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시위 놓고 미국·이란 난타전

    이란에서 확산 중인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가 미국과 이란의 새 분쟁 이슈로 비화하고 있다. 이란이 미국을 시위 배후로 지목하자, 미국이 곧바로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를 예고한 것이다. 미국과 이란이 이 문제로 대치하면서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도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오후 성명을 내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존엄과 평등권을 요구하는 평화로운 이란 시위대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이 강화되고 있다는 보고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면서 "그들은 세계인권 헌장과 유엔 헌장에 의해 뒷받침된 공정하고 보편적인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안전한 외부 플랫폼과 서비스를 촉진하는 방식 등을 통해 이란 국민의 인터넷에 대한 접근을 더 용이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풍속 경찰을 포함해 시민 사회를 탄압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관리와 기관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금주 평화로운 시위대에 폭력을 쓰는 가해자에 추가 비용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 여성에 대한 학대와 폭력 등을 이유로 이란의 풍속 단속 경찰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앞서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받던 한 여성이 의문사하면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하자 반정부 시위가 오히려 확산하면서 정부와 시위대 간 충돌이 확대하고 있는 상태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한 반정부 시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계획한 것이라면서 미국을 공격했다. 미국을 비롯해 서방 국가가 히잡 의문사 및 시위 문제로 이란과 대치하면서 교착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푸에르토리코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우리는 대학생들의 평화로운 시위에 폭력과 대량 체포로 대응하는 이란 안보 당국에 대한 보도를 보고 경악했다"면서 "이란 정부의 여성과 소녀에 대한 대우,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탄압 등에 대한 그들의 분노는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재임시 당시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부르면서도 군비 통제 협상을 진행했다는 점을 거론한 뒤 "우리는 핵 협상을 하더라도 이란 여성과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고 수호하는 일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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