금 미역국을 끓이고 반찬을 준비하게 했을까요? 엄마의 사랑, 그래서 우리는 엄마를 엄마라 하지 않고, 글로는‘엄마’라고 쓰지만 읽을 때는‘사랑’이라고 읽는가 봅니다.


    오늘 본문 말씀에는 나오미라는 한 여인이 등장합니다. 가족과 함께 고향 땅 베들레헴을 떠나 모압으로 이주했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마을 주민들에게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이 본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20절 말씀입니다. “나오미가 그들에게 이르되 나를 나오미라 부르지 말고 나를 마라라 부르라. 이는 전능자가 나를 심히 괴롭게 하셨음이니라.” 흉년을 피해 베들레헴에서 모압으로 이민을 갔던 나오미는 거기서 남편과 두 아들을 다 잃고 룻이라는 며느리와 다시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을 여인들이 나오미를 알아보고, 나오미가 돌아왔다고 이야기 하니, 기쁨이란 뜻의 나오미란 이름을 부르지 말고, 자기를 마라, 슬픔 또는 괴로움이란 뜻의 이름으로 불러 주길 바란다는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오미는 하나님을 뭐라고 고백하나요? 전능자! 히브리어 성경에서는 이 본문이 엘샤다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나오미가 고백한 하나님은 엘샤다이의 하나님으로 전능자, 또는 전능하신 이로 번역된 이름입니다.


      엘샤다이. 직역하면 샤다이란 말은 가슴이란 뜻을 가진 샤다에서 접미어 이가 붙여진 것으로‘젖가슴을 가진 하나님’이란 뜻입니다. 아기는 엄마의 품에 안겨 그 품에서 생명을 얻습니다. 그 품에서 평안을 얻고 안식을 얻습니다. 포근함과 따스함의 이미지도 담고 있지요. 힘들 때, 두려울 때 그 품에서 안식을 얻고 평화를 얻습니다. 문제는 나오미가 그 엘샤다이 하나님이 자기를 괴롭게 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엘샤다이 하나님은 누군가를 괴롭게 하는 분이 아닙니다. 이제 고인이 되신 옥한흠 목사님은 말년에 병상에 누워 성경을 읽다가 신명기 1장 31절 말씀이 새롭게 다가왔다고 고백했습니다. “광야에서도 너희가 당하였거니와 사람이 자기의 아들을 안는 것 같이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가 걸어온 길에서 너희를 안으사 이 곳까지 이르게 하셨느니라 하나” 이스라엘 백성들을 안고 그 광야를 지나가셨다는 말씀인데, 고통 중에 주님이 나를 안고 천국까지 인도하시겠구나 깨닫고 책을 쓰셨는데 그 책 제목이 ‘안아 주심’입니다.

 

     주 품에 안아주시고, 그 가슴으로 보호해 주시는 풍성하신 하나님, 엘샤다이라 이름한 하나님은 괴로운 인생을 오히려 품에 품어 주시사 평안을 얻게 하시는 분이시지 괴롭게 하는 분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나오미는 엘샤다이 전능자가 자기를 괴롭게 했다고 합니다. 그 전능자를 떠나 자기의 힘으로 살아보겠다 했을 때 괴롭게 된 것임을 이 때는 까맣게 몰랐나 봅니다. 룻기의 마지막 장 4장 16절은 나오미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오미가 아기를 받아 품에 품고 그의 양육자가 되니”보아스와 며느리 룻 사이에서 아기가 태어났는데 그 아기를 나오미가 품에 품었다는 것입니다.


    엘샤다이 하나님. 그를 떠나서는 괴로움 뿐이었던 나오미의 인생이 엘샤다이, 전능자 하나님께 돌아오니 그 품에서 아기를 안고 즐거워하는 나오미(기쁨)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룻기 전체의 주제입니다. 이는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분명히 가르쳐 주시는 말씀입니다. 엘샤다이, 전능하신 이, 그 이름 앞에서 풍요롭고 안전하게 살아, 자손 만대에 이르러 주님의 계보를 잇는 믿음의 사람들이 다 되시길 하나님은 이 시간 간절히 원하시고 계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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