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이하린

 덴버 시장선거가 드디어 끝났다. 10명의 후보가 무더기로 등록하며 혼선양상을 빚었던 것을 시작으로, 과반수를 넘는 득표를 한 후보가 없어서 다시 2차전으로 넘어가고, 3위 후보가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잡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16개월간의 긴 대장전을 끝으로, 덴버 빈민가 출신의 흑인 후보인 마이클 핸콕이 덴버 시장에 당선됐다.

 마이클 핸콕에 맞서 2차전 선거를 치뤘던 크리스 로머는 1차전 선거에서 28.5%의 가장 많은 표를 받아 약 27%의 지지를 받은 2위의 핸콕보다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또 시장 선거에서 3위를 한 제임스 메히아가 재빨리 로머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면서, 메히아를 지지하던 히스패닉 계층들까지 끌어안는 듯했다. 덕분에 선거 중반까지도 지지도에 있어서 핸콕을 넉넉하게 앞서나갔다. 이 추세대로라면 로머가 덴버 시장에 당선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260만달러라는 덴버 시장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액수의 막대한 선거 자금을 쏟아붓고도 그는 이보다 훨씬 더 적은 금액을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핸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우선 성장 배경이나 가정 환경에서부터 뚜렷한 차이를 보였던 두 후보는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는 방법도 큰 차이를 보였다. 로머는 핸콕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한 ‘부정적인 광고’를 내보내는데 많은 돈과 시간을 할애했다. 로머는 핸콕이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점진적인 발전, 안전한 커뮤니티, 그리고 교육 바우처 등의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1차전 공격을 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을 받은 후보가 즉각적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 흠집내기로 응수하는 것과는 반대로, 핸콕은 오히려 차분하게 자신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과 시의원에 재임하며 자신이 이룩했던 업적에 대해 강조하는 TV 광고 내보내기를 계속했다.  

 로머는 핸콕 진영에서 자신의 비방 광고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에 다시 한번더 “핸콕은 시의원 시절에 차기 시장과 의회 의원에 대한 연봉 인상에 찬성하는 표를 던졌다”며 2차 공격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핸콕은 이 비방 광고에 답변을 했다. “맞습니다.저는  6년동안 인상되지 않았던 연봉 인상에 표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제가 시장이 되면) 저는 인상된 연봉을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라고 답하며  역시 로머에 대한 공격은 전혀 없었다. 핸콕은 이 솔직하고 깔끔한 답변으로 상당수의 로머 지지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로머의 이러한 비방성 광고는 자신의 이미지를 끌어올려 지지를 얻는 대신, 오히려 자신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선거를 불과 3주 남겨놓은 시점에서 로머의 자원봉사 자문위원3명이 로머의 이런 부정적인 캠페인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는 로머의 진영을 떠나기도 했다. 선거철만 되면 의례적으로 TV를 장악하는 비방성 광고들. 그런 광고들을 볼 때마다 사실 그 광고를 내보내는 후보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게 좋아지지 않았다.  그처럼 고자질하듯 상대 후보가 했던 실수나 잘못을 일일이 들춰내가며 비방하는 모습이 정말 유권자들의 눈에 좋게 보인다고 생각하는 걸까? 유권자들이 그런 후보가 하는 고자질을 곧이곧대로 믿고, 순순히 자신에게 표를 던질 거라고 믿는것일까? 유권자들은 이제 비방성 광고가 지겹다. 그런 광고에 전파와 돈을 낭비하는 것이 오히려 그 후보의 이미지에 독이 된다는 사실, 로머가 잘 증명해주었다. 이런 제 발등 찍기식 비방 광고는 로머를 끝으로 완전히 사라졌으면 좋겠다. 정정당당하게 페어플레이를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마이클 핸콕 신임시장에게 아낌없는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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