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응하기 위해 2020년 3월부터 유지해온 ‘6피트 거리 두기’를 지난주에 공식 해제했다. 코로나 감염이 공식 관리에 들어간 지 2년 반 만이다. 밀접 접촉자의 격리와 정기 검사, 마스크 착용 조치도 삭제했다. 단, 확진자는 5일 이상 집에 머물고 10일간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만 남겨 두었다. 


    지난주 CDC는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응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을 간소화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물리적인 거리를 강조하는 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는 방법 중의 한 가지 요소일 뿐, 밀접접촉 등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됐어도 감염되지 않으면 격리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또 새로운 지침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최신 완료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차별화를 두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는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거리두기의 공식 해제는 이제서야 나왔지만, 사실상 거리두기가 우리 생활 속에서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다. 3차 부스터 샷을 맞을 때 즈음 우리는 느슨해지기 시작했고 마스크에 대한 집착도 사라졌던 것 같다. 영국은 이미 지난 2월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언하면서 확진자 자가 격리 등 코로나 관련 규제를 대부분 풀었다. 3월에는 백신 미접종자 입국 규제도 없앴다.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식인 플래티넘 주빌리가 전국에서 성대하게 치러졌고 코로나로 취소했던 글래스턴베리 음악 축제, 윔블던 테니스 대회도 다시 열렸다. 요즘 영국은 코로나 이전 세상과 거의 다름이 없다. 영국 외에 유럽 주요 국가들도 마스크 착용 해제를 넘어 코로나 관련 방역 규제를 대부분 풀었다. 스웨덴은 입국자에 대한 제한·영업시간 제한·백신 패스 제시·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거의 모든 방역 규제를 해제했으며, 독일은 이미 비필수 소매업에 대해 백신 패스 제시 의무를 해제하는 등 ‘위드 코로나’에 적응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른바 ‘3밀’(밀집·밀접·밀폐)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열심히 해온 방역 노력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났다. 이는 우리 사회가 수십 년간 방치해온 공공의료 인프라 부족 상태가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코로나가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에서 엔데믹(주기적·국지적인 감염병)으로 바뀐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물론 전문가들은 2년 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이지만 아직 엔데믹이 적절한 단어는 아니라고들 한다. 인플루엔자는 특정 계절에만 오지만 코로나는 4~5개월 간격으로 새로운 변이가 출현해 또다시 유행하고, 코로나 감염으로 여러 장기에 후유증이 적지 않은 등 아직은 질병으로서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CDC의 이번 가이드라인 변화는 대유행 초기 이후 2년 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 폐렴으로 공식 발표된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1년이 지나서야 백신이 나왔다. 2020년 7월에 작성한 필자의 칼럼에는 이렇게 적혀져 있다. ‘세계 각국에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실제 접종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다. 재확산의 우려도 크다. 코로나 종식은 아직까지 먼 나라 이야기이며, 독립기념일 전후로 코로나 재확산 조짐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예년에 비해 비행기로의 이동은 줄었지만 자동차의 이동은 크게 줄지 않았다. 또 더운 날씨로 인해 사람들이 해변으로 몰리면서, 해변이 인접한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지는 7월 2일, 하루 1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일일 발생자 최고치를 찍었다, 그리고 오늘도 백신 접종을 기다린다.’미국이 전세계에서 코로나 피해가 가장 심각한 나라였고, 하루빨리 백신이 출현되기를 고대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적어 놓았다.

 
    미국은 코로나의 정체를 안지 1년 만인 2020년 12월 14일에 첫 백신 접종을 실시했다. 뉴욕시 퀸스에 있는 롱아일랜드 주이시 병원의 중환자실 간호사인 샌드라 린지가 그 주인공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언론에서는 백신을 접종하는 장면을 하루종일 보도하면서 수선을 떨었지만, 일반인들은 언제 자신이 접종대상자가 될 수 있을지 불안해했다. 필수업종 종사자들에게만 허락되었던 초창기 때 주간포커스는 한인 교민들을 위해 4차례의 백신 클리닉을 진행했다. 2021년 2월 필자는 오로라 시로부터 백신 클리닉을 열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 막 일반인들에게 백신 접종이 허가되었는데, 한인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백신을 맞아야 할 지 몰랐던 사람들이 많았다. 첫번째 백신 클리닉을 오픈한다고 했을 때 콜로라도 보건국으로부터 백신 5백명 분량만 받았는데, 2천명이 넘게 몰리면서 접수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그때는 하루라도 빨리, 남들보다 빨리 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시간이었다.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외출금지 명령으로 인해 집 밖에 나가는 것도 제한받았던 때도 있었다. 휴지와 그로서리는 동이 났고, 마스크 한 장, 손소독제 한 통을 구하기 힘들 때도 있었다. 그야말로 지구촌 대소동이 아닐 수 없었다. 겨우 2년 전에 일어났던 일인데, 벌써 우리는 이를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제는 집에서 가까운 월그린이나 킹 수퍼스 같은 그로서리에 가서도 언제든지 백신을 맞을 수 있으며, 식당에는 가까이 앉아 이야기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공항에는 직원 외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여행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CDC는 이번 거리두기 해제에 대해 대부분의 미국인이 백신이나 감염 등으로 면역체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특히나 지금 유행하는 오미크론 변이는 치명률이 0.04%로 낮고, 치료제가 확보된 데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5에도 효과가 있는 개량 백신까지 곧 나온다. 코로나 상황 종식을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길고 어두웠던 터널의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이제 팬데믹의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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