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국 강행했다. 21세기를 살면서 유럽에서 전면전이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했다. 당시 핵을 보유하고 있었던 우크라이나는 독립 이후 비핵화에 합의를 했고,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안보를 보장해준다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그 후 이렇게까지 갈등이 고조된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나토는 1949년에 설립된 기구로, 시작 자체가 옛 소련을 맞서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러시아는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러시아의 자위권을 위협한다고 본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역사적으로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대통령 블리디미르 푸틴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일부'라고 발언을 한 바가 있다. 그 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키예프공국으로 근본적으로 두 나라의 뿌리가 같다. 뿐만 아니라 구소련 시절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일부였기도 했으며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우크라이나는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소련이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를 독립시켜줬는데, 그 이유는 유럽국들과의 '완충제' 역할을 해줄 국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2008년부터 나토 가입을 희망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독립시켜준 의미가 없어질뿐더러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에도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소련이 해체되고 나서 나토는 더이상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물론 구두 약속이어서 이행할 의무는 없지만, 계속해서 동쪽으로 회원국을 늘리면서,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배신감과 큰 위협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유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19년 대선에서 73%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그의 당선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는 2015년 정치 드라마 ‘국민의 일꾼’에서 대통령이 되는 고등학교 역사교사를 맡아 큰 인기를 얻었다. 2018년에는 드라마 제목을 그대로 빌려 ‘국민의 일꾼’ 정당을 창당하고 이듬해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인해 정치와 외교 경험이 부족한 그가 20년 넘게 러시아를 이끌고 있는 푸틴에 맞서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왔었다. 


    하지만 27세에 정치에 입문해 80세를 바라보는 자타공인 ‘외교 전문가’ 조 바이든 대통령도 처지가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날짜까지 예고하고, 기밀급 군사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러시아에 경고를 보냈지만 푸틴은 보란 듯 침공을 감행했다. 전례가 없고, 재앙에 가까운 제재를 하겠다는 바이든의 경고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이 선뜻 이 전쟁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핵 보유국간의 전쟁은 세계 3차 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 대응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안보리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시도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의장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비록  공식적인 파병은 힘들지만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푸틴의 비자금을 동결하고 IMF 에서 우크라이나에 30억불을 지원하는가 하면, 러시아 은행들과의 금융거래 중지, 러시아산 제품 불매운동, 스포츠계의 러시아 퇴출, 애플 판매 중지 등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방법들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  


   사실 우크라이나는 미국·러시아·영국과 체결한 핵폐기 각서인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만 믿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핵보유국이었지만 신생 독립국으로서 주권과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모든 핵무장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 이 각서는 휴짓조각에 불과했다. 당시에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말로만 반발했을 뿐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하지 않았다. 믿었던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은 러시아를 규탄하고 대러 제재 수위를 높였지만, 매번 군사적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평화는 말로만 지켜지는 게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이 그 방증이다. 문재인 정권은 북한을 외교안보의 우선순위에 두는 정책을 펴는 바람에 한·미동맹은 약화했고, 대일 관계는 사상 최악 상황에 놓였다. 또,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유일하게 대러 제재를 유보했다가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임박하자 그제서야 동참 의사를 밝혔고, 독자 제재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자 미국은 과거 침략의 큰 피해자로서 대대적인 원조를 받았던 한국의 소심하고 미온적인 접근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중국의 대만 침략에도 빌미를 줄 수 있다. 동시에 한반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무부의 관계자에 따르면“확실한 것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절대 핵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주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서만 여덟 번째다. 평화만 되뇔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대대적인 침공을 개시했을 때, 국제사회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며칠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단시간에 수도 키예프 등 주요 도시를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벌써부터 소모적인 장기전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얕보고, 서방의 협동심을 과소평가했고,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푸틴의 오만했던 결과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침공에 분노하면서, 목숨을 걸고 저항에 나선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피신 권유를 뿌리치고 수도 키예프에 남아 국가적 항전을 지휘하는 모습은 그의 지도력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신냉전의 초입에서 위기에 당면한 각국 대통령들의 모습에서 대통령직이 갖는 무한책임이 느껴진다. 곧 새로 탄생할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오만에 빠진 푸틴이 저지른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그리고 명분도 없고 승자도 없는 이 전쟁이 하루속히 끝나길 바라며, 결사항전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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