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9일에 실시되는 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해외 유권자 등록이 마감되었다. 내달 23일부터 28일까지 전 세계 178개 공관에서 실시될 이번 재외선거에는 23만여명이 등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중 유학생이나 기업 주재원 등 해외에 단기 체류하는 국외부재자는 19만 9,897명, 현지 국가에 정착해 사는 영주권자와 같은 재외선거인이 8,848명이다. 여기에 영구명부에 들어 있는 재외유권자 2만3,310명을 합치면 재외선거 신고, 신청인 수가 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된 19대 대선보다 6만명 이상이 적은 수치이다. 세계 한인회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그동안 ‘대선 투표 50만 표 달성’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재외선거인 신청·등록 독려 활동을 해왔지만 미국내 유권자 등록률은 6%대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선거 전문가들은 팬데믹의 영향이라고 분석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전체 유권자의 90% 이상이 한국 대선에 관심도 없고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세계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 국가 정상이 있다. 1956년생으로 대만 역사상 첫 여성이자 미혼 총통인 차이잉원(蔡英文)이다. 2016년 처음 당선된 그는 작년 1월 역대 최다 득표로 재선됐다. 작년 10월 타임지는 그런 그를‘세계 100대 인물’ 중 한 명으로 선정해 표지 인물로 다뤘고,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 푸앙’은 작년 12월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5명의 국가 수반 중 한 명에 차이잉원을 넣었다. 지난달 포브스지도 그녀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100명’ 중 9위로 뽑았다. 또, 지난달 말 영국 로이터통신도 ‘중국에 맞서는 지도자’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차이 총통은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를 적절하게 구사하면서 더 거칠어진 중국의 공세를 이겨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쯤되면 한국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섬나라 지도자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그의 인기는 최고 명문인 대만대 법학과 졸업, 미국 코넬대 로스쿨, 영국 런던정경대 법학박사, 만 28세 최연소 대만정치대학 교수 같은 화려한 스펙 때문만이 아니다. 최근 크고 작은 7번의 선거에서 모두 이겨 ‘선거의 여왕’으로 불려서만도 아니다. 그는 집권 6년여만에 ‘용(龍)의 귀환’을 연상시킬 정도로 대만의 국력과 국격, 체질을 확 바꿨기 때문이다. 만 48세이던 2004년 정치에 입문한 차이 총통은 항상 단발머리 차림이다. 지금까지 본인과 측근의 부패 스캔들도 없다. 정치적 통찰력과 결단력도 갖추어 ‘라타이메이(辣台妹·대만의 매운 언니)’로 불린다. 


     그가 총통으로 취임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대만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한국의 두 배를 웃돈다. 대만 경제는 연속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1984년 이후 37년 만의 최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똑같이 IT가 주력 산업인 대만과 한국의 격차도 눈에 띄게 벌어졌다. 차이 총통은 “테크놀러지는 대만 안보의 보장판이다” “민간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인공이다”는 자신의 믿음을 6년 내내 실천에 옮기고 있다. 2년여 만에 중국 등에 진출해 있던 209개 기업이 호응했고, 이들이 대만에 재투자한 돈은 31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7만개에 이르는 일자리가 생겼다. 문재인 정부 4년 8개월 동안 정부 수립 후 가장 많은 기업들이 한국을 탈출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더 결정적으로 대만 경제를 도약시킨 원동력은 따로 있다.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속에서 ‘친미·반중’이라는 확실한 선택을 했고, 중국의 어떠한 공갈과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반중 노선은 차이 총통이 선거 승리를 위해 내놓은 일시적 카드가 아니다. 그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노골적이고, 더욱 확신에 찬 권위주의의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대만산 제품 수입 규모를 매년 더 늘려 오고 있다. 대만산 반도체와 전자부품, 중간재 등은 중국이 꼭 필요로 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만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고, 유럽연합은 올 10월 대만과의 관계 강화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표로 통과시켰다. 그로 인해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둔 양안 대립은 큰 나라 중국과 작은 나라 대만의 대립을 넘어 전 세계 ‘자유주의 대 전체주의’의 대결로 재해석되고 있다. 미국, 일본과의 ‘IT 3각 동맹’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어정쩡한 중국 눈치 보기가 아닌 ‘확실한 반중’이란 인식이 경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그는 1984년부터 매년 벌이는 군사 훈련의 실시 기간도 올해부터 기존 5일에서 13일로 늘렸다. 미국과는 최근 2년간 380여개의 군사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자주 국방과 동맹 강화로 골리앗 중국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또, 차이 총통은 작년에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 지지자들이 가축 성장 촉진제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에 반대하자, 이를 국민투표에 올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지난달 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모두 압승했다. 그의 정치적 결단력과 감각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다. 14억명의 중국인들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대만에서 꽃피우고, 세계적으로도 꼭 필요한 나라가 되겠다는 것이 그의 청사진이다. 테드 크루즈 미 연방상원의원은 지난해 말 타임지를 통해 “비관론자들은 고립된 작은 나라 대만이 중국의 야심에 맞설 수 없다고 했지만, 이 작은 여성은 중국에 기죽거나 겁먹지 않고 맞섰다. 차이잉원의 북극성(North Star·선택과 결정 기준)은 자유”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그의 명품 리더십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의 대선 후보는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결이라고들 한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비롯한 수많은 개인적 비리에 연루되어 있고, 제1야당 윤석열 후보의 가족 비리는 온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의 개운치 못한 과거는 레임덕 현상을 받아들여야 하는 임기 말기의 현 대통령의 지지율조차도 따라잡지 못하는 희귀현상까지 만들었다. 비록 이번 해외 유권자 등록률이 저조하다고 해도, 동포들이 결코 모국 정치에 관심을 놓은 것은 아닐 것이다. 정답을 찾지 못해 관망 중이라 본다. 한국의 대선이 6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과 말 바꾸기가 이어지고 있고, 그들의 비리열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차이잉원 같은 명품 리더십을 갖춘 리더가 언젠가 대한민국에서도 배출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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