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과 자부심은 비슷한 상황에서 자주 쓰여지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따져보면 의미는 조금 다르다. 자존심은 자신의 최저 상태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자부심은 최대한의 역량을 표현하는 말이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자부심은 그 결과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

한국을 생각해보면 자존심을 건 싸움의 결과로 자부심을 느낄 때가 많다. 골프 세계의 최고 무대인 미국여자골프(LPGA) 투어는 이제 한국 여자 골퍼가 없으면 경기가 안 될 지경이다. LPGA 투어대회의 상위 랭킹 30위권 내에는 한국 선수가 13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리더 보드만 보면 한국 대회인지 세계 대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이다.

올 시즌 21개 대회에서 9개의 승리를 한국선수들이 거머쥐는 대 기록을 남기면서 한국 선수의 우승 확률은 44%가 넘었다. 두 개 중 한 대회에서는 우승한다는 얘기다. 얼마 전 삼성월드챔피언십까지 LPGA투어 총상금은 3950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한국 국적을 지닌 42명의 선수가 LPGA투어에서 벌어들인 상금 액은 32%인 1251만1472달러라고 한다. 특히 한국 여자골프의 에이스 신지애는 한국인 최초로 5관왕에 도전하고 있으니 LPGA는 한국 선수가 완전히 장악한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러 나온 동포 갤러리의 자부심은 상상 이상이다. 여자 정상급 선수뿐 아니라 남자 선수도 선전했다.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한국의 ‘용’ 양용은이 미국의 ‘호랑이’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하자 한국인을 보는 관점이 확 바뀌었다. 한국 선수들의 선전은 동포들의 자부심을 북돋웠다.

우리나라의 젓가락 문화로 인해 한국인의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같은 손재주로 초미세 공정의 대명사인 반도체 부분에서는 이미 세계 시장을 석권한 상태이고, 첨단분야인 나노 기술과 인간 유전자 연구 부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열린 국제 기능올림픽에서 보여진 한국인의 기량은 다시 한번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40개 직종에 45명의 대표선수가 출전했다. 금13개, 은5개, 동5개, 우수상12개를 획득해 금메달 7개에 그친 스위스를 가볍게 제치고 1위의 영광에 올랐다. 총 25번 출전에 16차례 종합우승을 달성하여, 기능강국 코리아의 명성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렸다. 한국이 67년 스페인 대회 이후 올해까지 따낸 금메달은 258개에 이른다. 대단한 손재주다.

곧 한글 날이다. 세계160개가 넘는 나라 중 자기 나라 말을 갖고 있는 나라는 몇 개국 밖에 되지 않는다.
한글은 창시자가 분명히 밝혀져 있는 세계 유일의 언어이다. 다른 나라 말은 그냥 사용하던 것이 어쩌다 보니까 언어로 굳혀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글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개발된 유일한 언어다. 그렇기 때문에 한글은 다른 언어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폭넓은 의성어를 가지고 있고 거의 모든 외국어 발음을 흉내 낼 수 있다. 그래서 한글은 세계 어느 언어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고 우위를 점하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민에게는 자부심이다. 이 외에도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은 더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삼성전자의 핸드폰도 그렇다. 벌써 오래된 일이지만 2002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신화도 우리가 가지는 자부심이었다. 이 외에도 많을 것이다.

이렇게 한국을 되새겨 보다 보니 콜로라도 한인사회에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뭔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선뜻 답을 찾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데 대외적으로 평가를 잘못 받고 있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지금 말하고 싶은 자부심은 숨어서가 아니라 한 커뮤니티에서 내놓고 자랑스럽게 여길만한 무엇을 말한다. 지금까지 포커스 신문사 또한 콜로라도 동포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 있게 자랑할 만한 신문사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곳 한인 사회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포커스 신문사를 말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오랜 시간 공들인 포커스 신문사의 웹사이트가 드디어 오픈했다. 한국에서 3개월여만의 작업 끝에 완성했다. 생각은 신문을 창간하면서부터 했으니 3년 걸린 것이나 다름없다. 콜로라도가 아직 인터넷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요즘 신문사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이 웹사이트이기에 준비를 서둘렀다. 신문사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챙기기 위한 첫걸음이다. 지난주 창간3주년을 맞이하면서 포커스 문화센터 개원에 이어 이번 주는 웹사이트까지, 이는 포커스 신문사가 제대로 모양을 갖춘 신문사로서, 콜로라도를 대표하는 언론사로서, 한인사회 ‘자부심’으로 자리잡고자 하는 노력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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