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저는 추석 명절하면 당장 외갓집이 떠오릅니다. 대청댐 언저리 산 속에 외갓집이 있는데요. 지금이야 차를 운전해서 쉽게 갈 수 있지만 제가 어린 시절에는 한나절 걸렸습니다. 대청댐이 만들어지기도 전입니다. 버스타고, 비포장 길, 덜렁 덜렁 흔들리며 내탑이란 곳에 내립니다. 그 다음은 나룻배로 금강을 건너야 했는데요. 나룻배에서 내리면 모레 사장을 한참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산길로 접어 들었지요. 그때, 제가 두고 두고 후회하는 일이, 어머님께 업어 달라고 한 일입니다. 어머님은 양손에 선물 잔뜩 들었는데, 제가 업어 달라고 하니 업어 주셨는데, 얼마나 힘드셨을까? 이제 후회가 되지요. 그리고 서낭당을 돌아서면 어머님은 저에게, 할아버지 불러라, 그러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맨발로 뛰어 나오셨어요. 이제야 알겠어요. 맨발로 뛰어 나오신 그 마음을 제가 그 연세 되어 보니 이해하겠어요. 고향을 찾는 어머님의 마음, 맨발로 뛰어 나오시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자 보고 싶은 마음을 이제야 알겠어요.
“아하, 그래서 명절이 필요하구나.” 그땐 어머님은 살기도 힘든 상황인데, 명절이 되면 모든 것을 멈추셨어요. 가정일, 먹고 사는 일, 모든 일을 멈추셨어요. 그렇게 멈추시고 고향에 가셨던 일이 저에게는 오늘 말씀, “절기를 지키라.”는 말씀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이제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요. 농사를 짓고 잘 먹고 잘 살게 될 거예요. 그러면 하나님을 떠날 것이 뻔해요. 그래서 주신 말씀이 신명기서이지요. 모세는 가나안 땅에 못들어가니까요. 신명기에서 강조하고 강조하는 것이 절기를 지키라는 말씀입니다. 절기를 지키는 자가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강조하고 계시지요. 왜 절기를 지키라고 하셨을까? 그 깊은 의미와 원리를 생각합니다.  첫째, 멈추는 일입니다. 하던 일도 멈추고 생각까지 멈추고 하나님 앞에 서는 일입니다. 그들은 유월절, 칠칠절, 초막적이 되면 하던 생활을 다 멈추고 하나님 앞에 서야 했어요. 신앙은 하나님 앞에 멈추는 실력입니다. 야곱이 자녀 문제로 주변 부족들의 공격을 당할 위기를 만나지요.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 위기일발입니다. 그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모든 것을 멈추고 벧엘로 올라가라.” 거기서 하나님 앞에 멈추면 하나님이 해결해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야곱은 이 말씀 앞에 순종하고 벧엘로 올라가지요. 하나님 앞에 멈추니까 하나님께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셨습니다.  얼마나 하나님 앞에, 말씀 앞에 정직하게 멈출 줄 아느냐? 이것이 영적인 실력이지요. 둘째, 절기를 지키라는 말씀 속에 들어있는 의미와 원리는 ‘확인하라’입니다. 하나님 앞에 멈추었으면 확인해야지요. 우리가 누군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왜 사는가? 확인해야지요.  확인해야 확실해지니까요. “내 인생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나를 지으시고 사명을 주신 하나님이 내 인생의 주인되신다.” 이걸 확인하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는 것이 신앙이지요. 믿음이지요. 이스라엘 백성은 유월절을 지키면서 아하, 우리가 구원 받은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였구나, 확인하는 것이지요. 칠칠절을 지키면서는 이 모든 곡식을 거두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제사를 지내야지요. 햇빛을 주시고 비를 주셔서 열매를 거두게 하신 주님께 감사의 노래를 불렀을 것입니다. 초막절을 지키면서는 조상들이 광야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확인하고 지금 우리의 행복이 거저된 것이 아님을 확인했을 것입니다. 신앙은 말씀을 확인해야 싱싱해지고 확실해지지요. 셋째, 절기를 지키라는 말씀 속에서 깨달아야할 원리는 그러므로 거룩하게 살라는 말씀입니다. 아무리 잘 먹고 잘 살더라도 너희는 하나님의 백성이며 함부로 살아서는 안될 하나님의 자녀이니,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지요. 우리도 명절을 지키면서 세 가지 사실을 늘 깊이 묵상할 것입니다.
 ‘나는 하나님 앞에 말씀 앞에 멈출 줄 아는가?’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는가?’
 ‘나는 거룩한 삶을 살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 대답하며 승리하시기를 소원합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