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룡

 팔체질 의학에서는 항상 음식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만큼 음식은 우리 몸에 영향을 많이 준다. 팔체질 의학은 철저한 편식 식사법이다. 즉, 체질에 맞는 음식을 주로 섭취하여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간이 강한 목양체질은 간기능을 억제 하는 음식인 육식과 뿌리 채소 위주의 편식 식사를 해야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몇년전 비만 치료에 관심이 있어 각 나라의 음식을 공부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필자는 한국 음식의 위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어느 나라의 음식보다 다양하고 선진화 되었으며  건강을 생각한 그야말로 웰빙 음식인 것이다. 반찬이 50가지에서 100가지가 넘는 한정식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식당에서  또는 가정에서 밑반찬의 개념은 음식 한 두가지로 식사하는 서양 사람들의 개념과는 사뭇다르다. 이런 다채로움 말고도 음식 하나 하나에도 건강을 생각하는 우리 선조의 지혜는 그야 말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리 나라 음식은 모든 체질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 많다. 김치를 예로 들자면 배추김치는 금양·금음체질에 이롭고, 무김치는 목양·목음체질에게 이롭다. 그러나 배추김치를 만들 때 금양·금음체질에게도 이로운 배추, 젓갈 이외에 목양·목음 체질에 이로운 무채, 마늘, 생강 등이 듬뿍 들어간다. 그리고 무김치의 경우에도 각종 젓갈이 많이 들어가므로 목양, 목음, 금양, 금음 체질에 어느 정도 맞도록 구성되어 있다.

 명절 때나 잔치 때 주로 먹는 생선전은 생선에 밀가루와 계란을 묻혀 기름에 부친 음식이다. 생선은 금양·금음체질에게 이로운 것인데 밀가루와 기름은 금양·금음체질에게는 해로운 것이며 반대 체질인 목양·목음체질에게 이로운 것이다. 역시 이러한 것들이 섞여 음식의 성질이 두루뭉실하게 되어 양 체질에 이롭지도 않고 해롭지도 않은 음식이 되는 것이다.

 비슷한 예가 되겠지만 해물파전 역시 금양· 금음체질에게 유리한 각종 해물(오징어, 조개 등), 부추, 파 등이 주재료가 되지만 밀가루, 달걀, 기름 등 목양·목음체질에게 유익한 재료 등이 함께 사용되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명절상을 차릴 때 몇 가지 나물을 한 접시에 담아 내오는데 그 구성을 살펴보면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등이다. 도라지는 목양체질에, 고사리와 시금치는 금양체질에 이로운 것인데 한 접시에 담겨 같이 먹도록 나오는 것이다. 또 다른 음식을 예로 들면 북어국을 들 수 있겠다. 금양체질에 이로운 북어를 주재료로 하여 끊인 국이지만 반대체질인 목양체질에 좋은 무가 그 국에 들어간다. 북어국에 배추를 넣어 끊이면 금양체질에게는 제격이겠지만 일반적으로 무를 북어국에 넣는 것은 왜일까? 사람들은 육식을 할 때 고기를 그냥 먹기 보다는 상치에 쌈을 싸서 먹는다. 이 또한 목양·목음체질과 금양·금음체질의 상반된 음식을 같이 섭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금양·금음체질에 이로운 생선회를 먹을 때 밑에 까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무채이다. 무채로 멋을 내기도 하고 푸짐해 보이게 하기 위해서도 그렇겠지만 요즘은 생선회를 먹을 때 일부러 무채를 함께 먹는다고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소화를 촉진시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은 목양·목음체질이 무채를 함께 먹음으로 속이 덜 불편한 것을 느껴 퍼뜨린 이야기일 것이고, 금양·금음체질은 순수하게 생선회만 즐기는 것이 몸에 좋은 것이다.

 메밀은 강화된 대장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성질이 있는 식품으로 금양·금음체질에 이로우며 특히 선천적으로 대장의 기능이 강한 금음체질의 최고의 식품이다. 그러나 메밀국수를 먹을 때는 국물에 무 다진 것을 함께 넣어 먹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이것도 반대 체질의 음식이 함께 어우러진 좋은 예이다.

 우리 한방약에 경옥고(瓊玉膏)라는 약이 있다. 이 약은 생지황(生地黃), 백복령(白茯笭), 인삼(人蔘), 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 생지황과 백복령은 토양체질에게 좋은 약재이다. 인삼과 꿀은 반대체질인 수양·수음 체질에게 좋은 약재이다. 옛 선인이 이 약의 처방을 만들 때 원하는 약효를 얻기 위해 위와 같이 구성하였겠지만 이렇게 하니 부작용 또한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고 처방내용을 확정지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또한 삼재환(三才丸)은 숙지황(熟地黃), 인삼(人蔘), 천문동(天門冬)으로 구성되어 있어 백약(百藥)이 무효한 금양· 금음체질을 제외하고 토양·토음체질, 수양· 수음체질, 목양. 목음체질의 유익한 것이 각각 하나씩 들어간 재미있는 약이다. 이러한 연유 때문인지 옛부터 양약과 비교하여 “한약은 부작용이 없다.”라는 말이 전해 오는지도 모르겠다.

 위와 같이 우리 선인들은 음식 하나하나에 음식의 맛 이외에 건강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고 음식을 만들었다. 물론, 선조들이 체질이란 것을 알고 만들었다고 생각 되지 않으나 오랜 경험과 지혜로 모든 체질에 맞는 음식을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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