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vs 허용 찬반논쟁 '분분'

     2012년 콜로라도주(州) 소도시 극장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에서부터 2023년 한인 일가족이 희생된 텍사스주 댈러스 외곽 쇼핑몰 참극까지 올해 들어서도 미국 전역에 걸쳐 다수의 희생자를 낳는 총격 사건이 빈발하는 가운데, 유독 'AR-15'라는 모델명을 가진 반자동 소총이 단골처럼 사용되며 대표적인 대량살상무기로 악명을 떨치는 모습이다. 미 NBC 방송은 15일 보도에서 "AR-15은 다재다능한 특징으로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총기 중 하나이자, 총기난사 사건으로 가장 비난받는 총기 중 하나로써 미국 사회의 분열상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R-15을 비롯한 이른바 '돌격소총'은 권총보다 위력이 강한 데다, 전투소총보다 전장(개머리판과 손잡이를 제외한 총의 앞부분)이 짧아 휴대가 간편하고 반동은 적은 반면 총알이 스스로 재장전되는 자동 사격이 가능하다는 등 여러 특장점을 지녀 인기가 높다. AR-15가 쓰인 대규모 총격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총기의 천국' 미국에서도 살상력이 큰 돌격소총의 판매를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기폭력 예방 활동을 하는 단체 '기퍼즈 법률센터'의 린지 니컬스는 "이 총기는 전투지역의 병사들에게나 적합하게 쓰일 전쟁용 무기"라며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이를 금지하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총기 소지 자체가 원흉이라는 인식 하에 규제 강화가 꾸준히 추진돼 왔다. 일리노이를 비롯한 8개 주와 워싱턴DC는 이미 AR-15 등 반자동소총을 금지하는 법령을 통과시킨 바 있다.


    반면 총기 옹호론자들은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폭력 억제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 통계를 봐도 살인사건에 AR-15 등 반자동 소총보다는 권총이 더 자주 사용된다고 이들은 항변한다. 총기 업계는 무기가 아니라 범행을 저지른 개인의 잘못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최근 설문조사 동향을 보면 총기소지 찬반 여론은 양분된 상태로, 오히려 총기 금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약화하는 추세라고 NBC는 지적했다. 총기소지 금지의 효과를 두고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미국 사회가 총기를 놓고 대립을 거듭하는 사이 AR-15 판매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소매업자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총기 구매가 급증했으며, 이같은 현상은 여성과 흑인 고객 사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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