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를 조사해온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정확한 침몰 원인도 규명하지 못한 채 지난주 해체 수순을 밟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Sinking of MV Sewol)는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어 침몰한 사고이다. 승객 대부분은 안산시의 단원고교 학생들로, 제주로 수학여행을 가던 중이었다. 이 사고로 시신 미수습자 6명을 포함해 304명이 사망했다. 생존자 172명 중 절반 이상은 해양경찰보다 약 40분 늦게 도착한 어선 등 민간 선박에 의해 구조되면서 해양경찰을 향한 비난도 쇄도했었다. 그 후 3년 동안 인양을 미뤄오다가 2017년 3월 10일 제18대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되고 12일 후인 2017년 3월 22일부터 인양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3월에 사참위가 발족되었다.그러다 지난주 사참위는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활동을 끝냈다. 외부의 미심쩍은 작용에 의해, 즉 ‘외력설’을 끝까지 주장하는 일부 위원들의 반발 때문에 “외력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문구도 최종 보고서에 병기하기로 했다. 3년 6개월 동안 세금 572억원을 쓰고, 결국은 말장난으로 결론을 내린 형국이다.


    하지만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충분하고도 납득될 정도로 이미 밝혀졌었다. 방향타 밸브 고장으로 인한 급변침과 여객선의 무리한 증개축, 화물 과적, 대형 화물들의 부실 고박, 승조원의 조작 미숙으로 침몰한 것이다. 이는 사고 직후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를 비롯해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세월호 선체 조사위 조사, 대검 특별수사단 수사, 특검 수사 등 수차례 수사와 조사에 의해 드러난 사실이다. 문재인 정권과 피해자 가족들만이 이 진실을 거부해왔다.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문재인 정부를 세워준 일등 공신이다. 박근혜의 탄핵을 요구한 촛불 혁명의 중심에는 세월호 가족들이 있었다. 이들 때문에 촛불은 들불처럼 일어났고,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그들의 촛불에 보답하기 위해 문재인 정권은 임기내내 세월호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를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들의 감정은 지쳐갔다. 자식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억지에 가까운 문 정권의 세월호 파헤치기는 국민들의 감정을 "나도, 슬퍼. 하지만 이제 그만 하자. 지겹다” 로  요약되게 만들었고, 언론에서도 ‘세월호 피로감’이라는 단어가 수시로 등장했을 정도로 슬픔은 희석되었다.  


    9번째 세월호 수사를 마친 이현주 특별검사는 지난해 8월 "증거 조작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증거와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아무리 털어도 나오는 건 없었다’는 말과 같다. 특검에 임명되었을 때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의 기대와 성원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인적 중심축인 민변(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전·충청 지부장을 지냈고, 문 정부에서 법무부 인권정책과장도 한, 당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도 가까운 사이였다. 그런 그가 특검을 맡아 벌인 결과는, 필자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상식 있는 사람들 모두가 예상한 대로, 또다시 ‘이하동문’이었다. 그런데 그 초라한 결과 앞에서도 문재인을 비롯한 진보좌파가 보이는 반응은 역시 예상한 대로 반성이 아니었다. 그들은 또 계속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강변했다. 문재인은 이현주 검사 이전에, 검찰 임관혁 특수단이 낸 발표문도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그는 “유족이 실망하겠지만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고 했다. 문 정부는 임관혁이  ‘유족’과 ‘되지 않는 사건’이란 말을 언급한 의미를 새겨들었어야 했다. 그는 수사 검사로서 확신을 갖고, 통상적인 수사 발표문에 들어가지 않는 ‘주관적’ 표현을 일부러 삽입했다. 어쩌면 대통령과 그 지지자, 유족들이 이제는 미련을 버리라는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문재인은 “세월호 CCTV 데이터 조작 의혹 등에 대해 한 치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수사가 필요하다”면서 데이터 조작에 집착했다. 안쓰러운 소고집이다.
세월호 사건은 2014년 참사 이후 7년간 검찰과 감사원 등 국가기관 7곳에서 8번의 조사와 수사를 했고, 이번 특검은 9번째 수사였다. 거듭된 세월호 조사는 괴담을 진짜로 만들려는 헛된 노력이었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증거가 나올 리 없다. 그래도 엉터리 조사로 CCTV 조작설을 제기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민변 출신 특검에 수사를 맡겼다. 지난해 4월 검사 지휘 아래 석달간 10곳을 압수수색하고 78명을 조사했으나 전부 무혐의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엉터리 조사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조사위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 후에도 세월호 항적 조작, 외력에 의한 밸브 파손 등 근거없는 주장을 펼치다 임기를 끝내고 흐지부지 해산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탄핵되던 날 세월호 현장인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사건에 ‘고맙다’는 망언을 하고도 그가 무사한 것은 세월호 사건의 정치적 변질을 보여주고 있다. 수학여행 중 배가 침몰한 사건을 두고 정치적으로 갈라져 진영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매번 사참위가 바뀔 때마다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수사해 달라.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 규명이 속시원하게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라는 말이 중요하다. 이 요청을 받들어 이현주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세월호 광신도’ 진보좌파와 유족들이 원하는 정답이 나올 리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는 나올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참위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 국가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책임은 곧 돈을 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집이 불에 타고, 흉년이 든다고 해서 정부가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은 자동차 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보험회사와 협상해야 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2020년 10월 캘리포니아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골프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속한 공화당의 뜻에 반감을 가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향해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몇 시간 뒤 주변 공화당 의원들의 설득에 의해 그의 결정은 번복되었지만, 불을 끄기 위한 지원을 했을 뿐, 피해자들에게 돈으로 보상하지 않았다. 배상은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이다.


     무엇이든 도를 넘으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문 정권은 세월호를 필요 이상으로  정치에 이용했다. 없는 답을 계속 찾게 하고, 무리한 배상도 이어졌다. 정치권에서 너무 오랫동안 우려먹다 보니, 애틋하기만 했던 맨처음 국민적 정서마저 등을 돌렸다. 이제라도 정치색을 배제하고 진심으로 그들의 영면을 위해 기도하며 편히 보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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