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빛교회 유지훈 담임목사

    감사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지난 한 해를 돌이키며 감사드리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성경은 믿는 자들에게 범사에 감사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데살로니가전서 5:18). 범사에 감사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범사에 감사란 어떤 때든지 상관없이 감사를 드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범사에 감사를 드리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감사드리기 쉽습니다. 자녀가 좋은 대학에 합격을 하면, 직장에서 승진을 하면, 사업체가 번창을 하면, 교회가 숫자적으로 부흥을 하면 감사는 저절로 나옵니다. 혹은 안 좋은 일을 피하게 될 때에도 우리는 감사를 드립니다. 우박이 내렸는데 내 차가 멀쩡하다면. 회사가 구조조정을 했는데 살아남았더라면. 그리고 사고가 날 뻔했는데 그것을 피했더라면 우리는 감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범사의 감사는 이렇게 좋은 일이 일어날 때만, 혹은 안 좋은 일을 피하게 될 때만 드리는 감사가 아닙니다. 범사의 감사는 안 좋은 일이 내게 생긴다 하더라도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아침에 자동차가 시동이 안 걸려 회사에 늦을 때. 누군가가 나를 만만하게 보고 나에게 손해를 입힐 때. 뜻하지도 않은 것들이 고장 나서 신경 쓰이게 할 때. 자녀가 사춘기에 빠져 반항할 때. 이럴 때에도 감사를 드릴 수 있어야 범사에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며칠 전, 제 바로 앞차가 사고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저희 쪽에 초록 불이 떨어져서 제 앞차가 먼저 앞으로 나아가는데 옆에서 오던 차가 빨간불을 무시하고 와서 그대로 충돌했습니다. 그 때 제 차에 막내 아이가 같이 타고 있었고 충돌했던 쪽이 막내가 탄 쪽이기 때문에 제가 사고가 안 난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약 15년 전에 비슷한 사고를 당해 제가 응급실에 실려 간 경험도 있었기에 제가 사고를 안 당한 것은 당연히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제가 그 사고를 당했더라면, 그래도 감사드릴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드릴 수 있어야 그것이 범사에 감사를 드리는 삶이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삶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사의 삶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불가능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왜 우리에게 범사에 감사하며 살라고 하셨을까요? 과연 어떻게 하면 범사에 감사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범사에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우리의 감사의 조건이 우리의 상황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의 우리의 정체성이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정체성을 알면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보는 시각 자체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자들이고 하나님의 나라이며 제사장이라고 성경은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사 그의 피로 우리 죄에서 우리를 해방하시고 그의 아버지 하나님을 위하여 우리를 나라와 제사장으로 삼으신 그에게 영광과 능력이 세세토록 있기를 원하노라 아멘" (요한계시록 1:5b-6). 사도 요한은 하나님께서는 영원무궁하신 분이시고 '알파와 오메가' 라고 증언합니다. 우리 인간과는 전혀 다르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이런 위대하신 분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니요? 우리를 당신의 나라로 삼으신다니요? 우리와 관계를 맺기 위하여 우리를 제사장으로 삼으신다니요?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이런 존재임을 안다면 우리는 우리가 겪는 상황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이런 관계 때문에 감사드릴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그 어떤 것도 이길 수 있다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부유하게 살아가는 것보단 사랑하는 사람과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낫지 않습니까? 내가 놓여 있는 상황보다는 내가 맺고 있는 관계가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면 그것보다 더 큰 감사의 조건은 없습니다. 내 삶이 비록 어렵다 하더라도. 내 상황이 넉넉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면 바로 그것이 감사의 조건이고 그렇기에 우리는 범사에 감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2021년, 참으로 우리는 많은 것들을 겪었습니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기를 바랬지만 아직도 우리는 코로나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차별 문제는 더욱 악화되어 가는 것만 같습니다. 정치권도, 사회도 더욱 극과 극으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계십니다. 이 모든 문제 가운데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우리의 주님이 계십니다. 그러니 범사에 감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화과나무에 과일이 없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을지라도, 올리브 나무에서 딸 것이 없고 밭에서 거두어들일 것이 없을지라도, 우리에 양이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련다.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련다" (하박국 3:17-18,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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