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편지 / 한용구 목사
◈행복한 만남 창세기 33:1-11
정채봉 시인은 만남에 대해서 이런 의미 깊은 시를 썼습니다.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참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닳아 없어질 때에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명절을 지내면서 생각합니다. ‘누가 행복한 사람인가? 그건 내가 만나는 사람 때문에 내가 행복하다면, 그리고 나 때문에 상대방이 행복하다면, 나는, 우리는 이미 행복한 사람이다.’ 야곱과 에서가 20년 만에 만납니다. 그냥 만나면 무슨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이건 분명히 불행한 만남이 예상됩니다. 야곱은 평생 경쟁심으로 살아왔습니다. 누군가를 이겨야 직성이 풀리고 내가 더 가져야 속이 시원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장자의 명분을 차지했지만 형 에서를 적으로 만들고 말았어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극복해야할 문제가 경쟁심입니다. 경쟁심이란 누구와 비교하는 일입니다만,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평생 불행할 수 밖에 없지요. 에서는 평생 복수심으로 살아온 인물입니다. 물론 자신의 잘못 때문입니다만, 장자의 명분을 뺏기고 그는 복수심으로 살아왔어요. 20년 만에 동생을 만나는데, 복수심 때문에 군사 400명을 동원해서 달려올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결말은 경쟁심과 복수심이 만났는데 너무 아름다워요. 너무 화목하게 만났어요. 그 비결이 뭘까요? 행복한 만남의 비결은? 첫째 비결은 야곱의 얍복강 기도에 있어요. 하나님은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셨습니다. 야곱은 한쪽 다리를 절면서부터 겸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의지하던 것이 무너지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만드신 겁니다. 한쪽 허벅지 관절을 치신 이유가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이기겠다는 경쟁심을 하나님이 쳐 버리셨던 것이지요. 그때부터 야곱은 온유해지고 너그러워지고 겸손해졌던 거지요. 둘째 비결은, 한쪽 다리를 절면서 생각합니다. 내게 주신 물질은 내 욕심을 위해 사용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써야할 사명이구나. 그래서 가축 550여 마리를 선물로 보냅니다. 물질로 형의 마음을 샀던 것입니다. 셋째 비결이 중요합니다. 야곱은 한쪽 다리를 절면서 형을 보고 절하고 절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형의 얼굴을 보니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습니다.” 이순간, 에서의 복수심도 완전히 녹아져 내렸습니다. 한쪽 다리를 져는 것을 보고, 550여 마리의 선물을 보고, 그리고 형의 얼굴을 보니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다는 고백을 듣는 순간, 그의 마음은 다 녹아져 버렸습니다. 표현은 완성입니다. 우리 표현 좀 합시다. 가족끼리, 잘 아는 사람끼리, 위로의 말과 격려의 말로 표현 좀 합시다. 20년만에 경쟁심과 복수심이 만났지만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며 행복하게 만난 비결을 우리 마음에 새길 것입니다. 만남이 행복해야 진짜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람사는 이야기
▷행동으로 옮겨야
지금은 세상을 뜬 스티븐 코비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가 쓴 책은 전세계적으로 무려 2천 만부가 팔렸다고 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저도 참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짐도 많이 했습니다. 아하 이래야겠구나, 그렇구나. 아마도 수 천만명이나 되는 전세계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을 것입니다. 그가 끼친 영향력은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관심있게 바라 봤습니다. 그런데 그는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 만에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명쾌하게 꿰뚫은 스티븐 코비가 사업을 시작했는데 파산하다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소식이었습니다.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왜 파산했느냐고, 이럴 수가 있느냐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왜 파산했느냐고? 어처구니 없는 대답이 그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책 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책만 쓰고 그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알면 뭐합니까? 그대로 해야지요. 어느 의사가 책을 쓰고 있었습니다.
내용은 담배가 사람의 몸에 얼마나 해로운가에 대해서 책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담배가 얼마나 해로운가에 대해서 쓰다가 쉬는 시간만 되면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는 것은 다 아는 게 아닙니다.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겨야 진짜 아는 것입니다. 그러니 안다고 큰 소리 칠 게 아닙니다. 아는 대로 살지 못함을 부끄러워할 일입니다.
▷사람은 사람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
그는 7층 짜리 다세대 주택에 사는 분입니다. 좁은 복도 사이에 여러 가구가 마주보고 있으나 소란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사람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에 누군가 오는 소리가 나면 계단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이 어색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사건 이후로 많이 변했습니다. 어느 봄날입니다. 겨우내 쓰던 이불을 세탁해서 옥상에 널어 두고 출근을 했습니다. 날씨가 아주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낮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어쩌나, 이불이 다 젖어 버렸을 텐데, 한숨만 푹푹 쉬었습니다. 그날 따라 다른 스트레스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 이불까지 비에 맞았을 걸 생각하니, 아 ~ 드디어 퇴근해서 옥상 문을 열었습니다.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이불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니? 누가? 정말 안 좋은 일만 일어나는 날인가? 그러다가 집 문 앞까지 왔는데 으와, 거기 이불이 비닐 봉투에 싸여 있었고 편지 한 장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옥상에 올라갔다가 빗방울이 떨어져서 잠시 보관하다가 늦게 귀가하실 것 같아서 문 앞에 둡니다. 비에 많이 젖지는 않았을 겁니다.”
으와! 세상에, 속에서 울컥 뭐가 올라왔습니다. 이런 분이 바로 내 이웃에 계시다니, 너무 좋아서 이불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있었습니다. 그 뒤로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들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씩 변했습니다. 사람은 사람 때문에 살아 갈 수 있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