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삼성장로교회 이동훈 담임목사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숙명처럼 따라다니는 친구가 있다면 ‘두려움’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나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육신 질병으로 인한 죽음의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변화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 수없이 많은 두려움들이 예고도 없이 찾아옵니다. 그 두려움들 때문에 불안해서 잠 못 이루고, 겉으로는 웃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 들어가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평안이 없는 삶을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이런 삶을 살았을 법한 사람이 성경에 등장합니다.‘다윗’입니다. 다윗은 자기 의지와는 상관도 없이 선지자로부터 사울 왕 다음 왕으로 기름부음을 받았습니다. 이후 그에게 찾아온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그가 30세에 실질적인 유다의 왕이 될 때까지 거의 13년 가까이 이 죽음의 두려움과 함께 살아야 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빼앗으려고 매일 찾고 또 찾아 뒤를 추격하는 사울 왕의 레이더망을 피해 동굴속에, 수풀속에 몸을 숨기며 지내야 했습니다. 얼마나 불안했을까요?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다윗이 자신의 생명을 빼앗으려고 뒤를 쫓는 사울 왕을 피해‘십 광야 수풀’에 숨어 있을 때 사울 왕의 아들 ‘요나단’이 찾아옵니다(사무엘상 23:15). 그리고 다윗에게“두려워하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왜 요나단이 다윗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을까요? 다윗이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다윗에게 힘을 주고 위로하고 격려하시기 위해 하나님께서 요나단을 보내신 것입니다. 한마디로 다윗에게 있어서 요나단은 하나님이 보내신 선물이었습니다. 사실 요나단은 사울 왕 다음 왕위 계승자 일 순위입니다. 다윗과는 경쟁자일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왕권을 놓고 피 튀기는 경쟁을 해야 할 사람이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다윗을 찾아온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이러니칼 하게도 경쟁자를 보내서 다윗을 위로하십니다. 요나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버지 사울 왕이 그렇게도 다윗을 잡아 죽이고 싶어하는데, 아버지가 다윗을 제거해 주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다음 왕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요나단은 자기 아버지처럼 다윗에게‘경쟁자’이기를 거부하고 사랑하며 기꺼이‘동행자’로 다윗에게 자기 곁을 내어줍니다. 


    요나단이 다윗을 찾아와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며 이렇게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곧 요나단이 그에게 이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 아버지 사울의 손이 네게 미치지 못할 것이요 너는 이스라엘 왕이 되고 나는 네 다음이 될 것을 내 아버지 사울도 안다”(사무엘상 23:17). 요나단은 다윗으로 하여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며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뭘까요?  “내 아버지 사울의 손이 네게 미치지 못할 것이요”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내 아버지가 절대로 너를 죽이지 못할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아니, 섬천 명의 군대를 거느리고 다윗 한 사람 잡아 죽이기 위해 찾아 다니고 있는 사울 왕이 다윗을 절대로 붙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요나단의 말이 이해가 되십니까? 실제로 사울 왕은 죽을 때까지 다윗의 뒤만 쫓아다녔지 붙잡지 못했습니다. 골리앗이 다윗에게 종이 호랑이였던 것처럼 사울 왕도 종이 호랑이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진짜 호랑이는 ‘하나님’ 한 분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이 호랑이를 상대하며 두려워하고 있지 않습니까? 왜 사울 왕의 손이 다윗에게 미치지 못합니까? 하나님이 상대해 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나를 두렵게 하는 대상을 내가 상대하면 진짜 호랑이가 되지만, 하나님이 상대해 주시면 종이 호랑이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요나단은 두려워하고 있는 다윗에게 이 사실을 확인시켜주며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후로 다윗은 사울 왕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자신에게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번번이 살려줍니다. 왜 그렇게 했을까요? 내가 상대하지 않아도 하나님이 상대해 주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고 믿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을 확인시켜준 요나단의 위로와 격려가 얼마나 고맙고 힘이 되었겠습니까?


    요나단은 이렇게 다윗에게 경쟁자가 아니라 위로자였고 동행자였습니다. 우리시대의 최고의 지성이라고 일컬어졌던 이어령 교수가 암 투병 끝에 지난 2월에 소천하셨습니다. 생을 얼마 안 남겨 놓고 한 기자가 찾아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한 평생 성공한 인생을 사셨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에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나의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동행’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뒤돌아보면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나와 동행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경쟁자였습니다.” 


    경쟁의 상대를 누르고 이기기 위해 오늘도 힘쓰며 애쓰고 살아가느라 힘 겨워하며 패배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 때 나를 위로해 주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요나단과 같은 동행자가 있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 결코 아닙니다. 다윗에게는 그런 요나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나단은 다윗에게 보내신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경쟁자로만 다른 사람들을 곁에 두는 인생은 불행한 인생입니다. 경쟁자밖에 없는 살벌한 세상 살이 가운데서도 요나단처럼 동행자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곁을 기꺼이 내어 주어서 두려움을 물러가게 해주고 위로하고 격려하므로 힘이 되어주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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