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누가의 열심 누가복음 1장1~4, 디모데후서 4장9절~11절
인생은 마지막에 가서 몇 가지 후회를 한다고 합니다. 첫째가 좀 더 베풀며 살 걸, 너무 인색했어요. 너무 이기적으로 살았어요. 다 갖고 가는 것도 아닌데요. 둘째는 좀 더 참을 걸, 참지 못해서 일을 망친 적이 많거든요. 참지 않고 되는 일이 없으니까요. 셋째는 좀 더 즐겁게 살 걸, 짧은 인생인데, 괜히 짜증내고 원망했어요. 후회가 된다는 거지요. 저는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고 싶어요. 넷째는 의미와 보람을 만들며 살 걸입니다. 의미와 보람을 만들지 못한 인생은 허무해져요. 무너져요. 좌절에 빠져요. 오늘 나는 어떤 의미와 보람을 만들며 살았을까요? 이게 있어야 지치지 않지요. 누가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록한 인물입니다. 성경을 기록한 다른 저자들은 모두 유대인입니다. 오직 한명 누가만 이방인입니다. 놀라운 것은 누가가 기록한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이 무려 100페이지가 넘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1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쓴 이유입니다. 그것은 오직 한 사람, 데오빌로 각하의 믿음을 견고하게 하기 위하여 썼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누가에게서 배워야할 것이 이것입니다.
“한 영혼을 향한 뜨거운 열심”
데오빌로 각하는 아마도 로마의 고위층일 거라고 추측들을 합니다만,
누가는 그 한 사람의 신앙을 견고하게 하기 위하여 이 엄청난 수고에 열심을 다했습니다. 누가는 예수님의 제자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누가복음을 기록하기 위해서 사도들을 만나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의 행하심을 메모해서 쓴 복음서가 누가복음이지요. 지금처럼 인터넷이라는 편리함이 전무했던 2천년 전에 얼마나 고생했을까요? 얼마나 수고했을까요? 그러나 한 영혼을 향한 누가의 열심은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하나님은 누가의 열심을 쓰셔서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이라는 위대한 말씀을 만들게 하셨던 거지요. 왜요? 하나님의 성품이 열심이니까요. 하나님은 우리를, 나를 사랑하시되 열심히 사랑하시니까요. 하나님은 열심을 내는 이들을 쓰셔서 주님의 뜻을 이루어 가시니까요. 오늘 우리가 한 영혼을 위하여, 그 믿음을 위하여 열심을 낼 사람은 누구일까요? 자녀들의 신앙을 위하여, 가족과 친척과 친구들의 영혼을 위하여 열심을 낼 수 있다면 엄청난 의미와 보람이 있을 텐데요. 누가에게서 배워야할 두번 째는 바울의 옆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입니다. 바울이 감옥에 갔을 때에도, 모든 사람이 바울을 떠났을 때에도 누가는 바울의 곁을 지켰습니다. 마지막까지. 그리고 연약한 바울의 몸을 누가는 의사로서 치료하곤 했던 것입니다. 일평생 한결같이 자기 자리를 지킨 누가! 우리 모두가 누가의 이 사명을 본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흐뭇할까요? 유럽 교회가 무너진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실은 예배의 자리, 기도의 자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지요. 쾌락 사랑하기를 하나님보다 더하는 세상 풍조에 휩쓸려서 그리스도인들도 예배와 기도의 자리를 소홀히 했었기 때문에 유럽 교회는 비참해지고 말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사명이 바로 자리의 사명입니다. 누가는 이 사명을 다했기 때문에 바울 사도가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던 거지요. 우리 누가의 열심으로 열심을 낼 것입니다.우리 지켜야할 예배의 자리를 성실하게 지킬 것입니다. 이것이 한국교회를 위한 결정적인 사명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의미와 보람이 될 것입니다.
◈다르다는 것만 인정해도!
제가 결혼식 주례를 하게 되면 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반복하지만 결혼하는 신랑 신부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니까요. 물론 하객들 중에는 여러번 듣는 분들도 계시지만 잘 웃어 주십니다. 저는 주례사를 시작하면 느닷없이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는 오늘도 쉰 김치만 먹었습니다. 결혼 생활 40년 동안 줄곧 쉰 김치입니다. 저는 쉰 김치가 그렇게 맛있습니다. 아니 유산균이 가득한 쉰 김치를 좋아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제 아내는 쌩 김치만 좋아합니다. 결혼하고 40년 동안 줄 곧 쌩 김치입니다. 저를 보고 쉰 김치를 어떻게 먹느냐고 그럽니다.
이게 40년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도 저는 쉰 김치만 먹었습니다. 처음엔 아내가 쉰 김치도 식탁에 올려 놓더니, 나이가 들면서 점점 쎄집니다. 그러더니 요즘은 자기가 좋아하는 쌩 김치만 내 놓습니다. 저는 할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냉장고로 갑니다. 오늘 아침에도 저는 식탁에 쉰 김치가 없는 것을 보고 제가 냉장고에서 쉰 김치를 꺼내 왔습니다. 결혼 생활 40년 동안 저는 쉰 김치만 좋아했고 아내는 쌩 김치만 좋아합니다. 이렇게 다릅니다. 신랑과 신부 잘 들으십시오. 오늘부터 두 분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합니다.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짜증내지 말고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맞추어 주기로, 그래서 돕는 배필입니다. 그러니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돕기로 작정해야 행복한 가정이 될 것입니다. 얼마 전에도 같은 주례사를 했더니 신부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서 좀 안심이 됐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주일 날인데, 2학년 짜리 꼬마가 저에게 달려왔습니다.
“목사님, 목사님?”
“왜?”
“목사님은 쉰 김치가 그렇게 좋으세요?”
“그럼!”
누구를 만나든지 마찬가지입니다. 다릅니다.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불편해하지 말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속도가 다릅니다. 느긋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 급한 사람도 있어요.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아니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다른데요. 이걸 이해하고 이걸 서로 도와야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을 살지만 낙원을 경험하는 가정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