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린 기자
콜로라도에 간통법(adultery law)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혼율 높은 미국의 가장 큰 이혼 사유 중 하나인 혼외 정사에 대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간통법이 콜로라도에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사실을 얘기하자면, 콜로라도의 성문법에 간통법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이 법은 실질적으로는 유명무실한 허수아비법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이 법은 지난 2백여년 동안 간통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긴 하지만, 이에 대한 마땅한 처벌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6일, 콜로라도 하원의회에서는 해묵은 이 간통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한표차인 6대 7로 실패로 돌아갔다.
이 법안의 지지자인 대니얼 케이건 하원의원(민주당, 체리 힐스 빌리지)은 결혼한 사람이 부정을 저지르든 말든 그것은 정부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정식으로 별거를 하거나 배우자가 있더라도 각기 다른 파트너로부터 자유로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개방식 결혼도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간통법은 너무 고리타분한 법이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잔 케팔라스 하원의원(민주당, 포트 콜린스) 외 몇몇은, 존재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법적 효력이 없는 이 법을 굳이 없애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며 법을 없애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이름 뿐이긴 한 법이지만, 이 법이 가지는 도덕적 상징성에 대해 존재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간통죄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법 감정과 여론을 고려해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어 간통죄는 존폐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1953년에 제정된 간통죄는 그동안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침해 논란에 시달려왔으며, 1990년 이후로 간통죄는 무려 네 차례나 위헌 소송이 제기돼 헌법 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모두 합헌 결정이 나긴 했지만, 남녀 성관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하면서 도덕성을 규정짓는 간통죄는 가족을 가정파탄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보호막 기능을 빠르게 상실하고 있다.
엄격한 자치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다르지만 아직까지 26개주 (알라배마, 애리조나, 콜로라도, 플로리다, 조지아, 일리노이, 인디애나, 캔사스, 메릴랜드, 매사츄세츠, 미시건, 미네소타, 미시시피, 미조리, 몬태나, 노스 캐롤라이나, 뉴 햄프셔, 오클라호마, 로드 아일랜드, 사우스 캐롤라이나, 테네시, 유타, 버지니아, 웨스트 버지니아, 위스콘신 등)가 간통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간통죄에 대한 처벌은 종신형(미시건)이나 10달러 벌금(메릴랜드)에서부터 1급 중죄(위스콘신) 등 다양하지만, 이들 주에서 결혼한 사람이 간통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이 법은 타락한 현대사회의 도덕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별다른 힘도 없고 상징성만 다분한 이 간통법에 의원들이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면서 매달릴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이 법안의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도덕성을 의심해보고 싶다. 이 법과 관련해 켕기는 바가 많지 않고서야, 무엇하러 200년동안 멀쩡히 있던 법을 온갖 핑계를 다 대어가며 없애려고 하겠는가. 아니면 마음껏 불륜을 저지를 수 있도록 미리 초석을 깔아놓으려든지. 이런거 보면 한국만큼이나 콜로라도 정치인들 참 할일없어 보인다. 수 십억달러의 예산 부족으로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모두들 아우성인 판국에 한가하게 간통법 폐지나 논하고 있으니 말이다. 간통법 말고 이렇게 세금만 축내는 먹튀 의원들 제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