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여대생이 호화로운 생활을 공개해 화제와 함께 논란이 일고 있다. 허난성의 작은 마을 출신인 그녀는 3주간의 호화로운 생활을 동영상으로 올렸는데, 이 영상에는 호텔 로비, 공항 라운지 클럽에서 잠을 자고 유명 훠궈 체인점 하이디라오난 쇼핑몰과 레스토랑에서 공짜 음식을 즐겼다. 마치 자신이 상류층 인사인 것처럼 행세를 하면서 중국 베이징의 고급 호텔과 공항에서 한푼도 안 쓰고 3주간 무전취식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에르메스나 샤넬과 같은 명품을 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걸친 것들은 모두 짝퉁이었다. 그녀가 논란의 인물이 된 것은 이 영상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리면서다. 그녀는 자신이 착용한 반지와 가방 등이 모두 가짜라며 이같은 과잉 생산된 물품을 통해 한 개인이 공짜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오랜 궁금증 때문에 이런 실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명품을 걸치고 있다는 이유로 그녀는 화려한 호텔에서 공짜로 잘 수 있었고, 일등석 승객만 이용할 수 있는 공항 라운지에서 음식을 즐기며 호텔 투숙객 전용 해변을 무료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명품 옷을 입고 한 행동들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내버려 뒀다고 밝혔다.


    보여지는 것에만 집중하는 세상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닐 것이다. 콜로라도의 경우도 그렇다. 체리크릭내 유명 명품 쇼핑몰은 연말연시를 맞아 더욱 붐빈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수천달러 혹은 수만달러를 웃도는 명품 가방은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이다.  


    생각해보니 필자는 이곳에서 불편한 차별을 느껴본 적이 있다. 오래전에 체리크릭 쇼핑몰의 여러 매장과 연결되어 있는 명품 제품 전용 판매 쇼핑몰에 구경을 간 적이 있다. 당시 필자는 편안한 자켓과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아이들의 티셔츠를 구매한 메이시스의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이런 차림으로 한 명품점을 들어갔는데,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직원은 필자와 잠깐 눈이 마주쳤지만 별 관심이 없는 듯 말조차 걸지 않았다. 직원의 눈에는 필자가 구매 의도없이 휙 둘러보고 나갈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직원은 필자의 뒤에 곧바로 들어온 한 아가씨를 보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만발했다. 마치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이하는 분위기를 연상시켰다. 그녀는 작지만 그 가게 제품의 가방을 메고 있었고, 딱 보기에도 목걸이와 블라우스, 신발에 명품 로고가 박혀 있었다. 미국 살면서 인종 차별에 대한 생각은 자주 접해봤지만, 부의 차별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집도 비쌀수록 잘 팔린다. 요즘 한국 부동산 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비싼 아파트는 잘 팔리고, 싼 아파트는 오히려 안 팔린다. 집값이 비싸면 수요가 줄어 잘 팔리지 않는 것이 상식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아파트도 명품의 경제학이 적용되고 있는 걸까. 리얼하우스의 조사결과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분양하는 고가 아파트는 더 인기가 높다.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분양한 역삼센트럴아이파크 주택형은 1순위 4가구 모집에 1809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452.25대 1의 경쟁률을 보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주택형의 분양가는 21억7500만원이었다. 인천 연수구에서 선보인 송도 더샵센트럴파크 3차 펜트하우스 198㎡ 주택형은 2가구 모집에 395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19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곳 역시 분양가가 20억원을 호가했다. 그런데 같은 인천임에도 지난 11월 분양한 한 아파트는 대부분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경기 평택 고덕지구 역시 409가구에 단 49명의 청약자가 몰려 0.1대1로 무더기 미분양 상태가 벌어졌다. 두 아파트의 분양가는 2억원대에 불과했다. 1억원 미만 아파트는 더 심각하다. 평균 0.98대 1로, 1순위에서 모집 가구수를 채우는데 실패했다. 


    한국은 최근 럭셔리 시장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이제 글로벌 브랜드들이 첫 매장을 내는 세계적인 무대가 됐다. 대표 사례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다. 지난 5월 한남동에 두 번째이자 강북 최초 플래그십 스토어로 구찌 가옥을 오픈했다. 클래식 명품 대명사인 몽블랑도 지난 9월 가로수길 초입 건물 전체에 랩핑 광고를 진행했다. 디올, 샤넬은 홍대와 강남역 등지에서, 루이비통은 평창 가나아트센터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이는 그만큼의 수요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골프웨어 시장도 중저가와 고가브랜드의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제품은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중저가 브랜드는 판매율이 부진해 ‘빈익빈 부익부’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셔츠·바람막이·스커트 한 벌에 각각 30만이 훌쩍 넘는데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고가브랜드의 폭발적인 성장세와는 달리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브랜드는 역성장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식 트렌드도 고급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코로나에 여행도, 쇼핑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명품을 구매하는 현상처럼 외식을 할 때도 좀 비싸더라도 더 맛있고 더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스테이크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는 고가의 제품에 대해 수요가 끊이질 않는 과시형 소비 행태를 일컫는다. 명품과 같은 유명 브랜드 제품은 한정된 수량의 물건을 제작해 고가에 판매함으로써 이 베블런 효과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의 저서‘유한계급론’에서 상류층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없이 행해지는 ‘과시적 소비’를 지적한데서 유래한다. 잘 팔리지 않는 물건의 가격표에 점원이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이자 금세 다 팔렸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인 베블런 효과의 사례다. 명품을 걸쳤을 뿐인데 사회적으로 한없이 너그러운 대접을 받았다는 중국의 한 여대생의 이야기, 비쌀수록 인기가 있다는 부동산과 럭셔리 브랜드의 호황은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상류층 소비 형태를 암묵적으로 동경해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베블런 효과를 좇는 이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진정한 상류층 계급을 필요로 한다. 자기 과시에 집중하기 보다 내가 가진 것을 좀더 유용하고 진정성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과시적 소비 분위기가 사라지고, 이를 찾는 수요 또한 적어진다면 명품의 가격도, 부동산의 가격도 점차 낮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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