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필자는 마지막 칼럼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벌써 15년째 한 해를 마무리하는 칼럼을 쓰고 있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지난 1년을 뒤돌아보니 마음이 심란하다. 사상 유례없었던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를 마치면서 2021년 새해는 팬데믹이 끝날 수 있기를 고대했었다. 그러나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올해 역시 코로나는 우리 삶 깊숙이 자리를 잡고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이제 2022년 역시 코로나와 함께 시작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2021년 역시 ‘인고(忍苦)’의 한 해로서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이 나고 있다. 매일, 하루에도 수십번씩 ‘코로나’ 라는 이름을 들어야 했을 정도로, 코로나는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마스크 한장을 구하기 힘들었고, 세정제와 휴지, 생필품이 동이 났으며, 외출까지 금지당했던 2020년의 상황과 비교하면 훨씬 살만해졌다. 

   
    이런 팬데믹 기간에도 주간포커스 식구들은 정상적으로 출근을 했다. 처음에는 신문 제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 나와야 했다. 사무실 책상을 띄워놓고, 매시간마다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고, 점심은 각자 도시락을 싸 와서 먹었다. 그런데 신문사 일 외에 다른 일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자 오히려 문의 전화가 많아져 평년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냈다. 백신접종 가능한 나이대와 직업, 접종장소, 예약절차, 펀드신청 절차와 일시 등 매일마다 바뀌는 코로나 시대의 일정들을  문의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럴 때마다 모르는 것은 검색해서 알려주고, 그럼에도 이해를 못하는 어르신들은 사무실에서 직접 도와주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모두가 주간포커스에 물어보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분들이었던 같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주간포커스는 올해도 여러 일을 해냈다. 우선 코로나 백신 클리닉을 오픈한 것은 올한해 최고로 잘한 일이었다. 올해 초, 주보건국과 오로라 시청으로부터 백신 클리닉 오픈을 처음 제의받았을 때만 해도 괜한 일을 벌이는 것 같아서 솔직히 주저했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많이 열리고 있어서 클리닉 준비가 다소 간편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한인사회에서 최초로 열리는 클리닉이다보니 콜로라도주 보건국에서 요구하는 클리닉 조건을 모두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보건국에서 요구하는 클리닉의 구비 조건은 드라이브 드루에 필요한 넓은 야외 공간, 실내 클리닉을 위한 충분한 공간과 주차장, 접종 후 15분간 기다려야 하는 여러개의 관찰실, 테이블과 그에 따른 의자와 휴지통, 간호사와 자원봉사자를 위한 룸과 간식, 일반 커뮤티니 봉사자 등, 영어로 빼곡히 적혀있는 클리닉 요건은 보기만 해도 질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많은 한인들이 백신 클리닉 오픈을 간절히 원했다. 할 수 없이 포커스 식구들은 하나씩 하나씩 준비를 해나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1차 클리닉 오픈을 결정하고 난 뒤부터 시작됐다. 예약을 지금처럼 간단하게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만 기재하면 편리했을 텐데, 당시만 해도 백신 접종 예약 링크로 들어가서 이름,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보험여부, 깨알같이 적힌 건강상태까지 꼼꼼히 클릭을 하고 확인 이메일까지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그리고 이 모든 절차를 포커스 직원들이 다했다. 나중에는 목소리가 쉬어서 나오지 않을 정도까지 되었다. 이메일이 없는 노인분들이 많아서 임시 이메일까지 만들어서 예약 확인메일을 받아, 이를 다시 본인들에게 일일이 확인하는 전화를 거는 수고까지 해야했다. 이렇게 돈도 안되는 일에 포커스 직원들은 두달을 매달려서 2천명분의 작업을 완수했다. 간절하게 백신접종을 원하는 그 많은 한명한명에게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이것이 포커스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렇게 네번의 클리닉을 마치고 난 뒤 커뮤니티의 움직임은 다소 자유로워졌다. 그래서 예전부터 콜로라도 한인테니스협회와 함께 해왔던 테니스 대회를 다시 개최했다. 테니스 대회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견디고 있는 커뮤니티에는 단비와 같은 행사였다. 팬데믹 시대에 접종을 마치고 제일 먼저 세상에 나온 행사였다. 그래서인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선수들이 참가해 하루를 즐겼다. 무엇보다 눈부시게 향상된 한인 주니어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는 보람찬 시간이었던 것 같다.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 지난 9월에 열린 골프대회 또한 대성황을 이루었다. 대회 참가자 모집을 위한 지면 광고가 나가자마자 참가 문의가 빗발치더니, 대회를 3주나 앞두고 모든 참가자들이 참가비까지 결제 완료하면서 콜로라도 한인사회 역사상 최대 성황을 이룬 행사로 기록되었다. 그동안 여러 협회에서 회원들 위주로 열린 친선대회는 가끔 있었지만, 전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열린 골프대회는 14년만에 처음이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최단시간 참가신청 완료, 100퍼센트 한인들만 참가, 프라이빗 골프장 섭외, 점심 저녁 모두 컨트리클럽에서, 신페리오 핸디캡 산출방식 적용, 자동차 3대가 걸린 홀인원, 최신 인기경품 등 여태껏 한인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시도가 넘쳐난 행사였다. 


    또 이번 골프대회에는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굴지의 업체들의 후원이 넘쳐나면서 그야말로 한인들의 축제였다. 콜로라도 한인사회 내 유일한 청소년 재단인 콜로라도 한인 청소년 문화재단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행사였기에 더욱 의미있는 이벤트였고, 대회 수익금 중 일부는 재미 콜로라도 한국학교 협의회에 전달해 나눔을 실천했다. 이외에도 주간포커스는 청소년 문화재단의 새로운 이사진을 꾸렸고, 덴버 중앙일보와 함께 킴보장학금 1만불을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아직 팬데믹이 종결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가는 우리 모두가 대견한 한해였다. 우리는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예외 없이 공동체를 생각하는 집단 에너지가 분출됐고, 그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곤 했다. 때때로 서로를 욕하고 헐뜯지만, 대의가 필요할 땐 서로 응원하고 뭉쳤다. 이런 저력을 믿기에 미래를 생각한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가 밝아온다. 우리 모두 초특급 쓰나미와 같은 코로나 속에서도 버틸 수 있게 해준 자신의 의지를 칭찬하고 다독여 주면서 한 해를 마무리 했으면 한다. 더불어 여러 행사로 올해 유독 고생 많이한 포커스 식구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동포 여러분, 올 한 해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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