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노인회관이 팔렸다. 노인회관은 지난 2007년 8월에 고 강종모 회장이 주축이 되어 구입한 건물이었다. 비록 주택용도의 건물이었지만, 구입 후 10년간은 설날, 삼일절, 어버이날, 광복절, 추석, 생일잔치 등 120여 차례의 행사가 왕성하게 열렸다. 그리 넓지 않은 노인회관은 그야말로 한인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했고, 거기에는 항상 주간포커스가 있었다. 이처럼 노인회관의 역사에는 주간포커스가 늘 함께 했기에, 이번 회관 매각은 필자에게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소송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송에 개입된 이들을 향한 한인사회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회관 구입 이후 노인회 역사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세 명으로 집약된다. 강종모, 문재만, 조석산 전 회장이다. 강종모 전 회장은 노인회의 초석을 다졌고, 문재만 회장은 노인회의 번성을 이루었으며, 조석산 회장은 노인회의 분란을 초래했다고 표현할 수 있다. 고 강종모 회장은 한인회와의 재판을 마치고 변호사비를 아껴 남은 돈으로 간신히 이 노인회관을 구입했다. 회칙을 정비하고 한인사회의 어른단체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회관의 문을 활짝 열었고, 그 결과 재판 기간동안 뿔뿔이 흩어져 있던 노인들이 하나둘씩 회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다음 회장은 문재만씨였다. 문 회장은 2010년부터 5년간 19대, 20대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기존의 명절 행사와 기념식 외에도 매년 컴퓨터교실을 열었으며, 고국방문단도 모집했다. 뿐만 아니라, 노인회 전용 차량까지 구매해 그야말로 노인회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그런데 문재만 회장이 일신상의 문제로 회장직을 내려놓고, 이연길 씨가 21대 회장에 선출되었지만 중도하차하면서 남은 임기는 윤석훈 대행체제로 이루어졌고, 22대 신임회장 후보에 조석산씨가 나왔다. 돌이켜보면 노인회 파국은 이즈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당시 노인회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 ‘나이’ 와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들의 자격’에 관한 문제다. 이같은 맥락에서 회장 단독후보로 나선 조석산(당시 57)씨의 나이 자격 문제로 제22대 회장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강종모)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극명하게 대립하였다. 콜로라도주 노인회는 강종모 전회장을 중심으로 전형위원회를 구성, 조석산씨를 단독 회장 후보자로 인정했고, 반대파는“회장을 수행할 수 있는 나이가 65세 이상이기 때문에 조씨의 나이가 회칙에 어긋나고 선관위 구성원 또한 정당하지 않은 관계로 당초부터 조석산 후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조석산씨가 2016년 1월, 22대 노인회장이 되었다. 조 회장은 전직 회장들이 해온 행사들 외에도 가을 단풍놀이까지 추가할 정도로 노인회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한인회와 민주평통과도 연계해 각종 행사도 주최하면서 나름 열심히 하려 했다. 사실 그보다 노인회에 오랫동안 애착을 가진 이도 드물다. 한인회와 재판을 하면서 노인들의 라이드에서부터 20여년간 노인회의 잡일을 도맡아 했던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회장 선출과정에서 노인들과 마찰의 골이 깊어졌고, 오래된 건물 보수와 수입부족으로 노인회관 경영에 어려움이 커지자 회관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다음 회장이었던 문홍석 회장 때에는 회관 대신 식당이나 외부 공간에서 행사를 치렀고, 회관 마당에 개인적인 물건을 쌓아두거나 불법으로 렌트를 놓아 회관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며 노인들로부터 지탄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불만들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을 법적 문제로 끌고 간 것이다. 노인회관을 엉망으로 사용하고 있고 방만하게 노인회를 운영하고 있는 문홍석 회장과 조석산 이사장에게 불만을 가진 일부 노인들이 주정부 웹사이트에서 노인회 등록정보를 임의대로 바꾸고, 노인회 계좌 또한 막아버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회는 법적 대응을 시작했고, 변호사비는 예상을 훌쩍 넘었다. 결국 비용을 받지 못한 변호사는 건물에 린을 걸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건물자체가 통째로 날아가게 된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물론 노인회의 방만 경영에 대한 불만은 당연한 것이었다. 충분히 질타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우리는 주정부에 노인회의 등록 정보를 바꾸는 등의 불손한 행위가 온전히 노인들만의 생각이 아니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내 집의 명의를 하루아침에 몰래 남의 이름으로 바꿔놓는 등기 사기에 해당되는 행위로, 순진한 노인들의 발상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부분이었다. 결국 이명진ㆍ문홍석 전 회장의 증언 및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인회관을 팔아먹고 노우회관까지 몰래 팔아먹으려고 했던 바비 김과 박준서가 이 일련의 과정에도 개입되었고, 동네에서 조그마한 잡지사를 홀로 운영하고 있는 김준홍도 그들과 동조해 컴퓨터에서 노인회 주정부 정보 변경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몇몇 노인들이 노인회관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에만 집중하다가 이 세 사람의 농간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노인회 측은“회관 매각 사태는 이 세명의 작당으로 발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8년 1월, 강종모 회장은 작고하기 한달 전 서류뭉치를 들고 필자를 찾아왔다. 자신이 죽고 난 뒤에도 노인회를 지켜달라면서 노인회 관련 서류를 건넸다. 이 때문에 돌아가신 뒤에도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겨울 문홍석 회장이 변호사비와 회관 운영에 어려움을 토로하며 회관 매각 의사를 밝혔을 때부터 매몰차게 대했다. 그런데 지금은 약간의 후회가 밀려온다. 만약 그때 십시일반으로 변호사비를 도와주었다면, 만약 그때라도 대화로 문제를 풀었다면 이렇게 참담한 결과가 나타났을까.


    노인회관 매각건은 노우회와 크게 다르다. 일부러 회원을 받지 않고, 회장도 없고, 회원도 없으며, 이사장을 포함한 모두가 가짜로 채워진 불법형태의 노우회와는 엄연히 다르다. 노인회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회장과 회장단, 집행부, 이사회가 구성되어 있고 회원들도 다수 있다. 또, 노우회는 가짜 이사장이었던 바비 김의 ‘개인’ 재판을 위해 공금을 사용했고, 노인회는 개인이 아니라 노인회 ‘단체’로 소송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공금의 사용목적 또한 확연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노인회가 회관을 매각하는데 있어서 자체의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면 반드시 커뮤니티에 고지할 의무는 없다. 단, 도의적인 면에서 회관 매각 명분과 매각금의 사용 계획에 대한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법정 소송비용으로 인해 한인사회의 재산을 날리고 있다는 것에 분통이 터진다. 한인회관도 그랬고, 노인회관도 그랬고, 노우회관 또한 노우회 돈으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형인 노우회는 가짜 이사들이 몰래 회관을 매각하려다 주간포커스에 들통나 매각에 실패, 2017년도에 9천여불과 2021년에 2만불 이상을 바비 김 개인 소송비용으로 사용한 것이 밝혀졌고, 지금도 공금으로 개인적 소송을 일삼고 있다. 즉 세 회관의 매각건에는 모두 바비 김이 연루되어 있었다. 


    필자가 제안하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이렇다. 바비 김이 노우회관을 몰래 팔려고 했던 금액이 70만불이었다. 이 정도의 가격으로 팔아서 노인회관의 매각 잔금 21만불과 합쳐 번듯한 회관을 구입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건물에 통합된 한인회와 노인회가 함께 사용하고, 다른 한인 단체와 한인 2세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가장 모범적인 이민사회의 모습이 될 것이다. 이런 청사진이 제시된다면 한인사회로부터 더 많은 기금도 모을 수 있다. 이번 노인회 매각이 침체에 빠져있는 한인사회에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무턱댄 비난보다는 한인사회의 진심 어린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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