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빛교회 유지훈 담임목사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실 때에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 하지 말아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하여야만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들을 본받지 말아라.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구하기 전에, 너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신다” (마태복음 6:7-8, 새번역). 이 말씀 가운데 나오는 “이방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방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가끔 영어로는“pagan”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보통 우리는 믿지 않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신앙이 없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매우 종교적인 사람들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종교가 없었다면, 신앙이 없었더라면 이들이 기도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기도를 하면서 많은 말을 하고 그 말을 신이 들어 주시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은 열심히 한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오랫동안 기도하는 매우 신실한, 종교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 “이방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왜 예수님께서는 이들과 같이 기도하지 말라고 하셨을까요? 이렇게 열심이 있는 종교인들과는 다른 기도를 하라고 하셨을까요? 저희도 열심으로 주님을 섬겨야 하고 열심으로 기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차이점은 열심의 이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방 사람”이 열심히 기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기도를 열심히 함으로써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응답으로 받으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습은 모든 종교의 공통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종교들은 어떠한 사상과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표가 있습니다. 그 목표가 천국이 될 수도 있고 극락이 될 수도 있고 의미있는 삶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는 부(富)나 건강, 성공 등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얻기 위하여 열심히 일하라고 합니다. 이슬람 같은 경우는 메카에 성지순례를 가고 하루에 다섯 번씩 메카를 항하여 기도를 해야 합니다. 불교는 팔정도라고 하여 열반에 이르는 여덟 가지 바른 수행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다른 종교들도 선행을 해야 하고 헌신을 해야 하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 섬겨야 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고 또 여기에 기도를 하면 신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 주신다고 생각을 합니다. 많은 기독교인들도 이렇게 종교적인 방법으로 신앙 생활을 하는 경우를 보게됩니다. 주일 성수하고, 십일조를 드리고, 봉사를 하면서 열심히 신앙 생활을 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새벽에, 철야에 기도를 하며 하나님께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간구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이방 사람”들의 기도와 같은 기도를 드립니다. 아니, 이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라고 생각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도의 목적은 내가 신으로부터 무언가를 얻기 위함이고 그렇게 하기 위하여 열심히 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의문이 있으신가요? 문제는 이러한 종교들은 결국에는 자기 자신이 주권자가 되고 신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방법과 수단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하는 것이지 신을 위하여, 하나님을 위하여 사는 삶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기도를 드리지 말고 다르게 기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마태복음 6:9a, 새번역). 기도의 시작은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그 관계는 단순한 신과 인간의 관계가 아니라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 즉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의 관계입니다.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에는 다른 이유나 조건이 없습니다. 피로 맺어진 끊을 수 없는 사랑의 관계입니다. 물론 자녀가 잘되기 위하여 규율이 있고 훈계가 있고 가르침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지키지 못한다 하여도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자녀가 아버지에게 무엇을 구할 수 있는 이유는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그 관계가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자녀를 키우시는 분들은 자녀가 돈을 위하여, 아니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위하여만 말을 잘 듣고 열심히 하면 얼마나 서운한지 잘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하여 열심히 한다면 비록 부족하고 실수를 한다 하더라도 대견스럽고 사랑스럽게 여기실 것입니다. 기독교의 신앙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는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입니다.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무언가를 얻기 위하여 열심히 종교적인 생활을 하고 그러니 축복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와 나의 관계 때문에 하나님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노력하는 삶이 바로 기독교의 삶입니다. 이 관계는 피로 맺어진 관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피로 말미암아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 입양되었습니다. 끊을 수 없는 관계가 맺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은혜로 맺어주신 관계입니다.


    이방 사람처럼 신에게 내가 원하는 축복을 얻기 위하여 열심히 하는 삶이 아니라 우리의 아버지가 되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분을 기쁘시게 하시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돈이나 건강이나 성공이나 이러한 것들이 축복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와의 관계 그 자체가 축복임을 깨닫고 감사의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하여 신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님의 자녀 됨을 축복으로 받았으니 감사의 삶을 사는 것이 바로 다른 종교들과 기독교 신앙의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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