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교회 이두화 담임목사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이 시점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이전보다 나은 결과를 손에 쥐려고 새로운 도전을 다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희망찬 새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요. 희망찬 포부에는‘열심히 하자, 최선을 다하자, 조금 더 견뎌보자, 노력해 보자, 새로운 목표와 꿈에 도전하자, 포기하지 말자.’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진취적인 희망과 소망의 자세는 분명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이런 상황에 오히려 정반대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쉬었다 가시는 법을 배우십시오’입니다. 왜냐하면 쉬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일수록 오래 달려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인생을 오래달리기인 마라톤에 자주 비유하는데요. 마라톤 선수가 42.195km(26miles)를 뛰는데 만약 마라톤 경주를 세 개의 경기를 연달아 달린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특히 중간에 쉬지 않고 뛴다면 세 개의 경기를 모두 완주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경기를 잘 완주하려면 각각의 경기 사이사이마다 쉼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있는 흔한 인식은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빨리 성취하려고 합니다. 그만큼 꺼지지 않는 엔진이 되어 달려가고자 합니다. 자신이 쉬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겁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우리 스스로를 속이도록 만드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내가 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쉬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이 19년도에 발간된 한국의 ‘강영안’ 교수의 책 ‘일상의 철학’이라는 책을 보면 잘 나와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풍경을 한번 떠올려 보자. 20년 전만 해도 책을 꺼내어 읽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가뭄에 콩 나듯이 조금 있었다. 대부분은 눈을 감고 있거나 더러는 잠에 빠진 사람들이 있었다. 지하철 공간은 사람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책을 읽는 사람은 그제나 이제나 없기는 비슷하나 눈을 감고 앉아 있는 사람은 대폭 줄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젊으면 젊을수록 스마트폰에 눈이 가 있다. 정보 노출량은 늘었지만 휴식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기술 문명이 가져온 삶의 환경 변화는 사람들을 편히 쉬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무엇인가 재미있게 몰두할 일이 많이 생겼고 전혀 관심 두지 않아도 무방할 일에 관심을 두고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다. 손흥민이 공을 어떻게 차든, 정현(테니스선수)이 어떻게 서브를 넣든 나의 삶. 우리의 삶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음에도 그들이 나오는 경기를 보느라 사람들은 기꺼이 밤잠을 설친다. 중요한 쉼의 수단인 수면 부족과 수면 장애가 이로부터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19년도의 이야기라면 23년도를 준비하는 우리의 삶 속에 얼마나 더 많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 있을까요? 쉬는 것을 배우지 못한다면 어떤 도전과 노력을 해도 오래 달리지 못하고 삶 속에서 금세 방전되어 버린 나를 발견하게 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인생의 처한 각각의 경주를 잘 완주하기 위해 중간에 쉬어가는 쉼은 어떤 모양일까요? 방전이 아닌 충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모든 것을 멈춰 버리는 것이 쉬는 것인가요? 육체적으로 쉬기만 하면 됩니까? 성경은 경주를 잘 완주하기 위한 필수 조건 쉬어가는 ‘긴 숨’이 무엇인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말씀으로 살 것이라 <마태복음 4:4>
우리는 떡을 얻기 위해, 먹기 위해 바쁘게 살아갑니다. 물론 계획을 잘 세워서 떡을 얻으십시오. 하지만 바쁘게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갈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땅의 떡 말고 하나님에게서 나오는 생명의 떡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먹을 때 우리는 나로부터의 능력이 아닌 절대자의 능력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를 인도합니다. 우리를 깨닫게 합니다. 새로운 것들을 보게 합니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게 하십니다. 그렇다면 이제 쉬어가는 숨, 생명의 떡을 먹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예수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히브리서는 이 경주와 쉼이라는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며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 <히브리서 12:1-2>
인생의 경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말씀의 방점은 경주의 종착점이 아닙니다. 경주를 온전히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 이에 있습니다. 즉, 예수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결국, 내 앞에 놓인 인내의 경주를 잘하는 것은 인생에서 예수를 바라보는 쉼을 선택할 때입니다. 예수를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를 인도하시는 이의 인도함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 능력으로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됩니다. 나에게 힘주시는 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내 삶을 안내해 주시는 것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를 다시 은혜와 사랑으로 충전합니다. 23년도 인생이란 경주를 모든 분이 열심히 달리시겠지만 모든 것을 완주하실 수 있도록 도우시는 예수를 바라보는 쉼이 모든 분에게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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